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도로 위에 뿌려져 스몄다. 구조구급대가 아무리 빨리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도 환자는 살지 못헀다. 환자의 상태를 판단할 기준은 헐거웠고, 적합한 병원에 대한 정보는 미약했다. 환자는 때로 가야 할 곳을 두고 가지 말아야 될 곳으로 옮겨졌고, 머물지 말아야 할 곳에서 받지 않아도 되는 검사들을 기다렸다. 그 후에도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고 옮겨지다 무의미한 침상에서 목숨이 사그라들엇다. 그 사이에 갈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나갔다. 선진국 기준으로 모두 ‘예방 가능한 사망’이었다.

"내 환자들이 숨을 거둘 때 살이 베어나가듯 쓰렸고, 보호자들의 울음은 귓가에 잔향처럼 남았다. 죽음과 눈물이 일상이 되었을 때, 나는 내 손끝에서 죽어간 환자들의 수를 머릿속으로 헤아리는 짓을 그만두었다."

책에 기록된 내용은 내가 기억하는 범위 내에서 모두 사실이다. 기록의 대부분은 2002년에서 2018년 상반기까지의 각종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등에서 가려 뽑았고, 내 기억 속의 남겨진 파편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환자와 내 동료들의 치열한 서사다. 외상으로 고통 받다 끝내 세상을 등진 환자들의 안타까운 상황과, 환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고 싸우다 쓰러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냉혹한 한국 사회 현실에서 업의 본질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각자가 선 자리를 어떻게든 개선해보려 발버둥 치다 깨져나가는 바보 같은 사람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흔적이다. - P10

-여기가 미국인 줄 알아?

한국에 돌아온 후 주위 반응은 막막했다. 한국에는 한국만의 ‘질서’가 존재했다. 기껏 찾은 답은 쓸 수 없었고 현실적인 난관을 피해갈 수 없었다. - P53

외상외과 의사로서 교과서적으로 치료하면 환자가 살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원칠대로 하려 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증외상환자 치료 원칙은 환자의 생환에는 도움이 되어도 병원의 이익은 되지 못했다. 일할수록 폭증하는 적자규모는 내가 평생 구경도 못할 액수였다. 그 같은 손실이 나와는 무관한 타인의 불행을 치료하다 발생한다는 사실은 허무하고 허망했다. 나는 일해서 돈을 벌었고 일을 해서 돈을 잃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외상외과’라는 말도 안되는 부서를 지키고 선 스스로가 무력했다. - P61

-이 선생, 여기는 영국이 아니잖아? 나도 미국에서 연수받았지만 거기에서 하던 걸 한국에서 다 할 수는 없어.

-이 교수가 이제 마흔인가? 적어도 마흔이지? 이제는 좀 적당히 해. 일단 수술은 하지 않았으면 해. 그게 과의 입장이야. 어차피 전공의 배정도 없이 학생들이나 응급구조사들만 데리고 하는 것도 남 보기 좋지 않고. - P109

-아주대학교병원이 외상외과 운영을 포기하면 한국에는 더 이상 현황 파악을 할 곳조차 없습니다. 조금만 이 분야를 더 끌고 가주시면 국회 차원에서 병원 지원과 함께 중증외상 환자 치료에 대한 전국적인 체계를 잡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일행의 방문은 중증외상에 대한 국가의 지원 가능성으로 비쳤다. 보직교수는 그 자리에서 내게 수술 제개를 지시했다. - P124

새로 합류한 팀원들과 내가 열심히 일해서 살려낸 환자의 수가 늘어날 수록 적자는 정비례해 커졌다. 괴이한 일이었다. 우리는 ‘의료진’으로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살려야 했고, ‘조직원’으로서 병원의 이윤을 도모해야 했으나,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상 ‘외상외과’에 적을 두고서는 그 둘 모두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나를 향한 뜨거운 눈초리와 뒷말은 여전히 무성했다. - P146

