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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평점 :
내가 읽었던 식물 세계사 책 중에 제일 흥미로웠던 책이 있었다. 지금은 절판되었으나, 내 책장에서 항상 날 부르고 있는 책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 그 책을 읽고서, 저자의 다른 책을 또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했던 책이 있으니 바로 오늘 소개하는 식물 세계사책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다. 물론 구매했을 당시에는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뒀다가, 이번 구정 연휴에 읽었다. 왜? 공부하기 싫어서..ㅋㅋㅋㅋㅋ
늘 회사, 집을 오가는 워킹맘이지만 아이가 자는 시간에는 식물보호기사 필기 공부를 하고 있다. 이번 연휴에도 어김없었는데, 공부하기가 왜이리 싫은지! 책이라도 읽자 싶어서 책장에서 서성이다가 집어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공부는 하기 싫지만, 이왕 책 읽는다면 시험과 연관된 책을 읽자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 책이 식물보호기사 시험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 라고 한다면 대충 재배학원론에 나오는 내용 일부가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특히 재배학원론에서 중요하게 보는 작물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이 세계사책에서 말하는 13가지 식물이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tea),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 이다. 이 중 ‘감자, 토마토, 벼, 콩, 옥수수’ 는 정말.... 재배학원론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작물들이랄까. 특히 식물들 기원지라던가, 세계사적으로 유명했던 식물병도 이 책 읽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 개이득!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에서 ‘감자’ 이야기만 살짝 가져와본다. 재배학원론에서 식량작물로써 감자, 식물병리학에서 단골문제인 감자역병의 감자. 그리고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많이 가지고 감자!!! 정말 재미있는 감자이야기 시작해본다.
남미 안데스산맥 주변이 원산지인 감자가 유럽에 처음 전해진 것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한 이후였다. 그렇기는 해도 유럽에 감자를 처음 소개한 이가 콜럼버스는 아니었다. 사실 그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여러 곳을 탐험했으나 산지에서 재배한 감자를 직접 접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유럽인들이 속속 남미로 찾아들었고 그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감자가 발견되고 유럽에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6세기 초, 중반의 일이었다. p 028
감자의 원산지인 안데스산맥 주변 지역은 해발고도고 높고 기후가 서늘한 편이며 건기와 우기가 뚜렷이 구분된다. 감자의 사촌 작물이자 또 다른 덩이뿌리 식물인 고구마도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데 아열대성 기후인 중앙아메리카에서 처음 재배되기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땅속에서 열매를 맺는 뿌리채소는 열대나 아열대 기후의 중, 남미나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경우가 적지 않다. p 029
이때까지 유럽인들은 땅속에서 열매를 맺는 무, 순무 같은 뿌리채소는 키워봤으나 덩이뿌리 식물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처음 감자를 접했을 때, 유럽인들은 감자를 먹는 방법을 몰랐다. 그러다보니 유럽인들이 먹는 다른 녹황채소류 처럼 덩이줄기가 아닌 감자 싹이나 잎을 먹거나, 초록색으로 변한 덩이줄기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인은 안다. 감자 싹, 초록색으로 변한 덩이줄기는 절대 먹으면 안된다는걸. 왜? 감자싹과 잎, 초록색으로 변한 덩이줄기에는 솔라닌 이라는 독성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솔라닌은 조금만 먹어도 중독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물질이다.
하지만 당대유럽인들은 이를 몰랐다. 그래서 감자를 먹고 중독되거나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설상가상으로 감자는 성서에 기록되지 않는 식물이기도 했다. 결국 감자는 마녀재판의 피고인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감자는 악마의 열매라는 별칭을 얻게되었고, 화형을 선고받았다. 화형된 감자라.... 감자를 구우면 참 맛있는 냄새가 났을텐데, 당대 유럽인들은 그 냄새를 어떻게 참았으려나? 이유야 어쨌든 악마의 열매가 된 감자는 유럽인들이 기피하는 식물이 되었다.
감자라는 식물은 대표적인 구황작물 중 하나다. 원산지가 안데스산맥인 만큼 척박한 환경에서도 아주 잘 자라는 효자식물이다보니, 식량난을 해결하기에 최적인 작물이기도 하다. 유럽인은 이런 신의 열매 감자를, 먹는 방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성서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악마의 열매로 매도하여 기피하한 것이다. 그리하여 유럽은 빠르게 사라졌을 식량난을, 더 오랜시간 버텨야만 했다.
앞으로 이 나라에서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 _ 프리드리히 2세
감자의 진면목을 알았던 19세기 프로이센(현 독일) 국왕 프리드리히 2세. 그는 프랑스, 러시아, 오스트리아와 7년간 전쟁을 벌였다. 전쟁은 프로이센의 승리. 하지만 긴 전쟁은 나라를 황폐화시킨다. 프로이센의 식량부족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때 프리드리히 2세는 감자를 떠올렸다. 여러 방면으로 감자를 보급하고자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따라주지 않았다. 감자는 어디까지나 악마의 식물이었으므로.
