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수동적인 삶을 살았던 한 여성 윌라 드레이크가 처음으로 본인의 의지에 따라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라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다. 정확히는 새로운 삶을 찾아 나가기까지,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녀의 삶 속에 들어가 어린시절부터 노년의 모습까지를 보여준다.



11살 어린아이였던 1967년, 한창 미래를 꿈꿀 청춘인 1977년, 갑작스레 남편이 사고로 떠난 뒤 자식들과 혼자 남겨진 1997년. 그리고 현재 2017년.



책의 시작은 11살의 윌라부터 시작한다. 어린아이의 눈에 보이는 가족의 모습은, 이 아이가 어째서 수동적인 삶을 살수밖에 없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 중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희망과 자기 발견, 또 다른 기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퓰리처상 수상작가 앤 타일러의 매혹적인 소설!”





희망과 자기 발견이라, 분명 윌라는 노년에 희망과 새로운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처음으로 본인을 위한 선택을 했다. 하지만 조금은 씁쓸해졌다. 윌라의 어린 시절이 가정폭력으로 점철되어 있지 않았다면, 혹은 윌라의 아빠가 딸들을 위해 무언가 조치를 취했다면, 윌라의 엄마가 스스로 본인의 잘못을 깨닫고 바뀌려 노력했다면, 윌라는 조금 더 빨리 희망을 찾았을 거고, 자기 자신을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

언젠가 아빠는 "생각할 시간"이라고 말했었다. 엄마는 아빠에게 소리를 지르고 발을 쿵쿵 구르거나, 윌라의 뺨을 때리거나(뺨을 맞는 건 정멀 얼얼하고 수치스런 경험이었고, 당사자에게는 말도 못하게 무서운 일이었따) 아니면 일레인을 붙잡고 누더기 앤 인형처럼 마구 흔들고 나서는 양손으로 자기 머리를 쥐어 뜯을 것처럼 세게 잡아당겼다. 그래서 손을 놓은 후에도 양쪽 머리가 부스스하게 그대로 일어나 있었다. 그러고 나면 엄마는 충격에 빠져 쩔고 있는 온 집안을 뒤로한 채 혼자 사라졌고, 그럴 때마다 아빠는 "신경쓰지 마라, 엄마는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한 것 뿐이야"라고 말했다

"달걀 프라이를 해줄까, 스크램블, 아니면 삶아줄까? 어떻게 해줄까, 공주님?"

불같이 화를 내는 순간이 지나고 나면 늘 이런식이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엄마. 다짜고짜 혼자 집을 나가버렸다는 사실은 중요하지도 않고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마치 아무 일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몇 번은, 정말 무자비하게 화를 냈던 몇 번(엄마가 음식을 나누어주는 서빙 수저로 윌라의 뺨을 갈겨서 눈에 멍이 들었을 때, 그리고 일레인의 인형을 벽난로에 집어 던졌을 때)은 그러고 나서 마치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둘을 양팔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중략) 옛날에는 엄마가 그러면 윌라도 따라 울면서 엄마에게 매달려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고 쏟아놓으면서 당연히 용서한다고 말했었다.

"윌라, 난 자기를 사랑해. 맨 처음 봤을 때부터 자기와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걸. 난 곧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할 텐데 자기만 학교에 남겨놓고 가는 건 상상할 수도 없어. 자기도 나와 함꼐 가야지"라고 데릭이 말했다.

"나는 졸업도 안하고?"

"캘리포니아에 가서 학교를 마쳐도 되잖아."

"그냥 그 남자가 장난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서요." 데릭이 말했고, 윌라를 보며 얘기했다. "사실 자기가 총이 있다는 그 남자 말을 그냥 믿은 거잖아. 어쩌면 그 남자가 가만히 앉아 있기 지루해서 ‘심심한데 옆에 앉은 도도한 여대생에게 장난이나 좀 쳐볼까’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제가 윌라에게 청혼했고 윌라가 청훈을 받아주었습니다. 전 올해 여름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윌라는 졸업을 할 때까지 가디라고 싶어 해요. 물론 전 키니에서와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에 가서도 학업을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윌라를 설득해서 마음을 돌리길 바라지만, 아무튼……."

