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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
나태주 지음 / 니들북 / 2025년 4월
평점 :
나태주 시인님의 시집은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나지만, 나태주 시인님의 에세이는 벌써 세 번째다. 시인님의 에세이를 읽을때마다 느낀다. 각박한 세상에서 보기 힘든 참 어른이 있다면, 바로 나태주 시인님이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과거에는 흔히들 말하는 ‘참어른’이 주위에 많았다. 해서 젊은 사람들에게 고난이 닥치면 어른들이 나서서 도와주거나, 혹은 조언을 해주며 헤쳐나갈 길을 알려주고는 했다. 반면에 요즘은 어디를 둘러봐도 어른인 척 하는, 나이만 많은 사람들이 지천이다. 이제 갓 사회 나온 20대를 위해, 고단한 사회 생활에 들어선 30대를 위해, 수 많은 인생 후배들을 위해, 진실된 조언 한마디를 해줄 어른을 찾을 길이 없다.
심지어 어떤 나이많은 사람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유독 약하다며, 젊은이들이 문제라고 치부한다. 정말 그럴까? 그들이 젊었을 땐, 위에서 말했듯 참어른이 많았기에 삶에 고난이 닥쳐도 헤쳐나갈 수 있었다. 그뿐인가? 사회문제도 그렇다. 그들이 젊었던 그 때는 없었던, 생각치 못했던 수많은 사회문제들이 현재 도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사회문제들 역시도 젊은이들이 나약해서 그런거라며 치부한다. 이 사회문제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지금와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은채.
그들은 믿고 싶지 않겠지만 젊은 세대가, 내가 살고 있는 각박한 세상. 지금 우리를 나약한 젊은이라 치부하는 그들에게 물려받은 세상이다.
그래서 현재를 사는 젊은 세대, 나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야, 내일을 겨우 보장받을 수 있는 삶. 지금 젊은 세대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마음 속에는 점점 더 여유가 없어지고, 나 자신을 돌보는 건 사치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런 삶을 사는 우리다. 그렇기에 더 참 어른의 한마디가 고프다. 어떻게 해야 이 삶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진실된 조언 한마디가 간절하다. 바로 그래서다. 그래서 나태주 시인님의 에세이를 읽었다. 이 세상에서 몇 안되는 참어른, 인생 후배들을 향해 진실된 한 마디를 건네주시는 나태주 시인님의 한마디는 더할나위 없이 소중하다.
지금 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이 책에 실린 나태주 시인님의 조언을 옮겨본다.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
그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
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
그것을 빌미 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
힘들게 하지 말자는 말이다
나는 온들도 많은 일들과 만났고
견딜 수 없는 일들까지 견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
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
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
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너,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나태주 -
제가 보기에 우리 모두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고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더 잘하고 싶고, 더 높은 곳만 바라보다 보니, 어느 정도 잘하고 있는데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디 더 잘하려고, 나보다 더 앞서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을 뒤떨어진 실패자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뭐든 그런식으로 생각하세요. 적당히 가리고, 적당히 보완하면서 살아가세요. 그런 것들은 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p 018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결핍이 저에게는 도움이 되었다는 겁니다. 부족하기 떄문에 시 쓰는 사람이 됐어요. 자신을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기에, 되레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거나 충분히 잘했다는 이야기도 해 줄 수 있는거에요. p 023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1」, 나태주 -
만약 ‘나도 그렇다.’라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분명히 이 자리에 오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너도 그렇다.’ 라고 했기 때문에 제 이야기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가 닿았을 겁니다. 단지, 그 두 글자 차이입니다. ‘나만’에서 ‘너도’로 갔다는 것.
요즘 이건 누구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시대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혼란스러운 시대를 거쳐 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나만 그렇다.’ 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오늘날에 이르러보니, 여러 가지로 윤택하고 넉넉해지고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나서 보니 이제는 ‘너도 그렇다.’라고 말하고 싶어진 거에요. 바로 자리이타(自利利他) 입니다. 나한테도 이롭고 너한테도 이롭다. p 045
자존감이란 게 뭡니까?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입니다.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남도 높일 수 있어요. 하지만 자존감이 낮으니까 자꾸 ‘나만 그렇다.’라고 하는 이기심이 생기는거예요. 자존감이란 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 스스로가 나를 인정하고 높이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상대적으로 나를 높이는 마음이 자존심입니다. 그러니까 자존심과 자존감은 다른 것이지요. p 047
스스로 자기를 낮추지 마십시오.
그만하면 당신은 괜찮은 사람입니다.
오늘로 충분했어요.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행복」, 나태주 -
가까운 곳에 있는 행복을 찾지 아니하고, 자꾸만 먼 곳에 있다, 남에게 있다, 안 보이는 곳에 있다,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고 생각하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지난하고, 불행하고, 답답하고, 속상하기만 한 것이지요. 이에 대해 카를 부세라는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산 너머 저 멀리에 행복이 있다고 말하기에, 나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갔는데 그곳에는 행복도 뭣도 없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울면서 후회하면서 집에 돌아왔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까치발을 딛고 더 먼 곳만 바라본다는거예요. 여전히 행복은 산 너머 언덕 너머 더 멀리 있으럭라고 말하면서요. p 090
누구나 다 힘들 때가 있어요. 사람이 힘들면 취약해지고 에너지가 바닥을 칩니다. 그럴 때 마음속으로 누굴 떠올릴까요? 가족입니다. 이 가족이란 게 참 징글징글한 겁니다. 가장 많이 싸우는 사람은 부부이고, 부모 자식간이고, 가족입니다. 남과는 싸움을 잘 안하지요. 가장 많이 부딛히는 사람은 가족이에요. 그런 가족이 애특해지는 순간이 어떤 때입니까? 바로 아플 때입니다. 내가 약해질때예요. p 101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요?
가까운 곳, 지근거리, 바로 우리집에 있습니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