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재밌다! 월루 중에 짬짬이 읽느라고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족히 일이백 페이지는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약간 급하게 마무리가 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나는 친절한 결말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편이 더 좋다. 전에 읽은 <괴담의 테이프>보다 구성과 주제 면에서 훨씬 완성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으스스함을 목적으로 한 괴담이라기보다는 일본의 민속신앙적 요소가 들어가 있어서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꽤 스릴감 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묘사와 이야기를 전개하는 힘이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약스포*노조키메의 유래와 정체가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한 2장 중반부터 무섭다기보단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한 공동체에서 전해지는 귀신과 괴물은 그 집단에서 가장 천대받고 멸시당하던 존재로 그려지곤 한다. 피지배집단을 혐오하면서도 세포 하나까지 착취하던 지배집단의 일말의 죄의식(?)이 그런 식으로 표현되는 것일테지만 입맛이 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연결해서 읽기: <귀신과 괴물> 소명출판
반전이 다소 예측가능했다는 평이 종종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정신도 못 차리고 당해버렸다(??) 마무리 자체가 아쉽다기보다는 완결로 끌고가기 위해 이용한 소재나 설정이 약간 뜬금없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하지만 분명히 흡인력이 있는 문체와 묘사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작가의 약력이 아주 특이하다. +그나저나 개정판에까지 오탈자가 이렇게 많아도 되나.. 작품이 아니라 출판사에는 별 한 개도 주고 싶지 않다 -.-
오랜만에 옥상 위의 민들레꽃이 읽고 싶어져서 구매했다. 고교 시절 한 학생이 옥상에서 투신해 생을 마감하는 일이 있었고, 학교에서는 쉬쉬하며 창문에 정말로 쇠지렛대를 박아넣었다. 감성이 예민하던 시절의 나에게 한 뼘 이상 열리지 않는 교실 창문은 그 자체로 마음 깊이 상흔을 남겼다. 나에게도 모든 순간이 단애에 선 듯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한 발자국만 떼면 정말 끝날 것 같았는데, 거짓말처럼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잠시 망설이다 받은 전화의 수화기 너머로 ‘사랑하는 아무개야, 뭐 하고 있었어? 저녁은 뭐 먹었어?’라고 묻는 친구의 목소리에 꾹꾹 눌러담은 울음이 담겨 있어서 나는 그날 죽지 않기로 결심했다.인간의 마음과 건강을 연구하고 있는 지금, 나는 사회의 가장자리로 떠밀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적 안전망이 반드시 필요함을 말한다. 그러나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아두는 것은 다정하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보인 작은 관심, 누군가가 오래전 전해온 마음일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안다.
봄이 다가온 기념으로(?) 최근 괴담 시리즈에 골몰하고 있다. 직전에 읽었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과 설정도 전개도 상당히 비슷하다. (요즘 일본의 미스터리/공포 소설은 모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는 것이 유행인가?) 미쓰다 신조는 이 작품으로 처음 접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이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정도라면 <괴담의 테이프>는 제법 무섭다. 얼핏 이토 준지 느낌도 나서, 이어서 <노조키메>도 읽어 보려고 한다. 다만 번역이 친절하지 않다. 방해가 되는 정도는 아니지만 일본어에서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표현 때문에 어색한 문장이 왕왕 있고, “오봉”과 같은 고유 명사에 따로 주석을 달지 않아 일본 문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다. 그나저나 이 책을 구매하기 직전 읽었던 블로그 리뷰에서 ‘비 오는 날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문장이 책을 덮을 때쯤 떠올랐는데 그 사람 좀 너무하지 않나?
무섭다기보다는 오싹하다. 단편 괴담 여러 개를 소개한 다음에 알고보니까 그 괴담들이 하나의 괴현상과 연관이 있다더라~ 하는 류의 글이 요즘의 트렌드인가? 아주 큰 기대를 갖고 읽었는데 읽는 재미는 있었지만 연결고리가 조금 작위적인 데가 있다고 해야 하나, 마무리가 아쉬워 별 한 개를 뺐다. 가볍게 읽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