"괴팍한 엄마 밑에서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제일 슬픈 게 뭔지 알아? 그런 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은 또 엄마에게 두 팔을 벌리고 나가가 위안을 얻어야 한다는 거야, 정말 불쌍하지 않아?"

윌라는 아들들이 집에서 나간 후에도 계속 엄마에게 연락을 할지 궁금했다. 두 아들이 어린 시절을 좋았다고 기억할까, 아니면 엄마를 향해 어떤 불만을 쌓아 놓고 있는 건 아닐까? 윌라는 늘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는 언제나 ‘예측 가능한’ 엄마였다. 자식들이 엄마 기분이 어떤지 몰라서 노심초사하지 않게 하겠다고, 아침마다 방문을 살짝 열고 엄마의 기분을 살피며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불안해하거나 걱정하기 않게 하겠다고 윌라는 굳게 다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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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난 책을 좋아하지만 명실상부 비문학파였다. “A는 B다, B는 C다. 그래서 A는 C다” 같은 내용을 비문학 책을 참 많이도 읽었다. 반면 “A는 Z다”라는 문학 책은 솔직히, 조금은 어려웠다. 분명 문자, 즉 텍스트를 읽는는 것 자체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해설서나 설명문 형식의 문자일 뿐,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텍스트는 어려웠다. 아마 역사 서적을 주로 읽다보니 생겨난 일종의 독서편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뭐 물론 장르소설 같이 예외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비문학 서적을 선호했다.


그러다 작년부터 제대로 된 문학 소설을 하나, 둘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체 어떤 시각으로 이런 책들을 읽어야 하는지 도통 감이 안왔다. 그래도 무턱대고 읽기 시작하다보니, 문학 소설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변했다. 과거에 문학 소설은 읽기가 어려워 섣불리 다가설 수 없었다면, 지금은 조금은 어렵지만 막상 다가서면 곁을 내주는 존재랄까? 우와, 새삼스럽지만 놀라운 내 모습! 조금만 더 읽다보면 문학소설과 완전히 친해질 날이 올지도.



이번에 읽은 책은 항상 수동적인 삶을 살았던 한 여성 윌라 드레이크가 처음으로 본인의 의지에 따라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라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다. 정확히는 새로운 삶을 찾아 나가기까지,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녀의 삶 속에 들어가 어린시절부터 노년의 모습까지를 보여준다.


11살 어린아이였던 1967년, 한창 미래를 꿈꿀 청춘인 1977년, 갑작스레 남편이 사고로 떠난 뒤 자식들과 혼자 남겨진 1997년. 그리고 현재 2017년.


책의 시작은 11살의 윌라부터 시작한다. 어린아이의 눈에 보이는 가족의 모습은, 이 아이가 어째서 수동적인 삶을 살수밖에 없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언젠가 아빠는 “생각할 시간”이라고 말했었다. 엄마는 아빠에게 소리를 지르고 발을 쿵쿵 구르거나, 윌라의 뺨을 때리거나(뺨을 맞는 건 정멀 얼얼하고 수치스런 경험이었고, 당사자에게는 말도 못하게 무서운 일이었따) 아니면 일레인을 붙잡고 누더기 앤 인형처럼 마구 흔들고 나서는 양손으로 자기 머리를 쥐어 뜯을 것처럼 세게 잡아당겼다. 그래서 손을 놓은 후에도 양쪽 머리가 부스스하게 그대로 일어나 있었다. 그러고 나면 엄마는 충격에 빠져 쩔고 있는 온 집안을 뒤로한 채 혼자 사라졌고, 그럴 때마다 아빠는 “신경쓰지 마라, 엄마는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한 것 뿐이야”라고 말했다. P 032


“달걀 프라이를 해줄까, 스크램블, 아니면 삶아줄까? 어떻게 해줄까, 공주님?”

