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 - 빛나는 20대, 너의 눈부신 꿈을 이루기 위한 청춘지침서
이지성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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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른스럽다는 말이 달가운 소리는 분명 아니었는데 그 때가 자주 생각난다. 20대는 꽃같은 시기기도 하지만 치열하게 힘쓸 시기라는 말이 더 가깝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정말로 어른이 되버렸기에 당당히 칭얼거릴 수 있는 어린 아이 때가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바람은 바람일 뿐! 스무 살, 어른이 된 기념으로 책을 폈다. 알록달록한 표지가 책이라기보다는 일기장에 가깝다. 내부는 그와 잘 어울리는 사진들로 가득하다. 그 분위기에 맞게 인생의 조언자이자 오빠로 등장한 이지성 님의 글은 친근하다. 근데 내용은 좀 살벌하다;;

 

자기 계발서로 유명한 저자의 과거사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성공을 더 돋보이게 하는 그의 20대는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못해 힘든 눈물의 나날이었다. 교육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글은 쓰고 싶었고, 여건은 마땅치 않았다. 그래도 꿈을 놓지 않았다. 이제는 출판사에서 여러번 거절당했던 무명 시절 과거 책들까지도 베스트셀러다. 이렇듯 지름길이 아닌 길을 택했어도 그는 걸을 수 있었다. 

 

인생의 쓴 맛을 20대에 경함한 조력자로서 그는 말한다. 네 20대는 빛나고 있다고.

 

인생을 바꾸기 위해 해야 할 일들.

하나,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지 말 것.

둘, 이미 일어난 일들을 후회하지 말 것.

셋,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아쉬워하지 말것.

난 네가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면서 바꿀 수 있는 미래를 향해 날아갔으면 좋겠어. 하지 못했던 것들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들을 바라보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갔으면 좋겠어. 뒤를 돌아보면 앞을 볼 수 없으니까.

 

소녀에서 여성으로 변할 때, 성숙한 아름다움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이 외적인 면에만 치중되 잘나가는 남자를 잡기위해서 편히 대우받기 위해서가 아니었음 한다, 말한다.  

 

얼마전에 부흥회에 참여했는데, 부흥회를 맡은 목사님은 여자를 과일로 비유하셨다. 그 유머에 사람들은 웃었지만 웃음에서 씁쓸함도 묻어 있었다. 나이 많은 여자는 토마토가 되어 과일도  아니면서 과일 집에 턱하고 있다니.

 

토마토는 누구나 되겠지만 알멩이가 가득찬 토마토냐 덜 익어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책에서 소개된 자기 분야에 영향력 있는 여자, 빛나는 여자가 그런 인물들이라 할 수 있겠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죠? 에 대한 해답을 직접 뛰면서 알아보라고 한다. 그 말이 굉장히 굉장히 두루뭉술하게 느껴졌지만 내가 갈 길에 대한 어떤 뚜렷한 방향은 내가 찾아야한다는 것은 정말 당연한 거 같다.  

  

하고 싶은 일을 그리며 그것을 열심히 쫓고 또 많은 자기 계발서들을 읽어서 내면을 꾸미는 모습은 빛나는 20대의 모습이라는 것.

 

사실 책은 여성, 특히 목적 근처에서 헤매는 20대 여성을 독자로 한정시킨다. 만약 어떤 위로를 받고자 헤매는 것을 마치고자 책을 본다면 좀 놀랄거 같다. 치열하게 살아 남기를 강조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긴장은 마구 된다. 느슨해질때마다 읽으면 동기부여 확실될 거 같다. 어쨌든 20대의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해서 좋기도 하다.

 

마음속으로 열을 세고 시계를 봐 주겠니? 십초가 흘렀을 거야. 좀 잔인한 이야기를 할게. 넌 방금 십초 넘게 늙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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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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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온종일 비가 내린다. 비오는 날이 참 좋았었는데, 이제는 비를 마음 놓고 맞을 수도 없으니 많이 아쉽다. 울적함을 뒤로 하고 이 책의 첫장을 폈는데, 날씨 예보를 연상하게 하는 제목 때문인지 왠지 비오는 오늘 읽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늦은 밤의 빗소리도 잊을 정도로, 웃기도 하고 살짝 눈물도 흘리며, 기대 이상으로 정말 즐겁게 봤다.

