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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준의 말하기 수업 - 말하기에 자신이 생기면 인생이 바뀝니다
한석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8월
평점 :
잊을만하면 읽게 되는 장르의 책이 있다.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한 책이다. 작년에는 주로 글쓰기(어휘력, 문해력)에 대한 책을 읽었다. 이제 글쓰기에 대한 이론(?)은 어느 정도 정립이 되었으니, 올해는 말하기에 대한 책을 주로 읽어볼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리뷰하는 말하기 책은 『한석준의 말하기 수업』이라는 책이다.
《프리한 19》로 익히 보아온 한석준 아나운서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 옆에 오상진 아나운서, 전현무 아나운서가 있음에도 그가 하는 말은 이상하게 귀기울여 듣게 된다. 한창 TV를 볼 때는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알았다. 내가 한석준 아나운서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 이유를. 그가 하는 말에는 품격이 있었다.
다른 두 아나운서의 말에도 품격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한석준 아나운서 말의 품격이 유독 돋보였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청중의 입장에서 분석하자면, 그가 하는 말에는 항상 말을 듣는 이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었다. 배려와 존중은 과하면 상대방이 만만하게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석준 아나운서가 하는 말 속의 배려와 존중은 과하지 않는 적정선을 지킬뿐더러, 그 안에는 자신을 지키는 자존감도 있었다.
살다보면 ‘말’하나로 무너지고, ‘말’ 하나로 흥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개인에게 있어서도 ‘말’ 잘못해서 누군가와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가 왕왕있다. 비단 남의 일이 아니다. 말로 인해 관계가 틀어지는 일은 모두가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당장 내 기억속에도 그런 경험이 있다. 오랜 지기가 있었다. 나에게는 ‘친우’라 꼽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내뱉은 말에 나는 상처를 받았다. 서로를 알고 지낸 시기가 너무 오래되었고,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이였다. 뭐 이제와 돌아보면 나만 그런걸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난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그 말은 아닌 것 같다고 그 자리에서 정정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가벼운 사과말은 커녕 ‘무반응’.
나는 성격상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아닌 사람은 칼같이 쳐낸다. 오랜 지기라 생각했던 사람의 말과 행동. 칼같이 쳐내기엔 나에겐 너무 소중한 친우였기에 그저 실수라고 생각하고, 그가 가벼운 사과라도 하길 바라며 조금은 기다렸더랬다. 깨톡창도 수십번 들여다보곤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연락은 없었다. 그러다 한참 뒤에 자기 필요에 의한 연락을 했다. 그 연락에는 내가 원하는 ‘말’은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나만 이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나보다, 하고. 그렇게 나는 내 원칙처럼 그와 연락을 멈췄다.
말을 잘해서 나타나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참고로 말을 ‘잘해서’라는 의미는 그 말을 함에 있어서 적절한 시기와, 사용한 언어 그리고 말 하는 사람의 태도다. 이 삼박자를 고루 갖춘 사람은 말 하나로 좋은 인연을 만든다.
나에게는 ‘지인’보다 가깝지만, ‘친우’라고 하기엔 1% 부족했던 그런 인연들이었다. 사회에서 만난 인연보다는 크지만, 그렇다고 마냥 크지는 않았던 그런 인연들이었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인연들이 내 속에서 크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루는 내가 이들과 이렇게 친했었나? 라고 돌이켜보던 날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들이 나에게 하는 ‘말’은 언제나 다정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말을 하는데 있어서 타이밍을 알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나조차 잊었던, 내 호의를 잊지 않은 것은 덤이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말을 건네던게 쌓이고 쌓이다보니, 어느새 나에게 이들과의 관계는 꽤 커져있었다.
음..? TMI가 길었다. 엄청 길었다. 뭐, 결론은 이거다.
무심코 내뱉은 말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누군가와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품격있는 말은 그 누구라도 말하는 사람에게 좋은 인연으로 다가온다.
발음을 좋게하는 데는 자음 훈련보다 모음 훈련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음을 틀리게 발음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자음을 틀리게 발음했을 경우 어떤 자음을 틀리게 발음했는지 확실히 드러납니다. 반면, 모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음을 틀리게 말하면 사람들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발음이 부정확하네’라고 생각합니다. p 037
‘아’ 발음을 생각해봅시다. 우리말의 ‘아’를 정확히 발음하려면 입을 위아래, 좌우로 크게 벌려야 합니다. 거울을 보면서 ‘아~’ 하고 소리내보세요. 어떤가요? 얼마나 입을 크게 벌려야 하는지 느껴지나요? 영어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영어의 ‘A’ 발음을 생각해봅시다. ‘A’ 발음은 우리말의 ‘아’와 ‘어’의 중간쯤 됩니다. 이러한 미묘한 차이 때문에 영미권 사람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 정확히 발음하기 어려워 합니다. 아예 소리 낼 줄 모르면 신경써서 배웠을 텐데, 소리 낼 줄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을 배우기 어려운 겁니다. p 038
참고로 책 본문 뒤에는 단기간에 발음이 좋아지는 모음 훈련법이 있다.