불같이 화를 내는 순간이 지나고 나면 늘 이런식이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엄마. 다짜고짜 혼자 집을 나가버렸다는 사실은 중요하지도 않고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마치 아무 일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P 044


그래도 몇 번은, 정말 무자비하게 화를 냈던 몇 번(엄마가 음식을 나누어주는 서빙 수저로 윌라의 뺨을 갈겨서 눈에 멍이 들었을 때, 그리고 일레인의 인형을 벽난로에 집어 던졌을 때)은 그러고 나서 마치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둘을 양팔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중략) 옛날에는 엄마가 그러면 윌라도 따라 울면서 엄마에게 매달려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고 쏟아놓으면서 당연히 용서한다고 말했었다. P 045


11살 윌라는 가족이라는 미명하에 가정폭력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누가 봐도 화목한 가정이지만, 그 속은 이미 썩을 때로 썩어 문드러져버린 가정. 엄마는 감정 조절이 안되었고, 그 때마다 윌라와 여동생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그러다 정신이 돌아오면, 본인이 후드려 팬 딸들에게 울며 사과를 한다. 이렇게 길 잃은 엄마의 분노는 딸들에게만 뻗친게 아니라, 남편에게도 향했다. 딸들과는 달리 성인이었던 남편은 그런 엄마의 분노를 받아주지 않았고, 분에 못이긴 엄마는 수시로 가출을 한다. 윌라는 이런 가정에서 자랐다. 수시로 분노를 표출하는 엄마와, 분란이 생기면 언제나 조용히 넘어가길 바랬던 아빠. 어떤 가정에서 자라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의 삶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진대. 다 큰 성인이 된 윌라가 어째서 수동적인 삶을 살수 밖에 없었는지, 이미 11살의 윌라에게 그 해답이 있었다.


“윌라, 난 자기를 사랑해. 맨 처음 봤을 때부터 자기와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걸. 난 곧바로 직장생활을 시작할 텐데 자기만 학교에 남겨놓고 가는 건 상상할 수도 없어. 자기도 나와 함꼐 가야지”라고 데릭이 말했다.

“나는 졸업도 안하고?”

“캘리포니아에 가서 학교를 마쳐도 되잖아.” P 053


“그냥 그 남자가 장난을 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서요.” 데릭이 말했고, 윌라를 보며 얘기했다. “사실 자기가 총이 있다는 그 남자 말을 그냥 믿은 거잖아. 어쩌면 그 남자가 가만히 앉아 있기 지루해서 ‘심심한데 옆에 앉은 도도한 여대생에게 장난이나 좀 쳐볼까’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P 066


“제가 윌라에게 청혼했고 윌라가 청훈을 받아주었습니다. 전 올해 여름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윌라는 졸업을 할 때까지 가디라고 싶어 해요. 물론 전 키니에서와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에 가서도 학업을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윌라를 설득해서 마음을 돌리길 바라지만, 아무튼…….” P 086


여대생 윌라의 남자친구 데릭, 그는 윌라가 결혼하고 싶어했다. 정확히는 윌라가 학업을 포기하고, 결혼해서 자기를 따라 타 지역으로 가기를 바랬다. 누가봐도 좋은 남편감이 아닌 데릭이다. 그런 데릭이지만 윌라는 그를 좋아했기에, ‘약혼’으로 끝내자고 이야기한 뒤 부모님께 데릭을 소개시켰다. 하지만 그자리에서도 데릭은 윌라가 결혼을 받아들였으며, 오로지 자기 편한대로 윌라가 학업을 포기하고 자기를 따라 나서기를 바랬다. 그러니까, 데릭은 윌라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었다. 윌라를 본인과 동등한 사람으로 본게 아니라, 자기 소유권 하에 있는 아랫사람으로 본거다. 저런 발언을 윌라의 부모님 앞에서도 개의치 않게 한 데릭이었는데, 윌라의 부모님은 글쎄. 엄마는 기분파였고, 아빠는 그저 조용히 넘어가려했다. 


아마 정상적인 부모에게 자란 윌라라면, 제대로 된 애정을 받고 자란 윌라였다면 저런 남자를 선택하지 않았으리라. 윌라는 비정상적인 애정을 받으며 자랐고, 본인 스스로도 부모님의 그런 행동이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어느정도 크고 나서였지만. 결국 이런 환경으로 인해 윌라는 하루라도 빨리 부모에게서 벗어나려는 선택을 하게끔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분란을 일어나지 않도록 그대로 둔 아빠를 보고 자란 윌라는 어쩔 수 없이, 데릭과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이 결혼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결국 윌라의 불완전한 어린시절은 인생을 바꾸는 일생 일대의 선택까지 영향을 미쳤다.



