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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오리지널 초판본 고급 양장본) ㅣ 코너스톤 착한 고전 양장본 2
헤르만 헤세 지음, 박지희 옮김, 김욱동 해설 / 코너스톤 / 2025년 4월
평점 :
언젠가 블라인드란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공감을 받고 돌아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한국인들이 불행한 이유에 대하여 적힌 글이었다. 대략 보여주는 인생을 살고, 남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정형화된 패턴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여, 자기 인생을 못산다, 남 눈치보다 80년 인생이 끝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정형화된 이 시기에 이것을 갖추고 있어야하며, 그러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는 프레임이 전 사회를 지배한 것 같다. 말그대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는 것은 두려움 밖으로 나오는 일인데, 그것은 많은 도전과 고통을 수반한다. 나도 사회에 도태되어 가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세월을 허무하게 보낸 입장에서, 사회가 만든 프레임이란 수레바퀴에 결국 깔려 죽은 한스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는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에 맞추어 신학교에 들어간 한스, 그렇지만 시작이 그렇듯 끝도 남들에게 맞추어 관둔 한스, 결국은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하고 끌려다니다가 과거에 묻혀 죽게 된 한스. 이 소설의 시작과 끝은 청춘의 슬픔 그 자체이다. 성공적인 성장소설이 아니라, 세상의 기준과 판단에 갖혀 실패를 딛지 못한 실패한 청춘의 이야기는 지금의 내 고민에 큰 울림을 준다.
내가 만든 수레바퀴를 돌리며 살고 있는지, 아님 남이 만든 수레바퀴 아래서 깔려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하게 된다.
한스는 왜 극복하지 못한 걸까. 그의 유약한 내면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잠깐 살다 가는 인생, 왜 그렇게 끌려가게 되는지, 내 내면의 소리에 내가 먼저 나서서 용기를 북돋아줄 수는 없는 것인지. 인생에 정해진 답이 없으니, 정해진 답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된다. 이렇게 사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저렇게 사는 것은 불행해 하는 사람들의 말속에서, 그치만 그것이 아닐 수도 있어, 이런 길도 있는 걸 하고 말할 용기가 있었다면, 결말이 다르지 않았을까.
많은 고민을 주는 책이다. 수레바퀴에서 깔려죽을지, 타고 오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