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채소 먹는 기쁨


오늘 마음을 채운 에세이 『제철 채소 먹는 기쁨』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채소’다. 그동안 우리 식탁 위에서 늘 조연에 머물렀던 채소들이 이 책 안에서는 당당히 주연으로 우뚝 선다.


부끄럽게도 나는 채소로 만든 음식은 늘 ‘밑반찬’이나 메인 메뉴를 돋보이게 하는 ‘곁들임’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식탁의 중심은 으레 육류나 생선이 차지해야 하며, 채소는 그들의 느끼함을 잡아주거나 영양 균형을 맞춰주는 보조적인 식재료라 여겼다. 심지어 ‘김치찌개’처럼 이름부터 채소가 주인공인 음식조차, 그 안에는 반드시 돼지고기 같은 육고기가 들어가야만 제대로 된 맛이 난다고 맹신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정고메 작가는 그런 나의 해묵은 고정관념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저자는 채소가 만년 조연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거부한다. 그녀는 채소가 식탁의 명실상부한 주연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했고, 누구도 선뜻 시도하지 않았던 창의적인 조리법들을 고안해 냈다. 낯선 식재료의 조합을 실험하고 직접 맛보며 완성한 레시피들을 블로그에 공유하기 시작하자, 온라인상의 독자들은 열광했다. 하나둘 그녀의 요리를 따라 하기 시작하면서, 무대 구석에 밀려나 있던 채소들이 드디어 식탁 중앙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이다.


책 속에서 보여주는 채소들의 무궁무진한 변주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향긋한 깻잎 하나만으로도 근사한 냉파스타를 뚝딱 만들어내고, 봄의 전령사인 냉이에 두부와 당근을 곁들여 단단한 풍미의 냉이김밥을 완성한다. 뿐만 아니다. 토마토는 평범한 라볶이의 품격을 높이는 핵심 재료가 되고, 고기 없이도 김치찌개와 김치스튜의 감칠맛을 폭발시키는 최고의 식재료로 재탄생한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끼니가 아니라, 제철의 에너지를 머금은 채소 본연의 맛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은 읽는 것만으로도 미각이 살아나는 기분을 선사한다. 그저 냉장고 구석에서 시들어가던 밑반찬용 식재료라고 치부했던 채소들이, 작가의 손끝에서 얼마나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요리로 변모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식탁 위에서 조연의 삶에 익숙해진 채소들에게 미안해지는 시간. 오늘부터 나 역시 나의 주방에서 채소들을 주연으로 데뷔시켜보고 싶다는 기분 좋은 설렘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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