“괴팍한 엄마 밑에서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제일 슬픈 게 뭔지 알아? 그런 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은 또 엄마에게 두 팔을 벌리고 나가가 위안을 얻어야 한다는 거야, 정말 불쌍하지 않아?” P 101


윌라는 아들들이 집에서 나간 후에도 계속 엄마에게 연락을 할지 궁금했다. 두 아들이 어린 시절을 좋았다고 기억할까, 아니면 엄마를 향해 어떤 불만을 쌓아 놓고 있는 건 아닐까? 윌라는 늘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는 언제나 ‘예측 가능한’ 엄마였다. 자식들이 엄마 기분이 어떤지 몰라서 노심초사하지 않게 하겠다고, 아침마다 방문을 살짝 열고 엄마의 기분을 살피며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불안해하거나 걱정하기 않게 하겠다고 윌라는 굳게 다짐했었다. P 110


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 중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희망과 자기 발견, 또 다른 기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퓰리처상 수상작가 앤 타일러의 매혹적인 소설!”



희망과 자기 발견이라, 분명 윌라는 노년에 희망과 새로운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처음으로 본인을 위한 선택을 했다. 하지만 조금은 씁쓸해졌다. 윌라의 어린 시절이 가정폭력으로 점철되어 있지 않았다면, 혹은 윌라의 아빠가 딸들을 위해 무언가 조치를 취했다면, 윌라의 엄마가 스스로 본인의 잘못을 깨닫고 바뀌려 노력했다면, 윌라는 조금 더 빨리 희망을 찾았을 거고, 자기 자신을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

"괴팍한 엄마 밑에서 시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제일 슬픈 게 뭔지 알아? 그런 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은 또 엄마에게 두 팔을 벌리고 나가가 위안을 얻어야 한다는 거야, 정말 불쌍하지 않아?" - P101

윌라는 아들들이 집에서 나간 후에도 계속 엄마에게 연락을 할지 궁금했다. 두 아들이 어린 시절을 좋았다고 기억할까, 아니면 엄마를 향해 어떤 불만을 쌓아 놓고 있는 건 아닐까? 윌라는 늘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는 언제나 ‘예측 가능한’ 엄마였다. 자식들이 엄마 기분이 어떤지 몰라서 노심초사하지 않게 하겠다고, 아침마다 방문을 살짝 열고 엄마의 기분을 살피며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까 불안해하거나 걱정하기 않게 하겠다고 윌라는 굳게 다짐했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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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악센트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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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하는 것은 감동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 감동하는 만큼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너그러운 마음의 눈으로 내 안을 들여다보면, 겉으로 드러나기 않았던 근사한 부분이나 자랑할 만한 모습, 숨어있던 다양한 면모가 보인다. 모두 얼핏 봐서는 보이지 안는 것들이다.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내게 일어난 모든 일에 진심으로 고맙다고 생각하며 감사의 말을 반복했다.

일이나 일상에서 상대방의 편리를 위해 애써 작은 수고를 들이거나 마음을 기울여도 실제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배려가 상대방을 알게 모르게 기분 좋게 만들고 이것이 요리에서는 맛있음으로 연결된다. 일상에서는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쾌적함, 즐거움으로 연결된다.

주택 한 채와 만난 나는 오늘의 일상, 오늘의 일, 오늘의 모든 것에 깃든 ‘보이지 않은 곳의 몸가짐’을 정비하고 싶어졌다.

종이컵에 "Thanks!"라고 적어준 것이 오늘이 처음이 아닌지도 모른다. 여태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잘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곳에 수고를 들여 감사의 말을 써주다니, 서서히 감동이 스며들었다. 한마디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배웠다. 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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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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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싶은 물건을 손아귀에 넣는 순간 느끼는 성취감. 돈을 버는 건 언제나 어렵지만, 물건을 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견디며 돈을 벌 이유가 없었다. 지금의 나와 다른 생각이지만 그때는 그게 맞는 방향 같았다. 가장 손쉬운 기분전환, 수집인지 호딩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며 돈과 시간을 많이 썼고…

