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생활백서 리뷰... 폐교 방문 전에 두 권 모두 포스팅하려고 했는데, 현실은 지박령님 버전만 리뷰하고 폐교로. 잠시 폐교생활백서 에세이가 아닌, 폐교 방문 리뷰를 하자면?



프로개님 블로그와 책에서만 보던 폐교와 파티원들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기 그지 없을 뿐이고

분명 폐교에 있는 식물들 중 일부가 우리집에도 있는데, 압도적인 크기 차이에 놀랄 뿐이고

분명 폐교에 있는 식물들 중 일부가 우리집에도 있는데, 압도적인 무늬 차이에 놀랄 뿐이고

분명 퀘스트 시작은 같이 했는데, 왜 우리집에만 얘가 없는가!!에 슬플 뿐이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와따는 환영 화환이 바나나라는 것!

심지어 운동장에도 바나나가 얼차렷. 심지어 바나나가 달려있다는 것!!


끝!



자 이제 에세이, 프로개의 폐교생활기로 돌아와서.....


​아내는 안식년 용돈으로 1,000만 원을 지원해 주었습니다. 방을 내어줄 테니 식물을 더 키워 실험해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크라우디펀딩 사이트에 프로젝트 계획을 올렸습니다. 4,900여 개의 식물을 다양한 환경에서 키워보고 기록하는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식물을 아파트에서 키울 수는 없었습니다. 부랴부랴 장소를 찾은 다음 짐을 쌌습니다. 어느 날 우리는 그렇게 폐교로 떠났습니다. p 009


처음에는 시골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화물 수레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수레값에 트럭 배송비를 더하자 제법 큰 금액이 나왔습니다. 조금 더 보태면 전기로 움직이는 카트도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조금 더 보태면, 조금 더 보태면’으로 나아가다가 ‘차라리 트럭을 살까?’에서 정신을 차렸어요. 결국 그냥 만들기로 했습니다. p 030


통큰 아내, 지박령의 배려로 안식년과 용돈으로 시작된 식물 프로젝트는 판이 커져서, 결과적으로 5년 간 폐교 생활 확정!!!


그렇게 프로개는 폐교를 어엿한 건물로 만들어냈다. 사무실 겸 침실을 만들었고, 부엌을 만들었다. 온갖 연장을 가져다 둘 도구실에, 수레, 택배보관함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다 만들다 비닐하우스와 텃밭, 울타리까지 만들었으니. 이쯤되면 그는 식물 드루이드라는 호칭에 연금술사라는 호칭까지 더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연금술사의 바람인 금 생성은 못하겠지만.....^_T


시골로 간다고 했을 때 텃세를 걱정하는 분이 많았어요. 그런 게 없지는 않을 거에요. 하지만 낯선 마을의 사람들과 잘 지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건지도 모릅니다. 내가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면 되는 것 아닐까요? 내가 먼저 경계를 풀고 녹아들면 마을 사람들은 더 많은 것으로 돌려줍니다. 호의는 그렇게 호의로 돌아왔습니다. p 028




시골 사람들 인심 좋다고 하지만, 그만큼 텃세도 무섭다는 건 익히 들어와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에세이에서 본 프로개님 폐교 적응기도 그렇고, 내 외조부모가 살고 있는 시골을 봐도 그렇고, 시골 텃세란 각박한 도시에 살고 있던 도시민들의 편견이란 생각이 든다. 어릴 때 우리네 부모님, 조부모님이 그러셨듯, 이사오면 동네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떡도 돌리고, 길가다가 마주치면 인사하고, 기쁜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하고, 도울 일이 있으면 서로 돕고. 우리가 시골 사람들이라 말하는 그분들은, 그저 예전처럼 사람냄새 나는 삶을 살고자 했던게 아닐까. 옆집에 누가사는 지도 모르는, 이웃 얼굴도 모르는, 사람 냄새 사는 삶을 잊어버린 각박한 도시민들이 오히려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 에세이 저자 프로개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사람냄새 나는 삶이 무엇인지를. 그래서 이사 떡을 돌리고, 이웃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물론 귀찮은 일이 없을거라면 그건 거짓말이다. 고령화된 시골에, 젊은 사람은 말 그대로 노동력이니까. 귀찮은 일을 대거 떠맡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프로개는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시골에 녹아들기를 선택했다. 그러자 저자에게 ‘시골 인심’이 배가 되어 돌아왔다. 


