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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명품 - 사람이 명품이 되어가는 가장 고귀한 길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6년 1월
평점 :
오늘날 보이지않는 계급으로 상대적인 박탈감에 좌절감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인문학책 『인간명품』을 추천한다. 이 책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삶을 통해서, 명품을 온몸에 치렁치렁 두르며 무늬만 명품인 사람들이 아닌, 명품이 없어도 충분히 사람 자체로 명품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그녀는 대체 누구인가. 미국 제35대 대통령 존 F. 캐네디의 부인이자 당대 미국인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았던 사람이다. ‘올드머니룩’의 원조이자, 타고난 교양과 품격 그리고 풍부한 지식와 특유의 재치를 바탕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바꾼 사람이다. 그야말로 대체불가능한 여성이었다. 콧대높은 프랑스조차도 고개를 숙였던, 말그대로 걸어다니는 명품, ‘인간명품’이었던 그녀의 품격은 어디서 온 것인가.
-재클린 사회학: 과거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로 거듭다는 것
-상속자 정신: 부모로부터만 오는 상속이 아닌, 부모를 뛰어넘어 사회로부터 받는 더 큰 상속
어느시대나 계급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사는 21세기, 신분을 나누는 계급은 없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하지만 사람들은 분명하게 계급을 나눈다. 옛날처럼 귀족과 양민을 뚜렷하게 가르던 계급사회도 아닌데 어떤 방식으로 계급을 나눌 수 있을까?
집으로 나누는 계급을 보자. 넓게 보면 일반적인 국민평형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간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다. 좁게 들어가면, 같은 국민평형 아파트에 살고 있음에도 브랜드 아파트이냐 임대 아파트인지에 대한 차이가 또 다른 계급을 나눈다. 회사는 어떠한가? 공채를 뚫고 사원급으로 입사한 사람과, 오너일가의 한 사람으로 관리자로써 입사한 사람. 그들간에도 보이지않는 계급이 있다. 시작점이 다르기에, 그 끝도 다르다. 어른들 세계만 계급이 있을까? 아니다. 학교 내에도 계급이 있다. 고소득 직종에 종사한 부모를 둔 아이와,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직종에 종사하는 부모를 둔 아이들간에도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다.
재클린 케네디 오아시스가 살았던 시대에도 계급이 있었다. 혹자들은 그녀 역시 태생부터 상류층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부유한 집안에서 상류층 교육을 받으며 자라지 않았느냐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녀의 유년시절 삶은 그렇게 풍족하지 않았으며, 가정사 역시 복잡했다. 21세기인 지금도 부모의 직업이 무엇이냐, 어떤집에 사느냐에 따라 아이들끼리도 계급이 갈리는 시대인데, 당대는 어떠했겠는가. 더군다나 이혼이 흠이 되던 시대이기도 했다. 특히나 상류층이라면 더더욱. 그런 시대에 재클린의 부모는 이혼했고, 재클린을 향한 모친의 핍박은 숨쉬듯 늘 있는 일이었다. 유년시절 그녀의 성장과정만 봤을 때, 세상이 알고있는 재클린과는 괴리감이 있을 정도다.
내편 하나 없는 그런 환경에서 그녀가 택한 길은 독서였다.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여자가 책을 가까이 한다는 사실은, 여자는 지성이 아닌 ‘미’를 가꾸고, 귀족 남자와 결혼을 해야한다는 당대 가치관에 대놓고 반기를 든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선택은 집안, 학교, 친구들 내에서 절대 인정받지 못한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독서’를 택했고, 그 안에서 진정한 ‘상속자 정신’을 깨우친다.

상속자 정신의 시작은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배경, 재능, 노력 등)이 내게 속한 것이 아님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누군가에게 전해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겸손해지고 겸손해지는 순간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상속자 정신을 되새기게 된다.
물질적인 상속과는 다르다. 재산, 경영권 승계 등 물질적인 상속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통제가 뒤따른다. 그 통제는 인생의 자율권을 막는다. 또한 특권의식에 젖어, 자신이 상속받은 것은 당연한 것인냥 받아들이며 ‘겸손’이라는 가치관에서 멀어진다.
자기 스스로 정한 것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게 한다면 인생의 자율권 승계는 안 한 겁니다. 재클린의 자신감은 상속자 정신의 비밀, 즉 인생의 자율권 승계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p 051
재클린은 좌절을 힘들고 불행한 일로 보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작은 성공으로 보았죠. 작은 성공들이 쌓여 큰 성공으로 이끈다고 믿었어요. 그리고 좌절된 꿈 위에 새로운 꿈을 얹었죠. 더불어 평생 발레를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발레리나가 될 수 없다면, 무대를 만드는 일에라도 참가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어쩌면 발레복이나 무대의상을 디자인하는 일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했어요. 그 꿈을 실현할 방법을 고안하느라 분주했습니다. 그리고 발레 관련 책을 수집해 자기 방 벽 한 면을 채웠어요. p 074
모든 꿈은 계층 상승의 꿈이라 할 수 있죠. 물론 계층 상승이란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보다 나은 상태를 추구하려는 욕망이라고 풀이할 수 있어요. 바로 ‘향상심’이죠. 이는 상속자 정신의 근저에 흐르고 있습니다. 재클린은 자신과 케네디가 “평생 안주하지 않고 높게, 더 높게 오르려고 끝없이 노력했다”고 단언했으니까요. p 079
가짜 상속자는 자신이 물려받은 것을 타인과 함께 성장시키는데 사용하지 않습니다. 외모와 사회적 배경이 좋다 하더라도 가짜 상속자에게는 감당할 수 없이 무거운 왕관의 무게일 뿐이죠. 그 무게에 짓눌려 자신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에 즉흥적이고 무책임합니다. p 086
그렇게 깨우친 상속자 정신은, 물질적인 가짜 상속자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가짜 상속자들은 물려받은 재산으로 인해 인생의 자율권이 제한된다. 심지어는 자신의 자율성이 제한되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치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뿐인가. 넘쳐나는 재산만을 믿고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한다.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니, 무책임해지고, 종국에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할 ‘겸손’, ‘배려’, ‘존중’ 같은 가치관을 모르는 삶을 살게 된다.
예컨데 물질적인 재산만을 쫓으며 최고의 권력자 부인이라는 자리에 심취하여 부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불리고, 매관매직을 하면서도 자신이 행한 일이 범죄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전직 영부인이었던 김건희 처럼. 이게 바로 같은 영부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명품으로 추앙받는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와 범죄자로 전락한 김건희의 차이다.
모르는 척하기는 문제를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것과 달라요. 자신이 알아야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죠. 성공한 삶이란 내 인생에 집중할 것들에 대해 알아 가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는 겁니다. 재클린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자신의 인생에 허용했어요. 원하지 않는 것은 무시해버리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습니다. p 096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기에 대다수 사람들은 운명은 이미 태어나는 순간 결정된다고 믿어요. 이런 제한된 믿음은 주어진 상황과 계급에 순응하는 태도를 키우죠. 그리고 쉽게 ‘글쎄, 난 선택의 여지가 없어’ 또는 ‘우리에겐 선택지가 없다’라고 생각하며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없애버려요. 그러나 역사와 독서는 운명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풍부한 사례집이죠. 우리는 선물상자에서 사탕을 고르듯 삶을 창조하기 위해 그 선택지를 늘릴 수 있어요. p167
보이지 않은 계급이 숨쉬는 21세기, 시작조차 못하고 포기부터 배우는 20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눈 앞에 나타날 수도 있었던 일말의 가능성조차 포기하는 건, 미래의 본인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