내가 오랫동안 고생했던 문제, 물질에 대한 통제력을 키우고 부러움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노력한 끝에 소비중독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었다. 지금은 감정적 소비가 드물뿐더러 물질 자체에 큰 비중을 두고 살지 않는다. 물질이 채우지 못한 공허와는 다른 감각으로 여백은 여유로웠으나 삶의 재미와는 거리가 있었다. 욕구를 느끼고 싶었다. 그런 내게 찾아온 부러움의 대상이 공부하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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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가이드북 -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2020-2021 최신 개정판
유철상 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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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집에서도 잘 노는 집순이긴 하지만, 여행다니는 것도 워낙 좋아해서 한달에 1회 이상은 꼭 여행을 떠났다. 당일치기든 1박이든, 타 지역으로 떠났었다. 하지만, 코로나19(우한폐렴)으로 인해 여행도 못가고 집콕한지 벌써 네 달째다. 온 몸에 좀이 쑤셔서 죽을 것만 같다. 그나마 외출이라고 할 만한건 회사 출/퇴근과 마트를 나가는 정도. 간혹 마스크 쓰고 몰래 다녀와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일단 회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하는 팀이 다름아닌 우리팀이다보니, 그 중에서도 바로 내가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보니, 섣불리 어디 나가기가 꺼려진다. 진짜 정말 마스크 딱 쓰고, 손 소독제 들고 다니면서 여행을 갔는데, 완전 재수가 없어서 확진자의 경로에 내가 있었다면? 와. 그 순간 회사에서 역적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코로나19 대응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이 없느냐’라고 무지막지한 욕을 먹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생각해보면 내가 다니는 곳들은 대체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유적지(특히 무덤^^)이 많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동안 멈췄던 무덤투어라도 다시 하면서 바깥 공기를 쐬볼까? 뭐, 그래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참아봐야겠지. 후에 생활방역으로 기조가 바뀌면 그때나 인적 없는 유적지나 찾아다녀야지.


고로 지금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랜선여행, 그리고 시국이 안정화 되면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여행 가이드북을 보며 여행계획을 짜는 눈으로 미리보는 여행. 물론 나는 책장을 넘길 수 있는 후자를 더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읽은 책은 2020년 개정판이 출시된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전국일주 가이드북』. 

2019년판을 읽은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그새 2020년 개정판이 나왔다. 대한민국 전국일주를 목표로 하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책이랄까? 


이 책이 다른 국내여행 가이드북과 다른 점은 여행지 소개에 있다. 대부분 국내여행 가이드북은 지역단위로 여행지를 소개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전국일주’를 표방한 만큼, 지역단위가 아니라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여행지를 소개한다. 아무래도 차를 이용하는 도로를 기준으로 한 여행서다보니, 당연히 휴게소 맛집도 있고, 계절별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도 소개해준다. 코로나19 때문에 봄 나들이는 망한 지금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가을(!!) 단풍이 멋진 드라이브 코스라던가, 단풍놀이에 최적화된 여행지도 별도로 체크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아참, 고속도로 기준으로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어서, 고속도로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녀야 하나? 라는 걱정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호남 고속도로’를 예를 들면, 오성IC~공주IC 까지가 한 챕터, 그 다음 서공주IC~익산IC가 또 한 챕터. 이런식으로 분기점에서 분기점까지, 구간을 나눠서 소개하고 있으니까.


책에서 소개하는 고속도로(국도 포함)은 이렇다. 

<동해안 7번 국도, 경부 고속도로, 영동 고속도로, 서울-양양 고속도로, 서해안 고속도로, 호남 고속도로, 순천-완주 고속도로, 중부 고속도로, 중부내륙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내 여행 계획을 차지하는 팔할이 바로 고속도로이니, 이 책만큼 나에게 딱 맞는 여행지침서가 없다. 이 책처럼 고속도로를 따라서 여행한 경험을 꺼내보면 7번 국도를 따라 고성/속초/양양 여행을 했었고, 삼척/울진 여행을 하기도 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태안/서산을 여행했고, 홍성/보령을 다녀온 적도 있다. 호남 고속도로를 따라 공주/부여/논산/익산 여행을 하기도 했다. 중앙고속도로를 따라서 봉화/안동 여행을 하기도 했다. 


자차로 여행을 하는 한, 이처럼 도로를 따라 여행을 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사실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체득했다.