유럽 대륙에 대기근이 들었을 때의 일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막대한 상금을 내걸고 주식인 밀을 대신할 구황작물을 모집했다. 이떄 파르망티에는 자신의 포로 시절 경험을 살려 감자 보급을 제안했다. 그의 제안에 따라 루이 16세는 단춧구멍에 감자꽃을 꽂아 장식했고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게도 감자꽃 장식을 달게 함으로써 대대적인 감자 홍보에 나섰다. (…) 감자는 서민에게 보급해야 하는 작물인데 어째서 왕족과 귀족이 독점하겠다는 취지의 공지를 냈을까? 사실 여기에는 루이 16세의 교묘한 책략이 숨어 있었다. 국영농장은 낮에는 엄중하게 경비를 서지만 밤이 되면 경비가 느슨해진다. 그러다 보니 호기심을 누루지 못한 사람들이 야음을 틈타 감자밭에 침입해 감자를 서리해갔다. 그렇게 감자는 서서히 서민들 사이로 널리 퍼져 나갔다. p 041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와 프랑스 루이 16세, 마리앙투아네트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여 감자 보급에 성공했다. 어떤 묘안인가! 바로 ‘유행(트렌드)’다. 왕족이 하는 것은 귀족들이 따라하여 붐을 일으킨다. 그렇게 상류층에서 일어난 붐은 자연스레 하류층에 퍼진다. 프리드리히 3세와 루이 16세는 이를 파악하여 감자 보급에 접목한 것이다. 여담이긴 하지만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감자보급에 힘썼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지면 참 좋은 내용이라, 조금 아쉽다.
이렇게 유럽 여러나라에서 감자 보급에 성공하며, 유럽은 매년 찾아오는 식량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감자로 인해 감자는 유럽인의 주식이 되었다. 자연스레 유럽인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늘어난 인구는 노동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그 노동력은 산업혁명과 공업화로 이어진다. 감자 하나로 유럽의 역사가 크게 바뀐 것이다.
그뿐만인가? 대항해 시대 선원들은 이름모를 병으로 힘들어했다. 헌데 감자가 주식이 되고, 감자를 배위에서 먹을 수 있게 되자 선원들은 이 병에서 벗어났다. 당시에는 이름모를 이 병의 이름은 괴혈병. 비타민C 결핍시 발병한다. 그때만해도 장기간 배를 탈 때, 배 위에서 먹을만한 식량이 없었다. 먹을게 없으니 자연스레 선원들은 비타민C가 결핍되어 줄줄이 괴혈병에 걸린 것이다. 하지만 감자가 등장하면서 이 괴혈병은 사라졌다. 감자는 비타민C가 풍부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감자는 온/습도만 맞다면 장기보관이 가능한 아주 착한 식물이다보니, 망망대해에서도 보관이 아주 쉬웠던 것이다.
1840년대에 들어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아일랜드 전역에 감자 역병이 창궐해 지독한 흉작이 이어졌다. 그 무렵 아일랜드에는 감자가 주식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상태였기에 감자가 없으면 꼼짝없이 굶는 수밖에 없었다. 대기근이 닥쳤고 100만 명에 달하는 많은 사람이 굶주림으로 고통받으며 죽어갔다. 감자 역병 원인 조사 결과 감자의 증식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p 048
인류의 구원투수 감자. 하지만 감자로 인해 100만명이 죽는 일이 발생한다. 바로 그 유명한 감자역병!
감자는 영양번식을 하는 식물이다. 즉 단일품종인 씨감자로 번식하는 것이다. 고로 하나의 씨감자가 특정 질병에 걸리면, 그 씨감자와 같은 덩이뿌리에 있던 모든 씨감자들도 그 질병에 걸릴 확율 100%다. 하여 감자의 원산지인 안데스에선 감자를 재배할 때 여러 품종을 섞어서 심는다고 한다. 감자의 전멸을 막기위해서다.
하지만 아앨린드 사람들은 품종을 고르고 골라서, 제일 우량하다고 생각된 하나의 품종만 재배했다. 그 결과가 바로 감자역병이다. 감자가 주식이 되어버린 아일랜드에서, 감자역병은 엄청난 문제였다. 100만 명이 굶어죽었고, 400만 명이 아일랜드를 탈출해서 미국으로 향했다. 여기서 약간 의아한 점 하나! 아일랜드인은 왜 바로 옆에 있는 영국이 아닌, 미국으로 향했는가. 알만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원조 나쁜놈 영국은 이 때도 여지없이 나빴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굶어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일랜드를 속국이라 생각하며 무시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400만 명의 아일랜드인이 미국 땅을 밟았다.
그렇게 미국땅을 밟은 아일랜드인의 후손들이 미국 역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존F케네디, 레이건, 클린턴, 오바마 등이 있다. 이뿐만 인가? 월트 디즈니를 창립한 월트 디즈니, 맥도날드를 창립한 맥도날드 형제 역시도 감자역병을 피해 미국으로 피난온 아일랜드인의 후예다.
감자는 유럽의 역사를 바꾸다 못해 미국의 역사까지 그 영역을 넓힌, 정말 대단한 식물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감자전이나 먹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