 

DJ 데블이 예보하는 오늘은 절망 자체. 나고단, 이보출, 박대수 이 세 사람의 오늘이 여느때와 다를바 없이 우울할거라며 섬뜩한 웃음과 함께 악담을 퍼붓는다. 

 

 먼저 나고단씨, 그는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고 나이트클럽의 '쫌만 더'로 고참이 되었다. 그의 별명 쫌만 더는 키 작은 그의 서러움을 유쾌하게 표현한 것이다. 모아둔 돈을 사업에 투자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도 또 일어섰지만 빚더미의 노숙자 신세가 되어버렸다. 여자친구 겸 아내였던 여자가 바람 나 도망가고 무정자증이라 자식도 없고, 하나뿐인 형은 캄보디아에 우물 팔러 떠나버리고. 성산대교에서 자살하려다 공익 근무원들에게 차라리 여의도에 가서 죽으란 말을 들었고 그를 위로하는 사람은 아무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여의도 반포대교에서 준비를 마친 그에게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나타나는 보조 출연자 이보출씨는 그에게 5천원을 준다.

 

 보조 출연자 이보출씨는 내 인생에서는 엑스트라가 되지 말자며 조기 종영할 사극의 마지막 장면을 찍고 있었다. 일당 4만원을 모아 멀리 떨어진 초등학생 아들과 같이 살 날을 바라며 오늘도 죽기살기로 일하지만 사실 그는 박대수씨에게 쫓기는 신세다. 대박을 꿈꾸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 다 말아먹었기 때문.

 

 딸 봉봉이의 골수 기증자를 기다리는 박대수씨는 살아오는 동안 한번도 남에게 무엇을 준적이 없다. 이보출씨을 돈을 받아낼 목적보다는 딸에게 무능한 아빠가 되기 싫어 뭔가는 해야겠다 싶어 쫓는거다. 이보출씨의 아들을 납치했는데 이보출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초조하다. 꿈에서 봉봉이는 건강한 숙녀로 성장해있다. 빗줄기가 그의 얼굴을 때린다. 빗물 섞인 눈물이 주르륵. 그는 신에게 빌어본다. 딸을 살려달라고.

 

책을 덮고 창 밖 하늘을 보니 어느덧 토요일 아침이 되어버렸고, 비는 여전했다. 그 비가 주님의 손길 같았다. 박대수씨의 얼굴을 감싼 빗줄기가 성령님의 은혜가 아니였는지. 신께서는 그의 기도를 들어주셨을까?   

 

어쨌든 3사람의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런데 DJ데블이 전하는 예보에 따르면 그들의 20년은 달랐다.

 

나 DJ 데블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여러분들이 오늘 하루만 바라보는 거, 미련 두고 먼 미래까지 바라보지 말고, 그냥 오늘 하루에 다 끝내버리는거. 왜냐하면 나에겐 오직 하루만 있거든요. 하루만으로 족하지요, 모든 걸 끝내버리기에는. 흐흐흐. P215

 

저자는 IMF 가장들의 한숨을 보고 동료 연예인들의 자살을 겪으며 위로와 사랑이 가장 필요할 때라 생각했다 한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이 소설은 전하는 바를 뚜렷하게 말해준다. 한발짝만 다가가면 인생이 얼마나 유쾌하고 희망이 있는지, 주변에 응원의 손길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세사람 사연의 정황을 들으니 어느 누구를 탓할 수 없구나는 생각이 든다. 박대수씨가 이보출씨의 뒤를 쫓는 이유도 돈을 못 갚는 이보출씨의 정황을 들으니 함부로 판단해야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개인의 사연이 있고 내가 그들이 되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오로지 신만이 그것을 아신다. 전할 수 있는 것은 위로의 말, 자만과 허세가 없는.   

 

사랑은 하는 겁니다. 내일이나 모레 할 거라고 얘기하거나 계획하는 게 아니고 그냥 지금 바로 하는것, 그게 사랑입니다. P225

 

"진짜 사랑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거라고" P199

 

다음은 정말 울컥했던 장면이다.