추가적으로 말하면 이 책에서는 고속도로를 따라 대표적인 여행지를 소개하는 Travel Point, 조금은 생소한 여행지나 체험을 소개하는 More&More, 해당 여행지의 숙박시설이나 맛집등을 알려주는 Travel Plus가 각 챕터별로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여행했던 지역도 많이 나오고 해서, 오랜만에 과거 국내여행 사진들을 꺼내보았다.


1. 파도소리를 따라가는 동해안 여행, 동해안 7번 국도(유일한 국도!)

≫ 고성→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울진→영덕→포항→경주→울산→부산


과거에도 핫했고, 현재도 핫하고, 앞으로도 핫할 부동의 여행지 동해안.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고, 머무르는 여행으로도 제격인 곳이다. 매 해마다 동해안을 따라 여행을 다녔다. 어려서는 아빠차를 타며 차박을 하고 자주 다녔고, 다 커서는 신랑과 나름의 여행테마를 짜서 해마다 놀러다녔다. 올 여름도 갈 수 있...겠지? 울진에서 먹었던 대게의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ㅜㅜ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삼척 해신당공원, 강릉 정동심곡 부채길


2. 과거와 현재를 지나 미래로, 1번 경부 고속도로

≫ 서울→수원→오산→안성→천안→청주→대전→옥천→영동→김천→구미→칠곡→영천→보은→상주→청송→부산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남한 서쪽 서울에서 시작해서 내륙을 관통해서 동쪽 끝인 부산에서 끝나는 이 길.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간 여행은 도로의 처음과 끝에만 해당되었다. 아직 경부선 중간에 위치한 도시들은 제대로 들러보지를 못했다. 개인적으로 상주의 사벌왕릉과 청송 지질공원 권역을 가고 싶은데, 휴..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부산 가덕도, 청주 청남대


3. 산과 바다, 계곡을 찾아서, 50번 영동 고속도로

≫ 이천→여주→횡성→원주→평창→정선→태백


어디를 놀러갈라 치면 중간 중간에 꼭 탔던 영동선. 이천, 여주, 원주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들은 그냥 지나치기만 했을 뿐 여행을 다니진 못했다. 반면 여주 여행은 두번이나 갔다. 태백 구문소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코로나19에 발목잡혀 못 나갈줄 알았으면, 더 부지런히 놀러다닐껄.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원주 구룡사, 여주 파사산성


4. 또 하나의 새로운 여행길, 60번 서울 양양(동서) 고속도로

≫ 양평→가평→춘천→홍천→인제→양양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후 나만큼 좋아한 사람이 있을까? 동해안 여행 시 영동 고속도로를 탈 때마다 어찌나 막히던지. 서울-양양 뚫린 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동해안 가는 차량이 꽤 분산되었으니까!


개인적으로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은 춘천 청평사. 춘천은 내 친가이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가족사에 의도치 않게 자주 가지 않게 된 곳. 아마 향후 몇년간은 계속 찾지 않을 도시일지도 모른다. 어렸을 땐 그렇게 자주 갔던 곳이었는데. 하, 그냥 몰래라도 갔다올까 ㅜㅜ..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춘천 청평사, 양양 하조대


5. 천혜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자, 15번 서해안 고속도로

≫ 서울→평택/아산→당진→태안/서산→예산→홍성→보령→서천→군산→고창→영광→함평→신안→무안→목포→해남→진도→강진


내가 여행할 때 제일 많이 다녔던 도로가, 서해안 고속도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짜 서해안 고속도로 상에 있는 특히 전북쪽은 거의 다 돌았다고 해도 무방하달까. 일단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고속도로가 서해안선이기도 하고, 외가집이 영광에 있는 터라 일년에도 수차례 다녔던 서해안선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전국일주를 마음먹고 국내여행을 막 시작했을 때, 제일 쉽게 다녔던 곳이 서해안 고속도로 상에 있는 도시였다. 개인적으로는 고산 윤선도 유적지를 너무너무 가고 싶은데, 하.