누군가는 내게 시스템이 없는 곳에서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일이라서 더 힘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심각함이 지나쳤다. 기존의 체계와 인사, 재정, 지원과 운영 모든 면에서 부딪혔다.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이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주시했다. 비아냥과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고 내가 등을 돌리는 순간 숨기고 있던 칼을 사정없이 내리꽂았다. 그 저열함에 나는 치를 떨었다. 이제는 나 하나로 끝나지 않고 곁에 있는 사람들이 덩달아 힘겨워졌다. 그것이 나를 더 괴롭게 했다. - P2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모티콘을 이모콘티라고 말해서 딸의 짜증을 촉발시킨다. 그 엄마는 요즘은 컴퓨터의 컨트롤 브이와 컨트롤씨도 모른다고 또 딸에게 혼났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딸에게 가나다라를 가르쳐주려고 수백 번 설명해주고, 더하기 빼기를 알려주려고 수백 번 가르쳐주었다. 걸음마를 가르쳐주려고 수천 번 알려주고 한 걸음만 떼도 물개박수를 쳐주셨다. 세상 이치를 알려주려고 수천 번이나 얘기해주시는데 딸은 이모티콘이나 컴퓨터 설명 몇 번에 짜증을 낸다. - P88

시간이 엄마의 얼굴에서 젊음을 가져갔다. 김진호의 <가족사진> 속 노랫말처럼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엄마의 모습에 딸의 가슴이 무너진다. - P66

여행지는 어디든 좋다. 발 닿는 데로 가서 팔짱 끼고 걸으며 끝없이 수다를 떨면 된다. 무뚝뚝한 딸이라 미안하다고 속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엄마가 내 엄마여서 행복하다는 고백도 해본다. 엄마는 내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고, 내가 엄마를 예쁘게 찍어주고, 이 골목 저 골목, 알려지지 않은 길을 걷다가 식당에 들어가기도 하고. 실수 좀 하면 어떤가. 엄마인데, 딸인데 ……. - P61

딸은 사실, 엄마의 아기 캥거루이고 싶다. 딸 옆에 엄마가 없으면 행복이라는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엄마가 딸에게 그러하듯 딸도 엄마에게 바라는 건 금은보화가 아니다. 엄마가 돈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옆에서 잔소리도 하고 도닥여주고 못난 딸 예쁘게 봐주면, 그러면 된다. 그러니 세상의 엄마들은, 딸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 - P48

저는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났을까요?

엄마가 우리 엄마라는 사실은 제 인생 최고의 행운입니다.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해주신 신께 감사합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고통스러울 때마다 다시 힘을 냅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눈물이 날 때마다 차라리 웃어봅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무릎이 꺾일 때마다 주먹 쥐고 일어납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땅을 보는 시선을 들어 하늘을 봅니다.

내 삶의 이유, 내 삶의 힘, 내 삶의 배경인 우리 엄마. - P1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소설은 분명 허구다. 하지만 뉴스에서 보던 저런 사건들은 분명 사실이다. 이 소설에는 미국, 영국, 사우디 아라비아 등 몇 몇 나라들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미국과 영국에서는 여성혐오가 심하지는 않으나,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여성은 사람이 아니다. 남자에게 종속된 노예이며 물건이다. 분명 허구인 소설인데, 허구같지 않다.


정말 뜬금없긴 하지만 ... 정말 만약에 현실에서 여성들이 이런 POWER를 가진다면? 이 책 속에서 나온 혼돈이 정말 눈 앞에서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나온 여러 나라에서는 여성이 억압된 정도에 따라 그 나라가 변했다. 아니, 권력 주도층이 남성에서 여성으로만 변했을 뿐 사회는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은 변함없이 여성이 주도하는 군사강국이었다. 군사들도 POWER를 쓰는 여성이며, 클럽이든 어디든 약한 남성을 희롱하는 것도 여성이다. 사우디는 여성이 다스리는 신생 여성민주주의국가가 되었다. 과거 사우디가 여성을 노예로, 물건으로 대했듯 신생 사우디에서는 남성을 노예로, 물건으로 대했다.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이 달라졌을 뿐 성범죄는 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건 그저 권력 주도층 단 하나였다.



