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룬샷 -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이끄는 설계의 힘
사피 바칼 지음, 이지연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과거의 나라면 절대로 읽지 않았을 경영서적. 하지만 회사 독서통신으로 『90년생이 온다』를 읽은 이후, 경영서적도 꽤 재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읽다가, 이번에 흐름에서 출간된 ★대작☆ 『룬샷』까지 손이 갔다. 룬샷, 이 책은 빌게이츠를 비롯하여 노벨상에 빛나는 대니얼 카너먼, 로버트 러플린, 에릭 메스킨등이 강력 추천하는 도서이기도 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428/pimg_7440571782529160.jpg)
저명인사들의 어마어마한 추천사! 이 중에는 정재승 교수님(과학무식자 피로를 과학에 관심을 갖게해준 멋진 교수님! 흔한 알쓸신잡 애청자1)도 있다. 이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극찬하는 책이라고 하니, 읽기 전부터 두근반기대반! 본격적으로 읽어보려 하니, 바로 다음페이지에서 룬샷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아! 룬샷이라는 책 제목에는 별다른 생각을 안하고, 그저 유명인사들이 극찬하는 책이라는 사실에만 신경쓰고 있었다니, 조금 반성 ㅜㅜ
⑴ 룬샷 Loonshot :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고,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아이디어)
⑵ 문샷 Moonshot :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프로젝트, 아주 중요한 결과가 나올 거라고 다들 기대하고 많은 것을 투자한 프로젝트(아이디어)
⑶ 프랜차이즈 Franchise : 룬샷으로 탄생한 제품의 후속작 또는 업데이트 버전
이 책을 읽기 전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아, 정확히는 문과형 인간들이 주의해야할 사항이다. 이 책은 일부 과학적 원리를 꺼내와,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듣도 보도 못한 물리학 용어 ‘상전이’와 ‘상분리’. 저자는 이 개념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렇다고 겁낼 필요는 없다. 나 같은 전형적인 문과형 인간 조차도 쉽게 이해했으니까.
쉽게 말하면, 이런 물리학 법칙이 일어난 곳이 조직(집단)이라고 했을 때 ‘상전이’는 유지와 변화의 경계이며, ‘상분리’는 유지와 변화의 공존. 그러니까 한 조직에서 상전이와 상분리가 유지될 때, 그 조직에서 나온 룬샷은 폐기처분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지원을 힘 입어 멋진 결과물을 내고, 이는 조직 또는 기업을 계속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그 어느 집단도 동시에 두 가지 상태의 행동을 할 수는 없다. 동시에 두 가지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다. 그러나 예외가 하나 있다. 앞서 말한 욕조의 물이 정확히 0도일 때 얼음 덩어리와 액체 상태의 물이 공존한다. 0도보다 조금만 낮거나 높아서 전체가 얼어붙거나 액체로 변할 것이다. 하지만 상전이의 바로 그 경계에서는 두 가지 상태가 공존할 수 있다. P 034
잘 가꾸어진 룬샷 하나로 한 나라(또는 기업)의 운명이 바뀐다.
1922년 미국 엔지니어 리오 영, 호이트 테일러. 이들은 실험중 우연히 레이더 탐지기술(송/수신기)을 발견하였다. 바로 해군에게 전투에서 레이더 탐지기 사용을 제안하였으나, 해군은 즉각 거절. 하지만 엔지니어들은 끊임없이 실험하고 다듬어서, 조기경보 시스템을 만들어서 다시 한번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역시나 거절. 그렇게 시간은 허무하게 흐르다가 나중에서야, 조기경보 시스템을 테스트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테스트 중이던 그날 일본군 항공기 353대가 미국 진주만을 기습공격했고, 이 날 2,403명이 전사했다.
두 엔지니어가 만든 이 기술은 룬샷이다. 하지만 룬샷은 변화/혁신의 다른말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조직은 혁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한다. 그 결과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후 미국은 변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버니바 부시, 안정과 혁신을 공존시킬수 있는 사람을 선택했다. 버니바 부시는 프랜차이즈를 잘하거나 룬샷을 잘하는 것은 조직의 ‘상태’때문이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 부시를 선택한 루즈벨트 대통령은 그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보냈다.
‘우리 육군과 해군은 다가올 전쟁을 이기는 데 꼭 필요한 기술 면에서 독일에 한참 뒤처져 있다.’ 군 스스로는 제때에 그 기술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부시는 루스벨트에게 연방정부 내에 새로운 과학 기술그룹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부시가 수장이 되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체제로 말이다. P 056
1939년 핵분열이 발견된 이후 첫 2년간은 대부분의 물리학자가 이게 아무런 실용적 용도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군사적으로든 다른 용도로든 말이다. 새로운 유형의 폭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아인슈타인의 저 유명한 편지를 받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소집한 과학위원회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1941년 영국의 어느 원자 물리학자 그룹이 만들어낸 새로운 결과는 부시가 다른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 부시는 루스벨트 대통령과 핸리 스팀슨 전쟁부 장관에게 비록 핵무기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독일이나 일본이 먼저 핵무기를 손데 넣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루스벨트는 부시의 논리를 받아들여 그에게 이 문제를 맡겼다. 부시는 대대적인 연구 프로그램을 개시하고 군과 저치 지도자들 사이에 지지를 확보한 후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이 프로그램을 군에 이양했다. P 71~72
루즈벨트는 부시에게 끝없는 신뢰와 지원을 주었다. 루즈벨트는 새로운 형태의 룬샷(버니바 부시)을 폐기처분하지 않고, 룬샷(버니바 부시)을 아낌없이 지지하였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정치/행정은 타격이 없도록 안정을 유지했다. 이 책에서는 버니바 부시가 룬샷을 적절하게 활용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 눈엔 부시보다 더 뒤에있던 루즈벨트. 그야 말로 룬샷을 제대로 활용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룬샷도 함정은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 룬샷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전이’와 ‘상분리’가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바로 ‘동적평형’이다.
