저자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18881년 부유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현대소설가이다. 또한 조제프 푸셰, 마리 앙투아네트, 메리 스튜어트, 디킨스, 도스토옙스키 등에 대한 평전을 출간해서 평전 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래의 나라, 브라질>은 1941년에 쓴 작품인데, 그는 1942년 <체스 이야기>가 출간된 것을 보고 다음날 두 번째 부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저자는 <미래의 나라, 브라질>에서 브라질의 역사와 경제, 문화, 주요 도시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루며 브라질을 소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브라질의 평등하고 관용을 바탕으로 된 융합되고 조화로운 삶의 모습이야말로 모든 나라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라고 이야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요컨대,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인종, 계급, 피부색, 종교, 신념이 결정적으로 다른데도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이는 모든 나라에서 절박하게 다가오는 문제다. 특히 복잡한 인적 구성(인종적 구성) 때문에 브라질에서 이 문제는 어느 나라보다도 심각했지만 브라질만큼 원만하고 모범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한 나라도 없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증언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책을 시작하며 자신이 아직도 브라질을 완벽하게 알 수 없다라고 고백하며 겸손한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겸손한 태도와는 반대로 책에서 담고 있는 브라질에 대한 소개는 방대하고 깊이가 있다. 물론, 브라질에 대해 기본적인 시각이 긍정적이기 때문에 브라질의 어두운 면과 부족한 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개론서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브라질은 여러 인종이 함께 살아가면서도 인종 차별이 없는 신기한 나라이다. 흑인과 백인, 혼혈인과 황인종 사이에 절대적 평등이 원칙이 적용된다니 이런 나라가 있나 싶다. 원칙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사회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러한 사회가 될 수 있었던 기반은 브라질에서는 순수 혈통이라고 주장할만한 개념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저자가 브라질의 이러한 점을 높이 산 것을 당시 사회적 상황에서 이해할 필요는 있다. 저자는 나치가 자신의 책을 금서로 지정하고 압박을 가하자, 유럽을 떠나서 브라질 등에서 거주하며 강연을 했던 것이다. 이렇게 나치즘과 민족주의와 인종 차별로 인해 전쟁이 발발하고 많은 이들이 죽음을 당하는 혼란스러운 유럽을 벗어나 브라질에 와보니 브라질은 천국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인종차별을 비롯한 각종 차별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브라질에는 인종차별도 없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나라처럼 단일민족을 자랑하는 사회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우리만 보더라도 서양인을 바라볼 때와 동양인을 바라볼 때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양인에 대해서는 뭔가 모를 동경심을 가지고 있고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이 자체가 차별적 발상이고 우리 문화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브라질은 처음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땅이고 식민지였다. 왜냐하면 포르투갈이 브라질을 발견했을 때 그 땅에는 금과 은, 그리고 어떤 광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브라질을 발견하고도 유럽인들 중 오직 수백 명이 포르투갈에 살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포르투갈은 추방 제도를 도입해 사형에 처할 조인들 중에 의향이 있는 이들을 사형시키지 않고 브라질로 보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브라질에 간 이들이 바로 예수회 사제들이었다. 유일하게 이들이 브라질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고 건설적인 생각을 하며 다가올 세대를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이들이 도덕적 평등을 우선시하며 혼종과 교육을 통해 새로운 나라로 발전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를 설립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물론 이들은 이러한 목적이 수 세대를 거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뿌린 씨의 열매를 보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예수회 사제들은 브라질을 위해 헌신을 한 것이다. 놀라운 희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브라질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금 이야기이다. 처음 브라질을 발견한 개척자들은 금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후에 포르투갈은 내륙 원정에서 금이 나는 지역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다이아몬드도 발견된다. 브라질의 금과 다이아몬드 매장량은 엄청났는데, 초기에 전 세계 발견된 금과 24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5분의 1을 차지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물론 이는 다 포르투갈의 차지였다.

 

그러나, 문제는 금의 매장량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불과 50년이 채 못되어 금은 바닥나고 포르투갈은 직격타를 맞아 경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마치 로또를 맞아 수십억을 벌었는데 이 돈으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돈은 추가로 계속 필요한데 수십억이 바닥난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반면, 브라질은 황금을 발견하러 떠났다가 비옥한 광야를 발견하고 정착하며 마을과 도시가 생겨나게 되었다. 인구가 골고루 분산되면서 좀 더 균형을 잡게 되어 해안 국가가 아닌 진정한 국가로 변하게 된다.

 

포르투갈은 나폴레옹에 의해 결국, 왕실 가족이 1만 5천 명의 사람들과 함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가게 된다. 이로 인해 브라질은 각종 규제가 철폐되며 리우데자네이루는 학술 기관, 박물관 등을 갖추게 된다. 이제 포르투갈과 브라질은 정치적으로 완전한 평등한 나라가 된 것이다.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에 대해서도 저자는 이야기하는데, 바로 설탕과 담배, 그리고 카카오였다. 이 3가지 상품들이 18세기까지 브라질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세 기둥이라고 저자는 표현한다. 그 이후, 브라질은 커피를 통해 다시 한 번 세계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그러나 브라질 경제는 커피에 너무 의존하게 되고 커피값이 떨어지자 국가의 재정은 휘청거리게 된다. 이어 브라질은 고무나무를 통해 큰 이익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 고무나무 씨앗이 영국과 싱가포르, 수마트라, 자바 등으로 퍼져가게 되면서 말레이시아에 생산력이 밀리게 된다. 

 

또한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수출이 막히고 주요 물품 수입이 불가능해지게 되었다. 브라질은 이러한 위기를 맞으며 전화위복을 도모하게 되는데, 국내의 산업을 육성하게 되고 공산품과 수공업 제품도 생산하여 자급자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이제 더 이상 한 가지 수출품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시발점이 된 것이다.

 

<미래의 나라, 브라질>에는 역사와 경제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만 동시에 문화 및 주요 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며 한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재밌게 풀어낼 수 있는 저자의 탁월한 능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슈테판 츠바이크를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따라서, 단지 브라질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들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한 번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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