김장철에는 김장김치가 배달되고, 마을 앞으로 나온 영농지원금 명단에 자연스럽게 포함되고, 어느날 문앞에 사방신 먹이가 배달된다. 심지어 저자가 폐교 운동장 한켠에 텃밭을 만들기 위해 말그대로 삽질을 하고 있을 때, 마을 어르신이 트랙터를 몰고와서 한 큐에 땅을 갈아엎어주었던 것을 보면, 프로개는 아주 완벽하게 이 마을에 녹아들었것 같다. 오죽하면 폐교임대 기간이 끝나 이사를 간다하니, 주민들이 아쉬워할까!


장뇌삼 씨앗을 뿌리는 과정에서 모과나무 군락지를 발견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사신 어르신께 들어서 알게 되었는데요. 이 학교에서 관리하던 모과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게 80년대쯤이었다고 하네요. p 068


이번에는 딸기밭을 발견했습니다. 이미 딸기가 무르익어 있었어요. 수확해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됩니다. p 070


목재에 꾸을 발라 벌들이 많은 곳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여왕벌을 유도했죠. 그런 다음 벌집 통을 만들었습니다. 어라? 벌이 정말로 벌집 통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p 078


작년에 쫓아냈던 박쥐가 돌아왔습니다. p 162


송이버섯은 다음 해에도 또 이듬해에도 보였습니다. 송이버섯을 많이 채취한 날에는 친구들에게 택배로 보내주기도 했어요. p 178


폐교에는 실험 중인 식물 외에 개인적인 취향으로 키우는 식물도 많습니다. 바나나, 파파야, 용과, 망고스틴, 페페론치노 등 말이죠. 대부분 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입니다. 그렇기에 겨울에도 따뜻하게 관리해주어야 합니다. 빈 교실 하나를 선택합니다. 온실을 만들려고 해요. p 142



폐교에 들어올 때만해도, 그 이유는 5천가지 식물 테스트를 위함이었을 텐데. 우리의 프로개는 수많은 자체 퀘스트를 발생시켰다. 일부 퀘스트는 블로그에서 많은 드루이드들과 같이하는 퀘스트이기도 했고, 또 어떤 퀘스트는 본인 스스로 만들어서, 깨부시는(?) 퀘스트이기도 했다. 그 퀘스트 주인공들 사진이 에세이에 실려있는데, 와아.


누가 알았을까. 안동 폐교 운동장에 바나나, 파파야가 심길거라고. 심지어 바나나, 파파야 열매가 맺혔고. 그 뿐이랴? 폐교 곳곳에 퀘스트 주인공인, 파종부터 시작한 망고스틴, 페페론치노, 파인애플 등이 우람한 크기로(?) 그 곳을 지키고 있을거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 조금 슬픈 TMI 보태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퀘스트 시작을 같이 했지만 강제로 중도 탈락했다는 뭐 그런 소소한 이야기?


그런데! 하늘도 이런 프로개 됨됨이를(?) 알아봤나보다. 프로개 자체 퀘스트 발동과 별개로, 어떻게는 처리를 해야만 하는 퀘스트를 던져주니 말이다. 예컨데 박쥐 발견! 이라던가, 말벌 발견! 이라던가. 모과, 산딸기, 송이 던전 발견 뭐 이런 거?



이렇게 5년 간의 폐교 생활이 끝나가고, 마무리만 남은 지금. 폐교 생활을 응원하며 지켜본 나도 이렇게 아쉬운데, 프로개 본인은 얼마나 헛헛할까. 그래도 폐교가 훗날 프로개의 숲을 위한 한걸음으로 기억될거라는 생각을 하면, 프로개도 지박령도 모든 파티원들도 아쉬운 마음은 접어두고 폐교와 웃으며 안녕할 수 있겠지!


안녕, 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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