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
함혜리 지음 / 파람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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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개인적으로 목적있는 여행을 추구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뼛속까지 J인 나는 주제를 정하고, 주제를 토대로 어디를 갈지 계획하고, 뭘 먹고, 어디서 잘지를 완벽하게 정해놔야 마음이 가벼워진다. 심지어 돌발상황을 대비한 대체안 두어개를 더 만들어둔다. 예컨데 휴관일이 아닌데 휴관한다거나. 실외장소인데 갑자기 비가 와서 보기가 어려워진다거나 뭐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이 여행책 『프랑스, 예수롤 여행하기』 저자도 그렇다. 나처럼 여행 목적이 명확하다. 내가 역사라면, 저자는 ‘예술’. 역사나 예술이나 인문학 하위분야이고, 예술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역사가 들어오고, 역사를 이야기하다보면 자연스레 예술작품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는 내내 여러 곳에시, 저자와 취향이 겹쳐지는 아주 신기한 경험을 했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들 하지만 사진을 곁들여 글을 쓰면 그 순간의 감동이 더욱 오래간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정을 짜면서 봐야 할 것들의 목록을 만들 때 1차 자료 조사를 하고, 여행을 다니면서는 사진기에 담고 매일 저녁 다녀온 장소를 기록하면서 그 순간의 느낌을 기억한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와서 글로 정리하면서 예술가에 대해서,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다시 공부하고 가져온 자료와 책을 찾아보게 된다. 이렇게 글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여행에 깊이가 생기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된다. 그리하여 내게 여행기를 쓰는 것은 또 다른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p 006


이 여행책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예술’ 여행이라는 관점하에 쓰여진 여행에세이다. 무엇보다 프랑스는 유밍한 미술관, 박물관이 즐비한 나라이기도 하다. 특히 유명 미술관, 박물관 대다수가 프랑스 수도 파리에 있다. 파리가 괜히 세계 문화수도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책이 프랑스 ‘파리’를 주제로 한 여행에세이인가? 그건 절대 아니다. 저자는 파리를 비롯하여 남프랑스까지 전부 섭렵했다. 거기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뿐만 아니라, 과거 예술 거장들의 흔적까지 아우르는 예술 여행 에세이다. 




파리

오랜 세월 공들여 가꾼 도시 파리는 아름답다. 잘 정비된 도로변으로 아름다운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그 모든 길이 만나고 헤어지며 만들어지는 지점에는 광장이나 분수, 조각 같은 역사적 기념물이 있다. 겉만 조형적으로 아름답다고 하면 파리가 아니다. 파리에 있는 수많은 미술관이 소장한 다양한 미술품은 인류가 지금까지 이뤄놓은 문화와 정신의 빛나는 결정체들이다. 세계의 문화수도라는 자부심 또한 무리가 아니다. p 015


13세기에 지어졌던 루브르궁은, 14세기 베르사유궁이이 지어진 뒤 왕실 소장품을 전시하는 갤러리가 되었다. 이후 혁명기를 거쳐, 유럽 최초 근대적 박물관으로 개관했으니 여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루브르박물관의 시작이다. 루브르박물관의 심볼인 유리 피라미드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좌/우파 가리지않고 극심하게 반대했다는 이야기는 조금 신기했다. 지금 피라미드 없는 루브르는 그야말로 앙꼬없는 찐빵이니까. 심지어 설치하고 있는 중에도 반대가 심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결과적으로 유리 피라미드를 제작하며 박물관을 확장한 결과, 루브르 입장객은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성공스런 리모델링이 아닌가!


루브르에 전시 작품들이나 시대적 구분은 워낙 방대하니 생략! 궁금한 사람들은 이 여행에세이를 읽으면 된다. 예술을 사랑하는 여행자 시점으로 쓴 만큼 정말 자세하게 서술되어있다. 


유리 피라미드에 이어 조금 놀랐던 이야기 하나 더 소개하자면, 바로 루브르 아부다비. 일종의 루브르 체인점이라고나 할까? 프랑스 정부와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협약하여, 아부다비에 설립된 루브르 아부다비점이다. 외관상으로 파리 본점이 역사과 기품이 담긴 고풍스러운 곳이라면, 아부다비 체인점은 모던한 현대 미술을 시각화한 느낌이랄까? 에술알못인 나지만 물을 이용한 외관은, 뭐랄까 원주의 뮤지엄 산 처럼 안도 다다오가 지은 건축물이 떠오르기도 한다. 



파리는 루브르 말고도 유명한 박물관이 정말 많다.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퐁피두 센터등이 그렇다. 그 뿐만인가? 파리를 대표하는 심볼로도 유명한 에펠탑이나 오페라 가르니에 건축물도 두말 하면 입아프다. 하지만 생략! 자세한 내용은 역시나 이 책을 읽어주길 바란다.



대신 내 눈을 사로 잡은 건 파리를 조성하는 거리였다. 생제르망에 있는 카페들. 외관부터 남다른 느낌의 이 카페들은, 알고보면 역사가 깊은 카페들이 태반이다. 특히 해밍웨이, 장 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아르튀르 랭보, 기욤 아폴리네르 등 유명인들이 글을 쓰기 위해, 토론하기 위해, 커피 한잔 마시기 위해 들렀던 곳이다. 문학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러야할 성지라고나 할까?!



언젠가 파리에 가게된다면 생제르망 거리만큼은 꼭 거닐어보고 싶다. 저자가 이렇게 친절하게 산책코스까지 만들어줬으니, 응당 걸어줘야지!


아차! 몽마르트를 빼먹을 뻔 했다. 일명 화가의 거리인 몽마르트 언덕이다. 18 ~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이 복작복작했던 바로 그곳이다. 물론 지금은 다른 의미로 화가들이 복작복작하다.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서 초상화를 그려온다지 아마..


몽마르트를 거쳐간 화가들을 나열해보자. 미알못이라도 한 두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오귀스트 르누아르,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마네, 폴 세잔, 에드가르 드가 등을 비롯하여, 나같은 미알못은 잘 모르지만 미잘알들은 잘 알고 있는 클리시 불르바르,  툴르즈 로트레크, 등이 있다.



파리 처럼 이렇다할 유명 미술관은 없지만(아! 몽마르트 박물관이 있긴 하다), 대신 인상파 화가들이 거닐었던 거리, 태어났던 집, n년 간 살았던 집 등 그들이 머물렀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혹시라도 프랑스 여행계획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여행계획 짜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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