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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김병완 지음 / 아템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에도 수십 권씩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보면은 책만 읽고 사는 것은 어떤 삶인지 호기심이 몰려온다. 유한한 시간 동안 원하는 책들을 원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게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면서도 시간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천국 같은 곳이라면 가능할 수 있겠다는 기적 같은 바람도 생긴다. 그러니 책과 나만 있는 그곳, 시간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도서관이 정말 이 세상의 낙원이고 천국일지도 모른다.
많은 책은 아니지만 좋은 책들과 함께 했었다. 내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늘 같이 있었는데, 바로 울 엄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향한 마음을 키워주고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장본인이지만, 읽고서도 같은 생각, 같은 말을 하는 나를 나보다도 더 질려한다. 책에서 본 열정에 박수만 보내고 마는, 그저 부러워하고 있기만 한 모습. 또 신앙 서적을 읽고서 여전히 미성숙한, 제자리인 믿음의 자세. 쌓아둔 책들이 무색하게 이런 매번 똑같은 말과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고민이 된다. 내 책값은 거의 내 주머니에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욱 고민이 된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진정한 변화가 내게도 일어날까.
독서에 있어 내가 당장 고민하고 계속 고민할 점은 내가 바라는 나 자신을 책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바로 변화다. 책의 정신이 타고 들어와 의식이 변화되었다는 이 책의 저자의 삶을 읽기 시작했다.
도서관만을 1000일간 출석한 중년의 가장. 잘 나가던 회사 생활을 청산하고 오로지 책만 읽었다는 저자. 눈동자에 글만 담아 보낸 3년으로 저자는 완전히 변화되었다. 그 결과물로 33권의 책이 탄생되었으며 여기저기서 변화된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책이었다 한다.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했던 건. 기존의 방식을 모두 철퇴하고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으며 오롯이 책만 읽은 저자에게 도서관은 행복과 성취감의 장소가 되었다. 그가 말하는 책의 힘은 무엇일까.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위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나 자신을 성찰하고 탐구하고 성장시켜야 했다.(p77)
독서를 통해 얻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사고력이다. 그 사고력의 총합이 바로 의식인 것이다. 즉 사고의 흐름을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책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완전하게 달라진다. (p117)
저자는 순수한 목적으로 책을 대했다. 방대한 경험과 지혜의 총체를 경외하며 진정하게 즐기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책의 세계를 걸어 다니는 마법에 빠진 사람처럼 새로운 세계가 주는 즐거움에 완전히 취했으며, 능력과 지식이 아니라 의식이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을 통해서 의식과 태도가 완전히 변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책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또 키웠기 때문이었다. 두려움, 염려를 이기게 하며 내면을 강하게 하는 힘이, 세상을 달리 보는 힘이 다독을 통해서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을 확신하는 힘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이렇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좀 더 근원적으로 살피고 있다. 돈과 성공이란 수단으로 접근하지 말고 나 자신의 의식을 변화하기 위하여 책을 친구로 스승으로 삼으라 권한다. 변화를 향한 동기를 심어준다. 그러나 내면의 동기를 강조하기를 반복하다 그친 점은 많이 아쉽다. 저자 스스로에게 이루어진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과 의식의 변화는 제목과 달리 세세하지 않았다. 읽었던, 저자의 다른 2권들과는 다른 에세이 같은 형식을 기대했었고, 1000일 중의 하루가, 그 날 하루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했었다. 책의 힘으로 내면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는 스스로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게 당연하긴 하겠지만...
책에서는 책의 힘을 배웠으니 이번에는 책의 힘으로 변화되는 의식을 스스로에게서 찾아보고 싶다. 변화는 생각의 변화에서 오고 책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겠다. 책을 뚝딱 해치우듯이 읽지말자 다짐한다.
불확실하고 막연하며 나 자신에 대한 확신보다는 내 안의 두려움이 더 클 때, 책만큼 확실한 게 없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