굳이 책 속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꽤 가까운 과거만 봐도 알 수 있다. 몇 년 전 한국에선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나라를 파탄으로 이끌었고, 끝내 국민 손에 끌어내려졌다. 무엇보다 그녀가 싼 똥은 지금도 곳곳에 남아있다.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남성이 권력자가 되든, 여성이 권력자가 되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제발, 제발 하지 마세요. 제발. 이게 뭐죠? 아직 어린애일 뿐이에요. 어린애일뿐이라고요." 한 남자가 나지막이 웃음을 터트린다. "내 눈엔 어린애처럼 보이지 않던데." 엄마가 새된 소리를 낸다. 고장 난 엔진의 금속음 같다. (중략) 엄마의 눈이 커진다. "도망쳐, 록시" - P19

처음에 툰데는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저리 가세요."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예사로운 상황이 아님을 깨닫는다. 남자는 그래도 웃으며 한 걸음 다가선다. "너처럼 예쁜 여자는 칭찬을 들어야 마땅해." (중략) 툰데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찍으려 한다.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과 똑같은 상황이 여기에서 벌어질 것 같다. 그 사건을 소유하고 싶다 (중략) 남자가 말한다. "야, 피하지 말고, 좀 웃어줘봐" (중략) 툰데가 촬영하고 있을 때 소녀가 홱 돌아선다. 그녀가 팔을 내리치는 순간 휴대폰 화면이 잠깐 흔들린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깔끔하게 찍혔다. 그녀가 화난 척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 실실거리는 남자의 팔로 손을 가져가는 장면. (중략) 뒤쪽에서는 소녀가 남자에게 독을 먹였다면서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소녀가 때리면서 독을 주입했다고. - P30

조스가 아무런 말도 없자 마고는 계속 이야기한다. "다른 여자애들이…… 세 명이었지? 걔네들이 시작했다는 거 엄마도 알아. 그 남학생은 네 근처에 있었으면 안됐고. 존 뮤어 병원에서 검사받았어. 건 그냥 남자애를 놀라게 한 것 뿐이야." - P38

술 냄새가 풍긴다. 그가 분노에 차서 중얼거린다. "봤다. 공동묘지에서 남자애들과 있는 걸 다 봤어. 더러운 창녀 나쁜 계집"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주먹으로 치고 손바닥으로 후려갈기고 발로 찬다. 앨리는 몸을 웅크리지 않는다. 그만하라고 애원하지도 않는다. 그래봤자 더 오래가리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는 앨리의 다리를 잡아 벌리고 한 손은 벨트로 가져간다. 앨리가 정말로 창녀라는 점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이미 전에도 여러번 그랬으면서 - P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 학명, 보통명, 별명으로 내 방 식물들이 하는 말 edit(에디트)
정수진 지음 / 다른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때 집에 꽃과 관련된 책들이 여러권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꽃말’에 관한 이야기 책이었다.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물망초라던가, 자기를 너무 사랑하다가 결국 죽어 꽃이된 수선화(나르시스)라던가 이런 이야기. 그러니까 꽃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단, 꽃에 얽힌 이야기에 대한 책들이었다. 그러니까 꽃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는 전무하고, 오로지 꽃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달까? 그런 책들만 읽은 결과, 나는 꽃이름이나 꽃에 얽힌 이야기는 대충 알아도, 그 꽃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종류는 얼마나 있는지 1도 모르는 꽃알못이 되었다, 흑흑. 뿐만이 아니다. 식물을 키우는 족족 시들게 해버리는 마이너스의 손이 되어버린것이다. 이미 내 손에서 시들어버린 식물들은 다시 살릴 수 없지만, 앞으로 내 손으로 키울 식물들은 죽일 수 없고! 


그리하야 읽게 된 책이 바로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꽃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다면 꽃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안되었을 거고, 꽃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만 있었다면 내 흥미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쳐있지 않았다. 꽃에 대한 이야기는 꽃알못의 흥미를 끌기에도 충분했고, 꽃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꽃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도움이 될 것같았다. 


식물에게도 공인된 이름이 있을까? 있다. 바로 ‘학명’이다. 사람으로 치면 본명, 진짜 이름인 셈이다. 학명 말고도 식물에게는 이명, 보통명, 유통명 등 여러이름이 있다. p 016


이 책은 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꽃의 ‘이름’을 이용한다. 바로 그 이름에 모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아! 여기서 말하는 꽃의 이름은 학명과  보통명에 초점은 둔다. 학명은 속명과 종명으로 만들어진, 전 세계 공통인 국제명명규약에 의거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보통명은 한 나라에서 어려운 학명을 대신해  간단하게 만들어진 이름이다. 즉 학명은 말 그대로 어려운 학술용어이고, 보통명은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이름이라는 것!


