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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발칙한 사생활 - 우리 곁 식물들의 영리한 생존전략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장은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5월
평점 :
품절
작년에 출간한 식물 책 『식물의 발칙한 사생활』. 이 책 저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일본의 식물학자이다(농학부 교수). 내 책장에는 이 분이 쓴 식물 책이 세 권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 포스팅하는 『식물의 발칙한 사생활』이다. 사실... 작년에 출간되었을 당시에 샀던 책이긴한데, 공부한다는 핑계로 읽지 못하고, 1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읽었다. 이 책 이후로도 동 저자가 식물 책 신간을 몇 권 더 냈다는건 안 비밀(얼른 사놔야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꽤 많은 식물 책을 읽었는데, 저자가 쓴 책은 내가 읽은 식물 책 중 단연코 베스트 5 안에 든다. 진짜로!!!
이 식물 책 『식물의 발칙한 사생활』은 지상에서 사는 식물들의 생존전략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심지어 책의 시작부터!
식물은 인류의 삶에서 뗄레야 뗄 수가 없다. 오랜 옛날, 인류가 불을 발견하기 전까지 인류의 에너지 섭취 수단은 오직 식물이었다. 불을 발견하고 육식을 하기 시작한 뒤에도 인류는 식물을 중요한 식재료로 생각했다. 그뿐인가? 현재 식물은 주식으로 먹는 식재료를 떠나,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인류가 먹고, 마시고, 바르는 모든 것들의 원료가 되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바르는 모든 것들은 대부분 ‘식물유래 추출물’을 전면에 내세운다. 분명 합성원료임에도 불구하고, 식물 추출물로 만들었다는 내용만으로도 왠지 안전하고, 믿을 수 있고, 더 건강해질거라고 믿는다. 식물유래 추출물질의 대표적 기능으로는 항산화, 항히스타민, 혈액순환개선, 인지기능향상 등이 있다. 정말 어마무시하지 않은가? 항산화의 대표주자인 각종 비타민을 비롯하여, 메리골드, 안토시아닌 등 대부분의 원료가 식물 추출물이거나, 혹은 식물 그자체를 사용하거나 둘 중 하나다. 아니, 이쯤되면 식물은 인간의 건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창조된 생물인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삐- 그 의심은 틀렸습니다.
식물에서 유래한 성분에는 다양한 기능과 특징이 있는데, 식물의 화학물질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뿌리에서 흡수한 양분과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당분, 식물은 이 한정된 자원으로 모든 생명 활동을 영위해가야만 한다. 영양분을 투자하여 튼튼하게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고, 경쟁력을 높여 주위 식물보다 몸집을 키워 빛도 더 많이 쬐어야 한다. 물론 꽃을 피우고 꽃가루와 씨앗을 만드는 일 역시 다음 세대를 육성하는 데 중요한 예산 배분이다. 자원을 축내며 생산하는 화학물질도 비효율적이어서는 안된다. 이를테면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물질인 동시에 항균활성화 작용도 한다. 혹은 물에 녹아 침투압을 높여 건조 시 세포의 보습력을 높이거나 저습일 때 동결 방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p 023
고추냉이나 양파의 매운밧 성분도 식물의 화학병기로, 고추냉이나 양파는 이 화학병기에 좀 더 지혜를 더했다. 고추냉이의 화학병기는 시니그린이라는 물질이다. 이 시니그린 자체는 매운맛이 없지만, 곤충이 갉아먹어 세포가 파괴되면 세포속 시니그린이 세포 밖 산소로 인해 화학 반응을 일으켜 알릴겨자유라는 매운맛 성분을 생성한다. 고추냉이를 얇게 저밀수록 매워지는 이유가 세포가 그만큼 파괴되기 때문이다. 양파도 마찬가지다. 많은 식물이 온갖 머리를 짜내어 다양한 화학병기를 만들어 내는 이유는 식물에게 곤충이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p 030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해주는 식물유래 추출물. 그것들은 식물이 지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낮없이, 매일같이 만들어낸 삶의 지혜였다. 우리는 식물이 만들어낸 삶의 지혜를 넙죽넙죽 받아먹고 있던 것이었다.
여기까지 내용은 그저 이 책의 시작일 뿐이다. 아래 목차를 보라. 식물들이 지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지난한 삶을 살아내는지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근데 이 내용을 그저 방구석 가드너가 볼 때와, 식물보호기사 자격증 수험생이 볼 때가 또 다르다. 이게 무슨말이냐면...
방구석 가드너가 볼 때는 ‘아! 그렇구나!’, ‘그럼 이렇게 해봐야겠다!’ 라는 정도의 감상에서 끝난다. 하지만 식물보호기사 자격증 수험생 입장에선, 어머 세상에! 이렇게 친절한 개념 교과서가 있다니!!!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특히 비전공자 수험생에게 말이다.
방구석 가드너 n년차 피로는, 식물관련 전공은 1도 아닐 뿐더러 관련 업종에서 근무한적도 없다. 완전 식물계의 햇병아리. 그런 내가 식물보호기사를 쉽게 취득한 건 종종 읽었던 식물 책의 도움이 컸다. 특히 이 책의 저자가 쓴 여러 식물 책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만 과거에 읽었던 저자의 다른 책들에선 대체로 재배학 관련에서 도움을 받았다면, 이 책 『식물의 발칙한 사생활』은 다르다. 재배학 뿐만 아니라 농림해충학, 식물병리학 까지도 아우르고 있다. 무려 해충과 병리다!!! 수험생들 골치 꽤나 아프게하는 식물 병충해!!! 식물 병충해 기초 개념잡기 딱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다.
아.. 식보기사 취득하고 얼마전에 종자기사 실기까지 퍼풱트..하게 마무리한 상태라, 아직 뇌가 수험생 모드에서 깨어나오질 못하고있다..하....
얼른 일반인 모드로 돌아가서, 책좀 더 읽어야하는데...!! 레드 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