 

바로 그 순간.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나는 보았다. 슬픔이 영혼을 꽉 채울 때, 인간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악을 쓰던 아저씨의 화난 두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스며들더니 이내 눈물은 방울되어 떨어지고, 그 눈물방울이 땅에 땋기도 전에 체념한 듯한 그의 눈동자는 마취제를 뿌린 것처럼 무표정하게 변했다. 이윽고 "허"하고 토해 낸 그의 작음 한숨은 신음 소리조차 낼 수 없는 고통이 영혼을 짓누르는 소리처럼 들렸다. 어쩌면 농담조로 내뱉은 반포대교로 가서 뛰라는 한마디에 그는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마음 깊이 아파했다. 그 때 나는 주먹을 들어 직접 가격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처절하게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P243 

 

휴식은 할 수 있지만 절대로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작가의 말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유쾌하고 감동적이었다. 다만 힘든 가장을 대표하는 세사람 말고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으면 더 공감이 되었을텐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친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소설, 재밌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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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인생의 세 가지 조건 - 1000가지 죽음이 가르쳐준
오츠 슈이치 지음, 박선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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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기 계발서에 흔히 볼 수 있는 말이 있다. 내일 죽는다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라, 인간은 죽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다 등등. 그런데 죽기 살기로 목표를 향해 뛴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조금 달리 보는것 같다. 소개된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말하고 있는 사실은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크리스천으로서 죽음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막상 내 인생의 카운트다운을 알 수 있다면 조급해지고 무서울거 같다. 과연 제대로 살았나 하며.  

 

행복에 대한 다른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저자는 호스피스 전문의로 시한부의 인생이 흔히들 생각할 수 있는 비극의 말로라고 보지 않는다. 겪어보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상황에 있는 환자들이 작별할 때까지 그 순간순간을 즐겁게 보내려는 것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어찌나 태연한지, 장례까지 담담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체념을 넘어 행복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임종을 지켜본 저자가 말하는 바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괴롭지 않을 정도로, 부족하지 않을정도로 욕망을 다스리면 행복은 저절로 온다이다. 누구나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매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그러나 지나침 없이 살다보면 미소 짓으며 눈 감을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후회없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자는 말이다. 흔한 말이지만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것,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려워 회피하고 싶고 진지하게 묻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인생은 유한함을 깨달아 생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살면 그 사람의 인생은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선의 인생은 무엇이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죽게 될때 후회가 없을까, 진지하게 물어볼 기회였다. 굉장히 어려운 답이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다해 일하는 것이 내 최선의 삶인거 같다.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 가장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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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북에이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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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빌려 본책이라 띠지 없이 봤다. 강추란 말 듣고 살펴보니 미스터리 소설, 그래서 스포일러를 최대한 읽지 않으려고 줄거리도 안보고 펼쳤다. 책이 어떤 책인지 정확히 모르고 봐 읽으면서 순간 순간 놀랐다. 읽다보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녀가 장애를 극복하는 성장 소설에 가깝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별채에 잠들어있던 그녀와 사촌이자 친한 친구인 또 다른 소녀 그리고 할아버지가 불에 휩쓸리게 되는데 소녀 혼자만 살아남게 된다. 신체 대부분 3도 화상을 입은채로.

피부 이식으로 손가락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그녀는 할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게 되고 주변의 시기와 이유 모를 위협에서 시달리지만 최고의 피아니스트의 도움을 받아 음악에만 몰두한다.

 

이쯤되니 성장 소설이란 확신이 섰다. 소녀가 사고 후 몇달 만에 놀랄만한 연주 실력을 뽐내는 장면 그리고 학교를 대표하여 콩쿠르 대회에 나가는 장면까지 주인공의 성장기는 감동적이다. 응원하며 열심히 보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전환된다. 어머니가 살해당한 것이다. 작가의 소개글을 보니,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상을 받았단다. 분위기는 분명 뭔가를 말해주는듯 한데, 가족 내부의 심상치 않은 어떤 것을 그녀도 그녀를 가르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도 제쳐두기에 독자인 다시 음악으로 돌아갔다.

