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과학 공부 - 볼 것 많은 요즘 어른을 위해 핵심 요약한 과학 이야기
배대웅 지음 / 웨일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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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문과 출신이다. 문/이과를 가르기 전까지 공통과학도 좋아했고 수학도 좋아했지만, 그보다 더 역사를 좋아했고, 독서를 좋아했다. 문/이과 갈림길에서 더 좋아한 문과를 선택했다. 물리나 미적분 등 골머리 쓰는 이과 과목들을 배우고 싶지 않은 이유도 한 몫했다. 시간이 흘렀다. 최근 십 여년간 취업시장에서 문과생들이 빠르게 도태되기 시작했다. 문과생들은 닥남했다. 그들은 말했다. 



“문송합니다.”



문과가 점점 위축되는 시대가 오다보니, 반발심일까? 과학을 더 멀리하고, 역사 및 문화, 철학 등 인문학을 더 가까이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용하는 모든 도구들이 과학 발전으로 생겨난 것들인데 과학을 멀리하는게 맞는가? 아프면 병원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데, 이런 행위 자체가 과학의 발달로 가능한게 아닌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많은 질문들이 들고 일어섰다. 



거기다 요즘은 과학적 사고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이야 어려서 엄마, 아빠 말이 다 맞다고 하는 우리 상전이지만, 몇 년 뒤 커서 질문을 했을 때, 나는 과학적 사고에 입각하여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떠오른 순간 더 이상 안되겠다 싶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과학과 친해져야겠다고 말이다. 



물론! 바로 물리, 화학, 지구과학 등 과학 학문을 공부한다는 말이 아니다. 애초에 그런건 현실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나름대로 짱구를 굴려봤다. 다름아닌 내가 좋아하는 분야로 과학에 접근하는 법! 한마디로 ‘역사’를 중심으로, 과학에 접근하는거다! 따지고보면 이런식으로 과학서적(?)을 많이 읽긴 했다. 뭐 대게 의학, 약학 관련 책이긴 했지만. 이번엔 전반적인 분야에서(?) 과학에 접근해보자 싶어서, 책을 찾아봤다.



그렇게 내 눈에 띈 과학책 『최소한의 과학공부』. 내가 원하는 느낌의 과학도서다. 다 읽고보니, 과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청소년 과학도서 추천용으로도 제격이다.



과학 발전은 정치, 사회, 경제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페니실린 개발(의학), 원자폭탄 개발(화학), 아폴로 계획(우주과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사회적 배경과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페니실린과 원자폭탄이 개발되었다. 소련과 미국 냉전체제라는 정치적 배경과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지구 너머, 달에 사람이 발자국을 찍게 되었다. 



과학사적으로 페니실린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페네실린으로 거대과학 연구가 본격화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페니실린 개발사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의 직업적 정체성은 다양하다. 예컨데 플레밍은 과학적 발견에 천착한 과학자였고, 히틀리는 경제 기술을 개발한 엔지니어였으며, 케인은 대량생산을 조직한 기업가였다. 이렇듯 페니실린은 정부, 기업, 재단, 대학 등을 망라하는 직단작업의 결과였다. 또한 페니실린을 계기로 과학 연구에서 국가 역할이 부각되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페니실린 대량생산의 결정적 순간은 미국 정부가 화이자의 제조법을 (특허 따위는 무시하면서) 공유하고, 엄청난 자금과 자재를 지원한 데에 있었다. 이는 과학 발전이 국가 규모의 지원이 필요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함의한다. 이후 맨해튼 계획, 아폴로 계획 등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과학과 국가는 불가분의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 p 064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이 모든 것을 정당화했다. 미국이 원자폭탄 개발을 결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만들기로 한 뒤에는 약간의 가능성만 보여도 인력과 물량을 쏟아부었다. 난다 긴다 하는 과학자들도 그렇게 조건 없는 대규모 지원을 받으며 연구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계획은 단 3년 만에 성과를 냈다. 1945년 7월 뉴멕시코 앨라모고도에서 테스트에 성공했고, 한 달 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두 방의 폭탄이 떨어졌다. 1억 총옥쇄를 외치며 결사항전을 준비 중이던 일본은 곧바로 항복했따. 3년간 총 13만명의 인력와 20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결과였다. 2023년 기준 330억 달러, 원으로 환산하면 약 39조 9600억 원이다. 이러한 대규모 물량과 천재적 두뇌의 조합은 맨해튼 계획의 성공, 나아가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전 세계에서 오직 ‘천조국’ 미국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p 121