일단 꽃하나의 꽃이 이렇게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한번 놀랐다. 그리고 보통명의 유래에 두 번 놀랐다. 꽃의 생김새나 색깔로 인해 지어진게 53%, 향이나 냄새 맛, 소리같은 생리/생태적인 특성으로 지어진게 18%, 자생지나 도입국의 지명을 딴 것이 15%, 인간 생활과 관련된 것이 5%, 신화나 설화가 기원인 것이 5%,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4%라고 한다.


그러니까 꽃의 보통명 과반 이상이 생각보다 단순한 이유로 이름이 지어졌다는 이야기랄까, 하하. 어렸을 때 꽃말 이야기를 하도 읽어서, 당연히 신화나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 많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쓸데있는 꽃에 대한 잡학 지식!


1. 봄하면 떠오르는 튤립, 거대한 풍차가 돌아가는 네덜란드가 원산지인줄 알았던 튤립의 고향은 원래 터키-중앙아시아에 걸친 험준한 산악지대라고 한다. 지금처럼 네덜란드 꽃이라는 개념이 생긴 건 결국 중앙아시아에 식민지를 넓히던 유럽 그러니까 식민-제국시대의 산물이었던 거다. 거기다 튤립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터번’이라고.


2. 장미는 기원전 3년 전부터 재배한 오래된 꽃이고, 우리가 아는 겹꽃으로 된 붉은 장미는 현대에 들어 개량된 관상용 장미였다. 거기다 장미의 종류는 정말 무궁무진한데, 해당화나 찔레꽃도 장미의 한 종류라고 한다. 아! 장미의 어원은 ‘붉은색’을 뜻하는 켈트족 고어라고.



3. 나르시즘으로 유명한 나르키소스의 이야기가 있는 수선화는, 실상 신화에서 파생되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한다(하 제일 충격). 심지어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나르키소스라는 이름은 정말 흔한 이름이었다고.


4. 장미의 변종이라고 생각했던, 장미과 중 하나라 생각했던 라넌큘러스는 미나리아재빗과였다. ‘-아재비’라는 건 ‘-와 닮았다’라는 뜻을 가진 접미어로, 라넌큘러스는 미나리를 닮은(!) 꽃이라는 것. 암만봐도 장미와 닮았는데? 알고보니 라넌큘러스 잎사귀가 미나리와 아주 흡사하게 생겼더랬다. 하하하하. 꽃의 종류가 꽃의 잎사귀 모양으로도 결정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거기다 라난큘러스라는 이름은 이쁜 꽃 모양과는 달리, 작은 개구리라는 뜻이라고.


5. 꽃이 피지않고 열매를 맺는다고 해서 없을 무(無), 꽃 화(花), 열매 과(果) 한자를 쓰는 무화과. 헌데 정말 소름돋게도, 무화과도 꽃이 핀다고 한다. 다만 우리 눈에는 그게 열매로 보일 뿐. 무화과 열매를 반으로 쪼갰을 때,  열매 안에 붉고 빽빽한 그것들이 씨앗이 아니라 바로 꽃이었다는 사실!! 무화과의 흔적이 기원전 9200년전 유적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보다, 열매라고 생각한 것이 꽃이라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와. 이건 꼭 우리가 먹던 브로콜리가 그냥 풀이 아니라, 알고보면 수십, 수백개의 꽃송이라고 한 것과 거의 비슷한 충격이다. 


6. 우리나라 국화, 무궁화! 하지만 무궁화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꽃이 아니라, 생각보다 글로벌한 꽃이었다. 무궁화의 학명은 ‘히비스커스 시리아쿠스’. 한때 꽃차로도 유명했던 히비스커스, 무궁화가 이 히비스커스의 한 종류였다. 거기다 뒤에 붙은 시리아쿠스. 그러니까 무궁화라는 꽃은 시리아에서 온 히비스커스였다. 근데 여기서 또 반전하나. 이 무궁화는 시리아에서 시작한 꽃이 아니라, 중국 남동부가 원산지지만 채취를 시리아의 정원에서 했기 때문이라고. 허허, 이거참. 꽃의 이름에 반전이 몇개인가! 더 놀라운건 지금도 무궁화묘목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ㅠㅠ.



