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 - 지친 나에게 권하는 애니메이션 속 명언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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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에세이는 애니더쿠라면 한번쯤 눈길이 갈 만한 제목이다. 특히 나랑 비슷한 세대이거나, 나와 가까운 앞 뒤 세대 더쿠들에겐 더더욱!



나는 어린나이부터 덕질을 시작했는데, 최초 덕질이 다름 아닌 애니 덕질이었다. 뭐, 비슷한시기에 다른 덕질도 같이 시작하긴 했지만, 여튼 최초는 애니덕질! 그런 나에게 이 에세이 『어쩌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나일지도 몰라』는 눈길이 가기엔 정말 충분한 제목이었다. 물론 지금은 휴덕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애니메이션’은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 무언가! 라는 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저자는 내용을 4개의 파트로 구분하였고, 각 파트도 애니메이션 3개씩 할당하였다. 고로 총 12개 애니메이션 속 내용과 명대사가 이 에세이 속에 담겨있다. 나는 이 에세이를 읽으며 그때 그 시절, 애니를 보고있던 과거의 나와 다시 만났다.



자랑은 아니지만 12개의 애니메이션을 모두 봤던 나였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때 그 애니를 봤던 과거의 나와 만났다. 띠부띠부씰 모으기에 열중했던 초등학생 때의 나, 중2병이 한창이었던 중학생 때의 나, 수능준비에 찌들어있던 고등학생 때의 나, 알바로 바빴던 대학생 때의 나, 그리고 사회생활을 갓 시작했던 나와 회사에 찌들어있던 나까지. 이 책을 읽으며 모든 나이 대의 ‘나’를 만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동안 내가 살아오며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고 살아왔는지.




『포켓몬스터』는 주인공 지우가 세계 제일의 포켓몬 매니저라는 꿈을 꾸며 방방곡곡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지우의 여정에는 수많은 우연과 만남이 존재하죠.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이는 인간 존재의 의지와 운명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오롯이 꿈 하나만 품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고난을 겪는 지우의 모습을 보다 보면, 꿈에 대한 어린아이의 무조건적 열정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순수함에서 오는 강렬함이기도 하고요. p 040



초등학생 때 방영한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심지어 지금도 끝나지 않는 포켓몬스터! 그때는 그저 포켓몬을 잡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지우를 보며 박수치고 좋아했다. 덩달아 띠부띠부씰 모는 것에도 전투적이었고. 당시 띠부씰 모으던 열정, 이는 내가 처음으로 무언가에 미친듯이 빠졌던 최초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3n살이 된 나에게 그런 열정은 당최 찾아볼 수가 없다. 뭔가 빠져볼까? 하다가도 나중을 생각하면서 시작조차 안하고 포기하는게 습관이 되어버렸달까.


그 뿐만인가? 분명 그 때는 세계 최고의 포켓몬 마스터가 될꺼라는 지우처럼, 나에게도 꿈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기억조차 안나는 내 꿈.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지니던 꿈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현실과 타협하며 점점 작아지더니 이제는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한다. 내 딸 만큼은 나처럼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꿈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 인생은 주어진 카드로 펼치는 진지한 승부야. 내가 받은 카드에 불평하기 보다는, 그 카드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단다.

-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어. 우리가 스스로 개척하는거야!

- 언제든 세상을 바꾸는 것은 꿈을 진정으로 뒤쫓는 사람이야.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작이죠. 특히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는 무정부주의적인 성향과 더불어 반전주의, 평화주의 등 전쟁을 둘러싼 다양한 정치적인 배경이 소피와 하울의 사랑 이야기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하는 작품 속 세계관은 우리에게 환상과 동시에 현실의 아픔을 느끼게 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기술과 마법이 함께 성장한 상황을 유토피아적으로, 그러한 시대적 배경을 기반으로 발생한 국가 간 잔인한 전쟁 상황을 디스토피아로 그려내죠. p 105




고등학교 진학, 외모, 교우관계 등 고민 많은 중3. 질풍노도의 중학생. 하울은 그때 내가 본 애니메이션이었다. 당시 나는 하울과 소피의 성장을 보고 깨달은 게 하나 있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가 다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한창 외모에 관심 많은 중학생에게 이런 깨달음을 얻기란 꽤 어려운 일인데, 하울이 그걸 해냈다. 그때부터였던것 같다. 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한 시기가!



- 자기 미래는 자기가 정하는거야

하울이 마음을 잃었다니요! 확실히 이기적이고 겁쟁이에다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울은 솔직하고 자유롭게 살려는 것 뿐이죠. 하울은 여기 오지도, 악마가 되지도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는 악마와의 관계를 스스로 정리할거예요. 난 그렇게 믿어요!


유바바는 치히로에게 일을 주며 원래의 이름을 빼앗습니다. 그리곤 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죠. 그러자 하쿠는 센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원래 이름을 절대 잊지 말라고 합니다. 유바바가 이름을 빼앗아 사람들을 조종한다면서요. 그렇다면 이름을 잊지 말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물질만능주의가 도래한 지금, 우리가 이름, 즉 정체성을 잊지 않도록 조언하는 것입니다. 치히로는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죠. 이는 니체의 ‘초인’ 사상처럼 고난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p 144




센과 치히로는 개봉하고도 한참 나중에 보았던 애니였다. 아마 고딩때 봤던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청소년일것 같은데, 곧 사회로 나가야한다는 압박감을 가졌던 그때. 인 서울 해야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수능준비로 예민해졌던 그 때. 그 때 센과 치히로는 나에게 잠깐의 휴식을 주었고, 내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주었다. 



- 이름을 뺏기면 돌아가는 길을 잊게 돼. 난 아무리 해도 생각이 안나.

내가 어렸을 때 강에 빠졌었는데, 그 강은 이미 메워지고 아파트가 들어섰대. 문득 생각이 났어. 그 강의 이름은…. 이름이 코하쿠 강이었어. 네 진짜 이름은 코하쿠야!

자 어서가, 뒤돌아보지 말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서 만난 과거의 나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정말 과거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가끔은 뒤를 돌아봐도 되고, 옆으로 빠져도 돼. 너는 해내고자 하는 건 어떻게든 해내는 아이니까, 너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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