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옥상 위의 민들레꽃이 읽고 싶어져서 구매했다. 고교 시절 한 학생이 옥상에서 투신해 생을 마감하는 일이 있었고, 학교에서는 쉬쉬하며 창문에 정말로 쇠지렛대를 박아넣었다. 감성이 예민하던 시절의 나에게 한 뼘 이상 열리지 않는 교실 창문은 그 자체로 마음 깊이 상흔을 남겼다. 나에게도 모든 순간이 단애에 선 듯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한 발자국만 떼면 정말 끝날 것 같았는데, 거짓말처럼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잠시 망설이다 받은 전화의 수화기 너머로 ‘사랑하는 아무개야, 뭐 하고 있었어? 저녁은 뭐 먹었어?’라고 묻는 친구의 목소리에 꾹꾹 눌러담은 울음이 담겨 있어서 나는 그날 죽지 않기로 결심했다.인간의 마음과 건강을 연구하고 있는 지금, 나는 사회의 가장자리로 떠밀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적 안전망이 반드시 필요함을 말한다. 그러나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아두는 것은 다정하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보인 작은 관심, 누군가가 오래전 전해온 마음일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