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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6월 25일 ㅣ 첫역사그림책 25
김미혜 지음, 최정인 그림, 하일식 감수 / 천개의바람 / 2022년 9월
평점 :
세는 나이로 4세가 된 우리 상전. 그림책 읽기를 정말 좋아한다. 상전이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할 때마다, 매번 그림책 살 때 마다 고르고 또 고른 보람이 있다. 막 말이 트이기 시작했을 땐 사물이나 생태관련 짧막한 책을 읽어줬다면, 지금은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읽고 있다. 20페이지 내외, 페이지당 5~6줄의 글이 있는 그림책을. 예전엔 전래동화 같은 그림책을 좋아했다면, 요즘은 인성교육 관련 그림책을 좋아한다. 하지만 엄마의 욕심은 끝이 없고!
엄마는 자타공인 역사더쿠. 그래서 우리 상전도 역사더쿠의 길을 따라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리하야 유아가 읽을 만한 역사 그림책이 무엇이 있을까 검색 시작! 몇 개의 후보군 중에서 일단 ‘천개의바람’ 출판사에서 나오는 어린이첫역사책 시리즈 중 4권, 우선 구매해봤다. 물론! 이 네 권도 랜덤으로 고르지 않았다. 집필자의 역사관에 따라 왜곡이 심해질 수도 있는 ‘임진왜란, 개화기, 독립운동, 한국전쟁’ 에 대한 책을 골랐다. 우리 상전이 읽어야 할 역사책이니만큼, 정말 꼼꼼히 확인했다.
1. 한 쪽으로 편향된 내용 또는 왜곡이 없는지
2. 꼭 알아야 될 사실들이 정확하게 반영되어있는지
3. 아이들이 읽기 쉬운 글인지
4.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삽화인지

완전 성공이다. 네 권 모두 위 조건에 부합했다. 그에 더해 ‘이런 것 까지 알려주다니!!’ 라고 놀라웠던 지점마저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사 전공 교수님이 감수했다는 사실에 완전 감동(고대사 전공 교수님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우리 상전 첫 역사 그림책으로 합격이니만큼, 일단 내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역사적 사건 기준으로 차례차례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거기에 더해 왠만하면 상전 그림책은 리뷰를 잘 안하지만, 이 그림책들은 아주 만족했으니 천천히 리뷰해보려고 한다.
큰 강줄기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아기 수달 달이. 달이는 강가에서 해순 할머니를 만났다. 달이는 해순 할머니가 길이 막혀 북쪽으로 갈 수 없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물길이 자유로운데 길이 막혀있다니! 해순 할머니는 달이에게 1950년 6월 25일, 그날에 겪었던 일들을 설명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에서 처음 놀랐던 지점이 바로 여기다. 보통 아이들에게 6.25 전쟁을 이야기 할 때는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해~’ 라는 전개과정을 이야기한다. 이 책도 그러려니 했는데, 세상에! 놀랍게도 이 책은 배경부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가 끝났지만, 미군정으로 인해 일제강점기때 혼란이 수습되지 못했던 그 배경을! 물론 디테일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내용이었다. 아주 박수가 절로 나왔다.
결국 부산까지 빼앗길 위기에 놓였지.
그때 맥아더 장군이 국제 연합군을 이끌고
국군과 함께 인천으로 들어와 북한군을 공격했어.
바로 인천 상륙 작전이란다.
“그렇게 전쟁이 끝난 거예요?”
“아니, 그렇지 않았어. 북한을 도우려고 중국이 어마어마한 군대를 보냈거든.”
“전쟁은 큰 상처를 남겼단다.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학교와 집은 불에 타고,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어.
엄마, 아빠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도 많았지.”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갔어요?”
“아버지는 만나셨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오시지 않더구나”
“왜요? 전쟁에서 돌아가셨어요?“
“글쎄다, 북에 살아 계시려나…….“
할머니가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해순 할머니는 그 기간동안 주인을 잃은 아버지의 구두를 소중하게 보관했다. 다시 만날 아버지에게 돌려주기 위해.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은 어느새 70여년이 흘렀다. 그 기간동안 남과 북은 갈라졌고, 가족들도 헤어져 만나지 못했다. 그저 말못하는 짐승들만 남과 북을 자유로이 오갈 뿐.
어린이 그림책임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분단이 주는 고통과 아픔이, 성인에게까지 이렇게 잘 전달되다니. 우리 상전 첫 역사 그림책으로 손색이 없다.
그림책 뒷장에는 한국전쟁의 과정이 비교적 간략하지만 설명되어있다. 근데 간략하다고 무시하면 안된다. 연합군의 인천상륙작전, 중공군 참전, 휴전, 피난민 생활, 비무장 지대 등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건들을 전부 다루고 있다. 거기다 한국전쟁 관련 유적지 몇 군데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
거제포로수용소 유적은 연합군이 만든, 북한+중공군 포로를 수용했던 수용소다. 한국에선 오랫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곳인데, 이렇게 어린이 그림책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여기서 또 한번 감동했다. 이 그림책은 한국전쟁에 대해 최대한 중립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자 했구나, 하고.
가짜뉴스와 역사왜곡이 판 치는 세상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건 올바른 역사책이다. 우리 상전 첫 역사책으로 이 그림책은 최고의 선택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