7. 길가, 아파트 주변 그 어디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노오란 민들레. 알고보니 이 민들레는 서양민들레라고 한다. 서양민들레는 공해에도 아주 강해서 오염된 곳이어도 어디든 쉽게 핀다는 것. 반면 동양민들레는 공해에 약해서 오렴된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 그러니까 동양민들레를 보고 싶으면, 공해가 없는, 깨끗한 도시여야 하는데. 자동차 매연은 기본이고, 미세먼지에, 몰래몰래 오수를 버리는 도시에서는 하. 그럼 평생 동양민들레를 못보는건가? 그건 아니다. 깨끗한 산으로 가면된다. 나 역시 파주 장릉과 황희정승묘에서 동양민들레를 보았으니까! 



8.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자귀꽃. 어렸을 때 친구집 앞에 심어있는 자귀꽃을 처음 본 이후로 완전 반했다. 그 꽃이 꼭 부채춤에서 사용하는 부채같다고나 할까? 오죽하면 별명이 Pink Silk Tree​(분홍비단나무)다. 초록초록한 무성한 입사귀 위로, 조그만 분홍부채가 여기저기 피어있는 모습은 정말 한번 보면 잊지 못한다. 심지어 그 색감도 너무 이뻐서, 한번 보면 계속 보게되는? 하지만 생각보다 자귀꽃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많지가 않아서 슬프다. 자귀나무는 그늘지지않고 양지바른곳에서는 잘 자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길가에서 잘 보이는 꽃나무는 태반이 벚꽃나무다. 조금 아니면 이팝나무나 아까시나무? 거의 딱 이정도 같다. 특히 벚나무는 많아도 너무 많다. 난 자귀나무도 많이 심었으면 좋겠는데 ㅠㅠ.


적어도 이 책 속에서 나오는 꽃을 키운다면, 이번에는 멋드러지게 키울 자신감이! 근데 뭐랄까, 이 책에서 말하지 않는 원예용 꽃을 찾는게 더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 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골목식당 전쟁 - 외식업 고수가 알려주는 골목에서 살아남는 법
조현기 지음 / 스마트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여러 교수님들 만큼이나 좋아하는, 비연예인 백주부(백종원). 백주부가 나오는 방송이라면 거의 다 챙겨보는 편이지만, 유독 보지 않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그게 바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진짜 정말 백주부를 너무 좋아해서 제주도에 더본호텔까지 예약하는 나지만, 정말  『백종원의 골목식당』만큼은 쉽사리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분명 골목식당이 처음 방송할 때는 참 재밌었는데 말이다. 그 재미있던 방송을 안보게 된 이유는, 아마도 방송의 주인공격인 여러 골목식당의 사장님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방송의 요지는 분명 잘 안되는 골목식당들을 찾아다니며, 해결방안을 마련하여 골목식당의 재기를 돕는거였다. 방송 초반에는 분명 잘되었으면 좋겠는 골목식당 사장님들도 많이 나왔다. 근데 이게 참, 가면 갈 수록 ‘왜’ 안되는지 눈에 뻔히 보이는 골목식당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저러니까 망하지!’라고 생각하게되고, ‘내가 식당을 차려도 저거보단 낫겠다!’싶고. 결국 방송을 보는내내 부정적인 감정들만 쌓이다보니, 저 방송만큼은 손절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오늘 이 포스팅의 주인공인 『골목식당전쟁』이라는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만 쌓이게 했던 골목식당 사장님들은 이 책에서 말하는 대표적인 초보창업자, 그것도 경험은 전무한, 하지만 안좋은 관성은 버리지 못하고, 누군가 밥을 떠먹여주었으면 하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만약 사전에 많은 공부를 하고, 두 발로 뛰어다니며 동종업계의 현황을 파악하고, 동종업계에서 하다못해 아르바이트라도 했던 사람들이라면, 안좋은 상황이 오기전에, 아니 창업 초기부터 슬기롭게 대처하지 않았을까한다.



분명 아이템은 중요하고 아이템만 잘 선택해서 운이 따르면 잠시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차업은 잠깐 하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기에 근본적으로 본인과 맞아야한다. 사업이 잘되지 않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경기가 좋지 않아서, 이 동네와 메뉴가 맞지 않아서, 고객이 까다로워서, 위치가 좋지 않아서 등 온갖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당신과 맞지 않기에 하기 싫은 것이고, 그래서 장사가 잘되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p.020



성공한 매장을 인수해 시작하면 무조건 잘될 거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착각이다. p.023



창업을 준비한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아이템을 최소한 1년 이상 지켜보고 결정해야 한다. p.028



초보창업자들의 제일 고질적인 문제중 하나가 바로 이게 아닐까. 바로 인기있는 아이템. 그저 시류에 편승해서, 인기하나만을 믿고 아무생각없이 그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하는 것. 혹은 그 아이템으로 성공한 매장을 인수하는 것. 그야말로 최악의 한 수다. 