요컨데 아폴로 계획은 과학이 정치, 경제의 전폭적 지원으 받으면 어떤 위업을 이룰 수 있는지 보여준다. 순수하게 과학 연구만의 목적만 있었다면 아폴로 계획은 시작조차 못했거나, 금방 좌초되었을 것이다. 소련과의 체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시대적 목표가 있었기에 반대 여론과 천문학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계속될 수 있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아폴로 11호로 목표의 상당부분을 이뤘기에 더 이상 계속되기 어려웠음을 함의하기도 한다. 원래 아폴로 계획은 20호까지 계획되었으나,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17호로 끝났다. 그리고 냉전질서가 완전히 해체된 이후, 더 이상 달에 가려고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을 이유도 없어져 버렸다. p 149



과학의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많다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돈’이다. 기본적으로 연구는 돈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백날 연구만 하는 과학자들이 연구할 돈은 어디서 구하는가? 돈 많은 사람들의 지원과 투자다. 투자자들은 아무 이유없이 지원을 하는가? 아니다. 그 기술이 돈을 벌어다준다는 확신이 있어야 투자를 한다. 특히나 페니실린/원자폭탄 개발, 달탐사 계획은 일반적인 투자가 아닌, 범국가적 투자가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실패했을 경우 n년치 국정 운영예산을 날리는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막대한 비용을 지원했다. 물론 이 프로젝트들을 지원 결정을 하기까지 과정은 지난했다. 하지만 당시 정치, 사회적 배경으로 인해 미국 정부는 막대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냉전체제에서의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서. 그렇게 일단 지원을 결정한 순간, 미국은 이 프로젝트에 경제적 지원, 세계 여러나라에 있는 인재 포섭, 각종 규제완화등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성공했다. ‘천조국’의 시작이다. 결과적으로 과학의 발달은 국가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과학도 입문은 보통 ‘이과’를 선택하며 시작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이과생들이 과학도의 길로 들어서는가? 아니다. 공부머리가 있는 이과생 대다수는 ‘의사’를 목표로 이과를 택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방영된 여러 대중매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실제로 난다긴다하는 이과생들의 최종 목적지 역시 의과대학이다. 심지어는 공과대학에 갔던 학생들조차도 수능을 다시 보고 의대를 가거나, 졸업후 의전원을 선택한다. 



물론 이과생 일부는 순수 과학 분야를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겠으나, 의과대학을 노리는 학생들에 비하면 그 수는 턱없이 적다. 이러한 추세는 순수 과학분야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적고, 의사들에 비해 과학도의 수입이 적은 이유가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은 어렵지 않을까(일본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스무명이 넘었다).




뢴트겐은 강직한 지식인이었다. 누가 봐도 X선의 특허는 떼돈을 벌 기회였다. 독창적 아이디어를 특허로 독점해 돈을 버는 것이 나쁜 일도 아니었다. 예컨데 영국은 1623년 일찌감치 확립한 특허법 덕분에 산업혁명에서 다른 나라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뢴트겐은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X선의 특허 제안을 끝까지 거절했다. 그 이유는 이랬다. “X선은 내가 발명한 것이 아니라, 자연에 있던 것을 발견한 것이다. 따라서 인류의 자산이어야 한다.” 카피레프트라는 용어도 없던 시절에 그 철학을 앞장서 실천한 것이다. 만약 X선의 사용권이 독점화되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거대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들만 주로 썼을 것이다. p 050 


여담이지만, 뢴트겐의 이러한 행보는 과학도를 넘어 모든 이가 본받아야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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