정말로 성공을 이루는 사람들, ‘우연의 설계자들’은 그보다 덜 화려한 역할을 맡는다. 그들은 어느 한 룬샷을 열열히 지지하기 보다는 많은 륜샷을 육송할 수 있는 뛰어난 구조를 만든다. 그들은 예지력 있는 혁신가라기보다 세심한 정원사에 가깝다. 그들은 룬샷과 프랜차이즈 양쪽을 모두 잘 돌보며,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압도하지 못하게 한다.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고 지원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P 79
균형을 유지해서 어느 한 상태가 다른 상태를 압도하지 않게 하려면 필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룬샷을 도모하는 예술가와 프랜차이즈를 도모한느 병사가 똑같이 사랑받는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 나약하고 모호한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아주 현실적인 얘기이자 자주 간과되는 요소다. P 83
버니바 부시와 시어도어 베일은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이전’을 경영했다. 그들은 룬샷과 프랜차이자 사이의 균형과 소통을 중시했다. P 216
동적평형을 만들어내라.
쉽게 말하면 어느 한쪽을 편애하지 말라는 것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버니바 부시를 전폭 지원하면서도, 군이나 정치/행정도 균형적으로 바라보았다. 버니바 부시도 마찬가지다. 부시는 본인의 연구소 사람들을 지원하면서도, 힘을 합쳐야할 해군에 존경과 찬사를 보냈다. 이것이야 말로 한 팀을, 조직을 다스리는 리더들에게 제일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균형을 지키는 리더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처음에는 룬샷을 발견하고, 룬샷을 지원하는 멋진 리더였더라도, 그 룬샷에 목이 메여 균형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성공한 룬샷이 프랜차이즈가 되고, 다시 새로운 룬샷이 나오는 선순환. 어찌보면 좋은일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선순환은 정확하게 말하면 ‘위험한’ 선순환이다.
위험한 선순환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폴라로이드. 즉석 카메라라고 알려진 그 폴라로이드다. 랜드가 처음 폴라로이드를 발명했을 때는 그저 허무맹랑한 룬샷이었다. 하지만 결국 찬사를 받는 성공한 룬샷이 되었고, 프랜차이즈로 성공했다. 랜드는 폴라로이드의 성공에 힘입어 새로운 폴라비전이라는 즉석 영화 상영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 룬샷은 실패했다. 이미 이 당시에는 홈 비디오가 대중화되어 있었다. 홈 비디어보다 간편하지도 않고, 비용도 많이 들었던 폴라비전은 그렇게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현장의 병사와 벤치의 예술가 사이에 오가는 균형 있는 아이디어와 피드백을 통해 가장 유리한 룬샷을 고르는 게 아니라, 오직 신성한 리더의 뜻에 따라 아이디어가 정지될 때, 팀이나 기업은 함정에 빠진다. 리더는 자신의 보좌진을 승진시키고, 바다를 갈라 선택받은 룬샷을 위한 길을 낸다. 위험한 선순환의 주기는 점점더 빨라진다. 룬샷과 프랜차이즈는 서로를 더 크게, 더 빨리, 더 많이 키운다, 전지전능한 리더는 전략상의 이점을 바탕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룬샷에 대한 애정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바퀴가 헛도는 일이 일어난다. P 174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줄을 잇는 것은 회사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시어도어 베일은 ‘나머지를 희생시키면서 어느 한쪽을 무시하거나 편애한다면 반드시 전체의 균형이 깨질 것’이라고 했다.P 226
균형과 소통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내부의 장벽을 극복하게 도와줄 손길이 필요하다. 어느 모세의 보좌진의 손길이 아니라, 정원사의 손길처럼 부드러운 손길이 필요하다. 아이디어가 이전되는 데 힘을 너무 받거나(추상적인 명령) 힘이 부족하면(아무 지원 없음), 유망한 아이디어와 기술도 실험실에서 썩게 도리 것이다. 그러면 조직은 그 기술을 상실하고, 시간과의 싸움에서 질 것이며, 그 기술을 발명한 사람의 충성심을 잃게된다. 핵심 인재는 회사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P 268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428/pimg_7440571782529161.jpg)
정말 씁쓸한 사실이지만, 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에 버니바 부시 같은 리더는 없다. 팀이든 부서든 본부든 리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리더십 관련 경영서를 그렇게 읽었음에도 깨우친게 없는건지, 아님 책을 헛으로 읽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난 이렇게 또 한번 좋은 리더가 어떤 리더인지를, 언제쯤 이런 리더를 만날 수 있는지를, 아님 이번 생에 만날 수 있기나 한지를 생각하며 이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