인기있는 아이템이라면 이미 너도나도 사돈의 팔촌까지 곳곳에서 매장을 낸 다음이다. 내가 그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려고 했을때는 이미 늦었다는 이야기랄까? 물론 예외는 있다. 인기있는 아이템으로 뒤늦게 창업해도 성공할 사람들은 성공한다. 인기아이템으로 창업을 해서 실패하는 사람과, 성공하는 사람들의 차이는 바로 이거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해당 아이템을 1년 이상 지켜보고, 그 아이템이 있는 가게에서 직원으로 근무를 해본 사람들. 그야말로 현장을 뛰면서 경험을 쌓고, 노하우를 쌓은 사람들이다. 실패하는 사람들은 두말하면 입아프다. 그 아이템에 대한 제대로된 지식도 없고, 현장경험도 없고, 그저 ‘인기’하나에 편승하여 그저 뛰어들었다는 것.



‘인기’하나로 창업에 성공할 수있다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올 가게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거나 점포를 계약하기 전에 먼저 창업과 관련된 기본 지식, 예를 들어 상권의 개념 및 상권 분석 방법, 시장 조사 방법, 핵심 타깃 분석등을 습득하고,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창업의 목적 및 방향을 명확하게 잡아 아이템을 선정하고 점포를 계약해야 한다. p.031



왜 초보 창업자의 실패율은 줄지 않을까? 오히려 본사에서는 초보자가 질문하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하는데 말이다. 그것은 스스로 하려 하지 않고 무조건 믿고 의지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없고, 그저 편하게 흉내만 내기 때문이다. p.047



저자는 끊임없이 강조한다. 어떤 아이템을 선점하든, 창업을 생각한다면 우선 제대로 ‘알고’ 시작하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해당 아이템 조사는 물론이고, 내 가게가 위치할 상권 분석, 내 아이템이 그 상권에서 공략할 만한 핵심타깃이 있는지 등을 말이다.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무턱대고 창업을 하거나, 무턱대고 창업관련 관계자들을 만나면 아래와 같은 험한꼴을 당하기 쉽상이다.



창업과정에서는 누구도 쉽게 믿으면 안 되며, 스스로 판단력을 갖고 추진해나가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바보처럼 당할 수 밖에 없다. p.039



무지의 끝은 섣부른 판단,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더 함정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p.064



외식업 창업 컨설팅업계에는 유독 전문가들이 많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음식점을 해보지도 않고 눈으로만 보고 귀로만 들은 것이 전부인 전문가도 있고 메뉴 경력자, 점포 거래 경력자, 영업 경력자처럼 한 분야만 경험한 것이 전부인 전문가도 있다. p.136 



초보 창업자가 이들에게 속지 않는 방법은 외식업 창업과 관련된 기본을 배우고 습득하는 것뿐이다. 가짜 전문가들은 지식과 경험이 깊지 않기에, 내가 기본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상담하면 깊이 있는 답변보다는 쓸데없는 말들만 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고 쉽게 당하지 않을 수 있다. p.140



창업 컨설팅을 받기위해 컨설턴트를 만난다고 해보자. 그런경우 분명 갑은 나이고, 을은 컨설턴드다. 하지만 창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내가 갑임에도 불구하고 을인 창업 컨설턴트의 지시대로 끌려간다. 왜? 모르니까. 컨설턴트들은 ‘나’로 하여금 창업을 하게 하여, 수수료를 취득하면 그만이다. 그들은 내가 창업했다가 실패를 하더라도 A/S를 해주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고객인 나를 상대로, 컨설턴트라는 서비스를 주는 것 뿐이다. 



점포를 내기위해 부동산계약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부동산업자는 건물주인과 나의 계약을 성사시켜서 수수료를 받으면 그만이다. 내가 매입한 가게가  A라는 아이템에 딱 좋은 자리인지 아닌지 관심없다. 그저 침이 마를 정도로 좋은 가게라고 칭찬을 늘어놓을 뿐이다. 



