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론장에서는 가부장제를 유교문화의 산물 내지 이데올로기라고 믿는 착시가 있는 것 같다. 남한의 자본주의가 민법과 노동구조 등을 통해서 재발명한 게 가부장제인데, 이것을 이야기 할 때 ‘가부장적인 남성 노동계급’이라는 사적 성향의 문제로 귀결되는 논의가 아쉽다.
“사람을 잡아먹는 자판기” 라는 공통 테마를 가지고 단편집을 엮은 구성이 좋았다. 특히 첫 작품 “사쿠라코 이야기”는 괴담으로서 만듦새가 훌륭하고 꽤 오싹했다. “쾌: 젓가락 괴담” 처럼 테마를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괴현상의 원인이나 이것이 나타나는 변주에도 공통점이 있다는 방식으로 보다 통일감 있는 구성의 단편집도 기획되길 기대해 본다.
오랜만에 꽤 잘 쓰인 한국형 공포괴기단편선을 발견해 기쁘다! 트위터에서 누군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소개하기에 오히려 아무 기대 없이 읽었는데(!)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상당히 고어한 편이나 그래서 더 인상깊다. “초신당”과 “상실형”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작가의 말에 담긴 작가님의 후기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