 

읽다 보면 그럴때가 있다. 일본어를 몇개월만에 공부한 어떤 분의 에세이를 보다가 몇번이나 그만두었던 일본어를 다시 공부하고 싶어져 책을 펴게 될때, 인문학 책을 보면 오프라인,온라인으로 인문학 강의를 찾아 듣고 싶어질때, 어떤 시련을 극복하고 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보면 용기를 얻게 될때가 말이다.

 

안녕,드뷔시도 비슷했다. 글로써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묘사하는 부분은 이 책이 놀라운 이유 가운데 하나였는데 특히 소녀가 드뷔시의 달빛에 빠져들어 '왜 이태까지 이런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을까' 하는 장면은 최고 중의 최고였다. 피아노를 배우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늦은 시간인데도 피아노 뚜껑을 당장이라도 열어 건반을 치고싶은 그런 마음을 글로 느낄 수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음악 소설은 읽어본적이 없어서 그런가. 

 

감격적인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다. 화상을 입은 주인공이 딛고 일어나는 부분은 뭉클하다. 바로 얼마전에 『지선아, 사랑해』라는 이지선 님의 에세이책을 봤다. 그래서 그 분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는데 소설로도 인간의 놀라운 의지를 느낄 수 있다니, 놀랐다.

 

주인공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우승자로 명명되는 최고의 장면을 놀라운 반전이 대신한다. 안타깝게도 그간의 모든 감정을 싹 사라지게 만드는 꺼림칙한 반전이었다. 작가가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들이 반전을 위한 장치로 느껴진게 분통하기까지 했다. 뭐, 이 분야에서 으뜸가는 상을 받으려면 반전과 트릭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반전을 보고 나니 왜 독자의 시선을 다른 곳(성장기)에 두고자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초반 등장했던 사촌인 '또 다른 소녀'를 왜 등장시켰고 그녀의 가족사(인도에서 쓰나미로 부모님이 죽었지만 그녀만 가까스로 살아남아 소녀와 같이 지내게 되었다)를 소개했는지, 이렇게 빨리 퇴장시킬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반전은 상상치도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작가가 묘사하는 아름다운 예술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잊혀지고 말기 때문이다. 

 

사람 마음까지 움직이게 만드는 '예술가'가 되고자 하는 주인공의 꿈과 열정이 이런 예상 가능할뻔 한 반전을 숨기기 위함이였는지, 그런 생각도 든다. 

 

소녀가 드뷔시에게 안녕을 고하는 것처럼 소설을 읽는 동안의 감동, 글로 느낀 음악의 세계는 덮고나니 굿바이가 된 것 같다. 꺼림칙한,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게하는 반전은 오래도록 기억될 거 같다. 처음부터 반전을 기대하고 봤다면 대단한 반전이야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것보다도 명장면이 정말 많았기에한 줌의 먼지』같이 결말이 두개였다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든다.

 

 

 

"일도, 사생활도 실의와 절망의 연속. 실제로 한계에 몰렸을 거야. 요양 중이던 아일리겐슈타트에서 유서까지 썼으니까."

"유서…"

"그래. 다만 이 유서라는게 참 유서답지 않은 유서라 말이야. 간단히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야. '나는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향해 걸음을 서두르련다. 목동의 노래를 다른 사람은 듣는데 나에게는 들리지 않았을 때는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내 예술만이 그런 마음을 붙잡아 주었다.' 알겠지? 고뇌를 이야기하기는 해도 이 세상에 작별을 고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절망을 딛고 일어나 고난을 극복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하는 내용이지. 실제로 베토벤은 이 이듬해에 <교향곡 제3번 영웅>같은 위풍당당한 대작을 발표했거든. 낭떠러지 끝에 몰린 인간의 엄청난 반역 정신. 그 의지가 낳은 힘찬 음악…" p231

 

 

"다시 베토벤으로 돌아가서, 귀가 들리지 않아도 지휘봉을 입에 물고 피아노와 격투하는 모습. 흙투성이가 돼서, 눈물범벅 땀범벅이 돼서,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 하는 의지. 어쩌면 사람은 오래 사는 생명보다 계속 싸워 나가는 의지 쪽이 중요한 게 아닐까.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는 분명히 그런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해."p233

 

 

한사람은 유서를 씀으로써, 또 한 사람은 촉망받던 장래와 결별함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란 뭘까. p265

