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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조현철 지음 / 파람북 / 2024년 12월
평점 :
지구에 사는 인간은, 아니 모든 생명체는 현재 생존에 빨간불이 켜졌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가 시작했다. 더운 나라에는 폭설이, 추운 나라에서 폭염이 일어났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선 계절 구분이 희미해졌다. 더운 계절은 폭염이 지속되었고, 추운 계절에는 혹한의 날씨가 지속된다. 기후재난이 시작된 것이다.
다들 ‘기후위기’라고 말한다. ‘탄소중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말 쉽게 말한다. 쉽게 말한 것 치고는, 이를 이겨낼 해결 방안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전 인류가 해결 방안을 알고는 있다. 머리로 알고 있지만, 몸으로 실행하지 않을 뿐이다. 이를 실행하는 순간 인간은 지금까지 누려왔던 ‘편리함’을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편리함’을 놓고 싶지 않은 인간의 이기심. 이런 이기심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남는게 더이상 당연한게 아닌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문제는 ‘생존게임’이 인간에 한정된게 아닌,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대상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만든 기후위기. 그 업보를 지녀야할 대상은 인간이어야 함이 마땅한데,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가 나눠지게 되었다.
이 인문학책 『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는 기후위기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인간을, 기후위기로 인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적한다. 기후위기는 비단 환경 문제가 하나만이 아니라고. 기후위기는 노동의 위기,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위기 등 사회 전반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자본주의는 언제나 ‘최대화의 원칙’으로 자연에 개입해왔다. 자본은 더 큰 이윤을 얻으려고 자연에서 끝없이 더 많은 것을 추출하며 배타적 자기 증식을 거듭한다. 하지만 힘이 아무리 커도 인간은 여전히 자연의 일부다. 자연의 질서를 무시한 채, 할 수 있다고 무엇이든 다 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당장은 이익이 될지 몰라도 결국은 탈이 난다. 기후를 비롯한 오늘의 총체적 위기가 잘 보여준다. 오늘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자발적 자기 제한의 겸손과 지혜가 필요한다. 이제라도 비인간 생물과 공존하는 쪽으로 생각과 행동을 바꿔야 한다. p 047
나는 쇼핑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_미국 예술가 ‘바버라 크루거’
미국의 시인이나 농부 웬델 베리는 소비주의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직접 “찾아내거나 만들거나 기르기보다는 사는 게 낫다고 여기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소비주의가 강해질수록 직접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만들고 길러내는 능력은 줄고, 사서 쓰고 버리는 소비 과정은 확대 재생산된다. 삶이 상품 소비에 잠식될수록 우리는 사서 쓰고 버리는 데 길든다.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소비자가 된다. 소비자는 결국 ‘쓰레기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p 024
21세기, 모든 게 연결되어 있는 시대다. 한마디로 말해 ‘초연결 사회’다. 덕분에 우리가 사는 지금은 그 어떤 시대보다 역대급으로 ‘편리’한 삶을 영유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터치 또는 클릭 한 번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쉽게’ 살 수 있다. 옛날처럼 물건 하나를 구하는데 오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원하는 제품군을 모아서 가격까지 비교해주는 쇼핑몰, 터치 또는 클릭 한 번이면 구입 끝! 다음 날이면 집 앞에 내가 구매한 물건이 도착한다. 이처럼 원하는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시대가 또 있었을까. 동, 서양을 막론하고 역대 모든 전제군주들 조차도 원하는 것을 바로 이렇게 바로 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초연결은 이렇듯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는 사회로 이끌었다. ‘쉽게’ 구할 수 있자, 사람들은 ‘쉽게’ 버리기 시작했다. 왜? 원하면 언제든, 다시 구매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 우리에게 편리함을 준 ‘초연결’ 사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쓰레기’라는 무서운 그림자를 숨기고 있었다. 쓰레기가 된 물건들. 우리는 그저 쓰레기통에 버리면 된다. 하지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것들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 쓰레기들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 누구도 쓰레기의 종착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라는 전인류적인 비상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올 여름이 당신 생애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
