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 상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가 있다. 일명 ‘공능제’. 얼핏보면 무슨 제도인가? 싶은 이 단어는 ‘공감 능력 제로’라는 말의 줄임말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요즘 뉴스에서 접하는 사건사고와 그런 사건사고를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공감능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사실을 느낀다. 그중에서도 유독 사회적 약자나, 나와 성향(또는 취향)이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모름지기 공감능력이란,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배워나가는 중요한 역량 중 하나다. 이런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건, 과거와 달리 요즘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간과한채, 오로지 대학 입시를 위한 교육에만 매몰되어있는 것과 결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인성교육을 중요시 하는 부모들도 분명히 있다. 그런 부모들을 위해 어린이도서 『제로학교』를 소개하고 싶다.
1. 메이트 러너
2. 몽당연필
3. 고치고치
4. 뻐꾸기게임
『제로학교』는 위 4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공감능력이 제로인 학생들이, 실은 공감능력이 제로가 아니라는 것. 우리 어린이들이 제로에서 한발짝 나아갈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첫번째 에피소드 『메이트 러너』 中
“다들 기주 팬클럽이야? 와, 진짜 너무한다!”
지금까지 교실에서 그 누구도 나에게 어디서 전학 왔냐, 뭐를 좋아하느냐 묻는 애가 없었다. 그런데 기주는 예외인 것 같았다. 눈이 나쁜데도 달리기를 하는 기주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전제가 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하는 대단한 친구가 기주였다. p 027
믿을 수 없었다. 나처럼 달리기에 진심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뛰었다. 뒤에서 기주의 눈길이 느껴졌다. p 031
달리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나와 같은 기주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달리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제야 가슴 속의 돌멩이가 사라진 것 같았다. p 037
분명 어딜가든 조건은 나보다 좋지 않은데, 이상하게 성적이(또는 성과가) 나보다 좋은 친구들이 있다. 나보다 잘하기에 당연히 시기, 질투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시기, 질투가 부정적인 감정으로 진화하게끔 두는 것은 절대 금지! 이는 본인에게도 엄청난 독이 된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도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자기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아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인정하기 시작하니, 자연스레 공감이 되었고,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힘이되는 러닝메이트가 되었다. 성적이 좋아지는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선물과도 같은 것!
▶두번째 에피소드 『몽당연필』 中
아리처럼 적극적인 아이는 처음 봤다. 그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오래가고 지치지 않는 건전지를 닮았다. 아리는 먼저와서 말을 걸어 주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아리가 내 이름을 부른 순간부터 조용했던 학교 생활이 시끌벅적해졌다. p 051
늦지 말라던 아리는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놀이공원 시계탑의 시침은 열한 시를 가리켰다. 아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온다던 애들도 연락이 안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때 SNS 게시물 업로드를 알리는 알림이 떴다. 아리의 계정이었다. p 061
남자아이의 가방에 매달린 몽당연필이 그날 떨어진 몽당연필이라고 해도 더 이상 내가 주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서 아리에게로 갔고 아리는 처음부터 찾을 생각이 없었다. 몽당연필의 새로운 주인은 적어도 아리와는 달라 보였다. 나랑 같은 연필 덕후가 같은 학교에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쫙 펴지고 웃음이 실실 나왔다. 아침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괜히 든든했다. p 071
‘아싸’ 라는 말이 있다. 풀이하면 아웃사이더. 교실에서 자의 또는 타의로 혼자있는 친구들이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 역시 아싸였다. 자의보단 타의에 속하는 아싸. 그러던 어느 날 보기만해도 반짝반짝 빛나던 아이가 다가오면서, 자신의 학교 생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모두 그 친구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든게 고도의 괴롭힘이었다면?
이런 사실을 알게되면 보통은 위축될지도 모른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도 위축되었다. 아니 위축될뻔했지만, 바로 일어설 수 있었다. 오히려 자신을 교묘하게 괴롭히던 그 아이가 불러도 움츠러들지않고, 당당하게 교실 문을 열 수 있게되었다. 곁에 있지 않아도, 나를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있음을 알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