 

 

사람이 감동하는 건 언제나 사람의 마음이거든, 그 마음을 형태로 한 게 예술성이야. p273

 

 

도망치는 것을 배우지 마라. 그만 싸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기 자신에게 지지 마라. p341

 

 

"성공하는 사람은 원래 어디선가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 법이야. 평탄할 길, 온당한 장소에 연연하는 인간은 등산도 못 하고, 하물며 하늘을 날지는 절대 못 하는 법이다, p195

 

 

사람은 누구나 강해지고 싶어 하지만, 예기치 못한 불행이나 타고난 약함 때문에 좌절할 때가 있다. 그런 때, 어둠에서 빛이 있는 곳으로 이끌어 주는 것은 바로 곁에서 뻗어 주는, 피가 흐르는 손이다. 자기와 마찬가지로 나약하지만 의지의 힘으로 극복하려고 발버둥치는 인간의 뜨거운 손이다. 그에게 음악은 그런 손인지도 모른다. p253

 

 

아무리 절망해도, 아무리 좌절해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잿더미 속에서 불사조가 부활하듯 다시 용감하게 일어설 수 있다. 특별한 사람들뿐 아니라 모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그 힘이 깃들어 있다, p256

 

 

손가락에 장애가 있어서 피아노를 온전히 칠 수 없다?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을 테니 목소리를 내기 싫다? 역시 나는 형편없이 비겁한 인간이다. 그런 건 싸움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싸우는 사람은 부상을 입어도 싸운다. 싸우는 사람에게는 타인의 시선도, 논리도 상관없다. 그저 자기의 무기와 전쟁터가 있을 뿐이다. 나는 무기를 버리고 전쟁터에서 도망치려 했던 패잔병이었다. 도망치면 확실히 편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편한 길을 택해 얻게 되는 것은 태만, 그리고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의 시간뿐이다. 모든 싸움은 즉,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한번 도망치기 시작하면 점점 더 싸우기가 겁이 난다.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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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라비아 - 힘을 복돋아주는 주문
박광수 글.사진 / 예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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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출간된 책을 인터넷에서 처음 보았을때 소개 문구처럼 마법같은 책이 아닐까?했다. 광수 생각처럼 웃을 수 있고 위로 받을 수 있는 그런 마법 같은 책 말이다. 마법을 믿었던 유치원때의 가물가물한 추억이 떠올랐다. 표지 아래 은빛을 입은 여러 문양들은 당시 자주 보았던 '쿠루쿠루'란 만화를 생각나게 했다. 무시무시한 공격을 막고자 마법사 소녀가  지팡이를 들고 바닥에 마법을 일으키는 그림을 그리는데, 책 표지의 그것들과 너무 비슷해서 정말 추억 돋았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의외로 광수 생각의 만화 캐릭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마음을 울리는 글이 있다. 광수씨를 연상시키는 만화 캐릭터는 없었지만 인생 살이와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여전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현실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동시에 바라보게 하는 사진과 글은 공감이 많이 갔다.

 

현실적이면서도 그런 것 같지 않은(정말 잘 찍어서) 광수님의 사진을 보고 있으니 이 사람 만화만 잘 그리는게 아니구나, 감탄했다. 기가 막히게 사진이 멋지다.   

 

하지만 나에게 본래 사진을 담은 에세이는 좀 지루한 책이다. 앗싸라비아도 '힘을 북돋아 주는 주문, 앗싸라비아'를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사진에 집중해야하는지, 글에 집중해야하는지, 도대체 이 사진들이 책의 주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감이 안 잡혔다. 

  

물론 저자의 감각을 그대로 살린 사진과 글은 멋지다. 다만 서로 어울리지 않은 글이 좀 많았을뿐;;; 눈을 감으면 느꼈던 감격이 어디론가 증발해 버린 듯한 기분이다. 앗싸 하고 외치고 싶은 글을 읽다가도 옆에 실린 사진을 보면 급 우울해지는.

 

다 읽고나니 세상은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하다를 사진으로 읽은것 같다. 비록 앗싸라비아라는 주문은 읽어낼 수 는 없었지만 그래도 마법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 추억을 북돋아 주는 주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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