이번 더위는 언제 수그러들지에 관심이 크다. ‘지금 당장’을 견디기도 힘든데 아직 보이지 않는 미래에 눈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 지 몇 년 전 일본 정부는 에어컨을 최대한 사용하는 것을 폭염 대책으로 내놓았다. 올여름에 우리 정부도 폭염은 상시적인 자연재난이고 냉방기기 사용은 국민의 기본적 복지라며, 에어컨 사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이려고 전기 요금 누진에 완화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p 049
에어컨. 여름에 없어서는 안되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캐리어 아저씨에게 감사해요’라는 말이 여름마다 나오기도 한다. 에어컨을 키게 되면, 당장 나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에어컨의 이면을 보자. 에어컨과 같은 공간에 있는 나는 시원하지만, 에어컨 가동열이 배출되는 실외기가 있는 공간은 덥다. 폭염 그자체다. 쉽게 말하면 에어컨은 A라는 공간에 있는 열을 흡수하여 시원하게 해주지만, 그 흡수한 열을 B라는 공간에 배출하는 것이다. 에어컨이 열을 배출하는 공간은 당연히 바깥, 외부다. 그 열을 흡수하는 것은 지구다. 결국 에어컨을 키면 그 공간은 시원해지지만, 에어컨 열을 흡수하는 지구 전체적으로는 더 뜨거워지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폭염 대비에 대한 불평등 이다.에어컨의 냉방혜택은 에어컨을 소유한 사람만 누릴 수 있다. 에어컨이 없는 가정은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에어컨을 사용하며 폭염에 일조하고, 에어컨이 없는 사람들은 그 폭염에 노출되어 더 많은 피해를 본다. 폭염에 노출된 사람들은 심할 경우 온열질환으로 사망하기도 한다.
잊지 말자. 올 여름 맞이한 폭염은, 작년 여름 내가 켰던 에어컨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 폭염으로 인해 가깝게는 우리나라에, 멀게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나부터 시작하자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기술과 설비의 ‘절대 안전’은 모순이다. 원인이 실수든 재해든 사고는 일어나는 법이다. 이에 반해, 온실가스의 최대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중단’이나 정치적으로 밀어붙인 가덕도나 새만큼 공항 건설 계획 ‘포기’는 안전 문제가 전혀 없을뿐더러 당장 효과가 있는 확실한 탄소 감축 방안이다. 지난 해 2월 영국 법원은 런던 히스로공항 제3활주로 건설계획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감축 의무를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지난 2월 프랑스는 기후변화 대응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5월 기차로 2시간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거리의 항공기 운항 금지를 포함한 ‘기후와 복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저들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데, 우리는 무엇을 ‘할지’ 골몰한다. p 058
기후, 자본, 노동, 정책, 불평등 거창한건 다 모르겠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나’부터 시작하자. 소비부터 줄여보자. 편리함을 쫓던 이기심을 버리고,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자.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 나는 ‘에코프랜들리’한, 매우 친환경적인 소비자라는 사람들. 대표적인 사례가 텀블러와 에코백이다. 과연 텀블러와 에코백이 친환경적일까? 환경오염의 지표로 ‘탄소발자국’이라는 게 있다. 어떤 제품의 생산부터 시작해서 소비자에게까지 도달하는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말한다. 텀블러와 에코백은 탄소발자국이 높은 제품 중 하나다. 우리가 그렇게 사용을 지양하던 일회용 종이컵과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매우 높은 탄소발자국을 가지고 있다.
텀블러의 탄소발자국은 일회용종이컵보다 월등히 높다. 심지어 텀블러는 버릴 때 분리수거가 어렵기에, 그대로 지구를 오염시키는 쓰레기가 된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고 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쓰고자 한다면 적어도 하나의 텀블러를 1일 1회, 최소 6개월 이상을 사용해야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회용 종이컵은 사용하지 않아야한다. 이정도를 사용해야 텀블러 탄소발자국 수치가, 일회용 종이컵 1회 사용한 것과 비슷해진다. 에코백도 그렇다. 동일한 에코백을 비닐봉지 대신 최소 130회 이상을 사용해야, 일회용 비닐봉지 1회 사용한 것과 같아진다.
이 사실을 알고난 뒤 나는 텀블러와 에코백을 직접 산 적이 단연코 없다. 사은품으로 받은 텀블러와 에코백은 주변에 사용하라고 나눠준다. 심지어 지금 출퇴근 가방으로 사용하는 에코백은 벌써 8년째 사용중이다.
머리로만 알고 있는 기후위기 해결방안. 내가 할 수 있는 조그만 것 부터 실천하기를 바란다. 소비를 지양하고 편리함을 조금 내려놓기만 해도 좋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성찰하여,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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