아! 서해안 고속도로상에 있는 도시는 여러 테마로 여행이 가능하다. 일명 역사교훈여행(다크투어) 여행으로도 손색이 없는 도시들이다. 그만큼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말도 되지만.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태안 천리포수목원, 목포 유달산, 영광 백수해안도로


6. 풍요의 땅 호남, 25번 호남 고속도로

≫ 천안/아산→공주→부여→논산→익산→장성→담양→광주→순천→여수


서해안 고속도로 만큼이나 자주 다녔던 호남 고속도로. 내 외가댁은 영광이지만, 외가친척들은 거의 광주에 살고 계시기에. 진짜 광주도 정말 자주 갔다. 그것과 별개로 백제를 주제로 한 역사 여행도 자주 하기도 했었고. 특히 공주/부여/익산/논산을 묶은 백제 역사투어는 결혼 전에 부모님과 함께, 결혼 전에 신랑이 될 남자친구와 함께, 결혼 후에 또 한번 이렇게 세번이나 다녔다. 물론 저 모든 지역을 한번에 다 다닌건 아니었지만 ㅎㅎ..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담양 식영정


7. 옛 이야기가 흐르는 27번 순천완주 고속도로

≫ 완주→전주→순창→남원→정읍→여수


다른 고속도로는 꽤 오래전부터 자주 다녔던 여행지라면, 순천-완주 고속도로를 통해 여행을 다닌 건 얼마 안된다. 전주는 사람이 많은 관광도시임에도, 워낙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유적지를 다니다보니 생각보다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했다. 완주에서는 생각치도 못한 멋진 카페를 찾아서 정말 좋았었구. 남원은 역사교훈여행을 주제로 갔었는데, 정말 많은 생각을 했던 곳이었다. 이제 호남선 기준으로는 대충 여수/순창만 가면 될것 같은데!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완주 소양고택, 전주 이두황묘


8. 우국충절의 기개가 서린 35번 중부 고속도로

≫ 하남→이천→진천→청주→대전→금산→무주→장수/진안/산청→거창→함양→진주→고성→통영


내 개인적으로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를 꼽자면 역시나 진주/고성이다. 1n년전 수능 끝난 기념으로 엄마, 아빠와 여행을 갔던 곳이 고성/진주였다. 물론 메인은 고성. 고성을 여행지로 택한건 아주 단순했다. 수능을 끝낸 고3 딸에게 어딜 가보고 싶냐고 물었던 엄마, 아빠에게, 난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아빠! 나 공룡발자국 보고싶어!”


그렇게 갔던 고성(강원도 고성 아니고 경남 고성). 진짜 공룡발자국을 원없이 보고 왔더랬다. 진주는 고성 근처에 있어서 같이 갔었던 것 같다. 결혼 후에는 좋아하는 뮤지컬 지방공연 본답시고 의도하지 않게 진주를 또 한번 방문했었고. 근데 너무 오랜시간이 지났는지, 기억에서 가물가물하다. 다시 가야지, 가야지 하고 있는데.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런지.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고성 상족암, 진주 남강 대나무숲, 진안 마이산


9. 찬란한 중원문화, 45번 중부내륙 고속도로

≫ 양평→안성/여주→진천→음성/충주→괴산→문경/상주→합천→고령/창녕/의령→함안→창원


충청도 여행과 가야 역사 여행을 위해 꼭 타야할 고속도로가 바로 중부내륙 고속도로다. 충청도 여행을 위한 중부내륙은 참 자주 탔었는데, 가야 역사여행을 아직 못해서 많이 아쉬움이 남은 고속도로다. 아마도, 나에게는 향후 가야 역사여행을 위해 자주 다닐 고속도로가 될 것이다.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안성 석남사, 양평 여운형 생가


10. 백두대간을 따라 유교문화 속으로, 55번 중앙 고속도로

≫ 춘천→홍천→원주→제천/단양→봉화/안동/영주→대구→청도→밀양→김해→양산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여행을 했을 초반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저 강원 일부, 충청 일부 여행에 국한되었던 때니까. 한참 뒤에 유교 문화 고장 여행을 위해 여행 계획을 짜면서 깨달았다. 선비도시로 대표되는 안동, 영주, 봉화가 중앙 고속도로 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덕분에  위해 올라탔던 고속도로였다. 특히 석가탄신일 즈음에 만나는 영주 부석사는 정말 그야말로 최고다.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단양 소금정공원, 안동 임청각, 영주 제민루



이렇게 책으로나마 국내일주를 하고보니, 하루 빨리 직접 내 두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주말이 되면 늘상 “떠나자!”며 여행 가방을 싸던 그 날들이 정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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