물론 정말 온 힘을 다해 도와주는 컨설턴트나, 내 가게를 위해 발로 뛰는 부동산업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이 사람이 정말 나를 위해 컨설팅을 해주는지, 아니면 그저 호구잡은건지 가려내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해야한다. 그 아이템에 대한 공부를 해야하고, 상권공부를 해야하고, 이 가게가 내 아이템과 맞는지를 공부해야한다. 그러니까, 두 발로 현장을 뛰어다니라는 이야기다.



예비 초보 창업자들은 하나같이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맹목적인 열정의 함정에 깊이 빠져 있다고도 볼 수있다. 그런데 그런 열정을 갖기 이전에, 나만의 뚜렷한 목표와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그런 목표가 있어야만 숱한 풍파에도 견뎌낼 수 있고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 p.153 



대부분의 외식업 창업 초보자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외식업 관련 교육을 받는 것에만 집중하지, 자기 자신을 체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러나 그런 습관과 관성으로 외식업을 시작하면 좋은 아이템과 점포를 가지고 유리한 조건으로 시작해도 사람 문제로 힘이 들어 오래가지 못한다. p.192



정말 창업을 위해 두 발로 뛰고, 갖은 노력을 다하여 창업을 했다고 치자. 여기서 또 맹점이 있다. 내가 왜 창업을 했는지 뚜렷한 목적과 목표가 없다면, 이것도 실패하는 지름길이 된다. 뚜렷한 목적과 목표가 있다면, 갑작스런 상황을 마주해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실패한다. 그렇다고 이 목표를 크게 잡으라는게 아니다. 정말 현실적인 목표를, 내가 조금만 하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잡으라는 거다. 그래서 목표를 달성하면, 그 다음 목표를 수립하고 그렇게 나 스스로를 다잡아야만 한다.



또 한가지, 책에서 말하듯 안좋은 습관과 관성을 고치지 않으면 역시나 실패한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20대 젊은이들보다는, 은퇴한 사람들이 많다. 3040 중년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직장이든 뭐든 어떻나 조직에 몸을 담고 있었을 확율이 높다. 직장에서 일하던 습관이 고스란히 몸에 벤채, 그대로 창업을 한다면 그게 얼마나 갈까? 



직장을 다녔을 때의 나는 어떤 가게를 가던지간에 갑이었다. 직장에서의 위치도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높은 위치로 갈 확율이 높기 때문에, 역시나 어느정도 갑의 위치에 서게된다. 이렇게 ‘갑’의 위치에 있던 사람이, ‘갑’의 습관에 길들여진 사람이 창업을 해서 ‘을’의 위치에 설 수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꼭 자기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만 한다. 내가 기존에 어떤 생활을 했는지, 타인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알려주는, 창업에 있어서 피가되고 살이되는 팁을 옮겨본다.


★프랜차이즈 선택 시 반드시 체크할 10가지 포인트☆


1. 정보공개서는 꼭 확인해야 한다.


2. 본사의 규모와 업력은 눈으로 확인하자.


3. 검증되고 경쟁력이 있는 브랜드인가?


4.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가?


5. 경험에 의한 매뉴얼이 구축되어 있는가?


6.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가?


7.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여 시장에 대응할 능력이 있는가?


8. 체계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가?


9. 마케팅 능력은 있는가?


10. 가맹점과 소통하고 있는가?


☆인테리어 공사 전에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들★


1. 건물 용도부터 챙겨야한다. (제1종 근린생활시설, 제2종 근린생활시설/용도변경시 생각치 못한 금액과 기간이...)


2. 오래된 건물은 전기용량을 꼭 체크하자.


3. 외식업은 가스사용량도 중요하다.


4. 수도관 체크 안 하면 큰일난다.


5. 아이템에 따라 정화조용량도 다르다.


6. 조명의 위치는 시간대별, 좌석 재배치까지 고려해야한다.


7. 콘센트의 위치도 잘 잡아야 돈 덜든다.


8. 상가에 불법 건축이 없는지 반드시 체크한다.


9. 계약 전 누수 체크 잘못하면 낭패본다.


10. 환기, 배기관이 잘못되면 골치 아프다.


11. 창고 공간이 있는지 체크한다.


12. 직원 휴게공간도 고려해야한다.


13. 비상구를 체크하고 계약하자.


14. 소방 관련 사항은 대행업체가 효율적이다.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 한번만 읽고, 내가 창업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