우리말은 영어와 달리 서술어가 가장 뒤에 나오기 때문에 말끝을 흐리면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나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오해의 소지를 낳을 뿐더러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비칠 우려도 있고요. 말끝을 흐리는 습관은 직장생활에서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업무를 분담하거나 보고할 때 말끝을 흐린다면 능력과 상관없이 신뢰감이 떨어질 테고, 그 결과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죠. p 062
“말을 끝까지 정확하게 하면 너무 공격적으로 보이던데….”
말끝을 분명히 해도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부드러운 말투와 미소를 겸비한다면요. 말을 끝까지 분명하게 마치면 존재감이 확실해질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상당히 지적인 느낌을 줍니다. 지적인 느낌을 주는 사람을 만만하게 보는 건 어렵지요. 그러니 어디서든 내가 만만하게 보인다는 느낌이 든다면, 우선 내 말버릇이 어떤지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p 063
긴장해서 말이 빨라진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우선 스스로 말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겠죠. 발음이 꼬이거나 숨이 차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현상 가운데 하나라도 나타난다면 ‘아, 내가 지금 말이 빠르구나’ 하고 판단하면 됩니다. 그 다음 해결책은 말의 고삐를 당기는 겁니다. 이때 고삐는 호흡입니다. 말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심호흡을 하는 거죠. 한 박자 쉬는 것입니다. 충분히 쉬어도 1~2초 사이입니다. 이 정도는 청중이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호흡이라는 고삐를 당겨 긴장한 나 자신에게 진정할 여유를 주길 바랍니다. p 105
전해야 할 내용이 많아서 급한 마음이 말이 빨라질 때도 있습니다. 스피치의 목적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남김없이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럴 땐 차라리 내용을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거죠. p 106
긴장에서 말이 빨라지는건,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나는 긴장보다는 분노했을 때 말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었다. 왜 과거형인가, 지금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책 본문에서도 언급했듯 분노가 극심해졌을 때 나는 입을 닫는 연습을 했다. 그래야 입 끝에서 맴도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뱉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계속 연습했고, 지금은 꽤 개선되어서 예전처럼 분노했을 때 아무말을 내뱉은 일은 줄었다. 적어도 입 닫는 연습 이후, 지금까지 분노시 아무말 횟수는 0회인듯?
그날 마침 “힘내” 라는 말에 대해 각자 생각을 나눌 기회가 생겼습니다. 반응이 어땠을까요? 거의 모두 “힘내”라는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개중에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는 사람도 있었지요. “힘내”라는 말 한마디로 힘이 날 것 같으면 왜 우울했겠느냐며, 그 당시에는 힘을 낼 힘조차 없는 상태였다고 했습니다. p 125
우리말이 그렇습니다. 위로하는 말이 딱히 없습니다. 누군가의 부고를 듣거나 상갓집에 가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다른 말을 하자니 ‘결례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지요. 결국에는 ‘복사-붙여넣기’를 하듯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p 126
“힘내”라는 말을 포함해 이런 위로는 모두 ‘말하는 이’의 중심에서 나온 말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진심으로 헤아린 것이 아닌, 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표현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 결과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을 오히려 더 무력하게 만들고 말았죠. p 127
그렇다면 힘든 일을 겪은 이에게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위로하기 전에 다음 두 가지는 반드시 고려하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언제든 힘들면 연락해. 내가 곁에 있어줄게”처럼 내가 네 곁에 함께한다는 걸 전하는 것입니다. 힘낼 힘조차 없는 사람에게 “힘내”라는 말은 강요에 가깝습니다. 위로할 때는 영혼 없는 조언이나 충고가 아닌 내가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p 127
“거절은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누구에게나 거절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거절당하는 기분을 알기에, 상대방과의 관계가 혹시 틀어질지 몰라서, 언젠가 반대로 거절당할까봐 등등의 이유로 우리는 쉽게 거절하지 못합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거절 자체를 인정머리 없는 행위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거절에 어울리는 서술어도 부정적어감을 주는 ‘당하다’ 입니다. p 153
잠시 생각해볼 문제가 있습니다. ‘반드시’ 들어줘야 할 부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주체는 누구입니까? 바로 ‘부탁을 받는 이’ 입니다. 사실 상대방에게는 ‘가급적’ 들어주었으면 하는 부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요청을 받는 입장에서 ‘반드시’ 들어줘야 할 부탁은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아 바로 거절해도 괜찮은 이유입니다. 만약 ‘반드시’ 들어줘야 하는 부탁이라면, 상대방은 내게 다시 부탁하거나 절실한 상황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려 할 것입니다. 그때 다시 고민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거절해도 됩니다. 거절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p 155
사실 거절해야 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함’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무리해서까지 자신을 희생시킵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어렵게 부탁을 했을까, 하면서요. 하지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상대방의 감정을 책임질 필요가 있을까요? 미안해하지마세요. 거절은 나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경계선 입니다. p 156
‘말’은 힘이 있고 위험하며, 그럼에도 불과하고 내 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다. 사람은 평생 말을 안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고로 우리는 말하기 연습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냥 말하기가 아닌, 말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을.
그런 사람들에게 한석준 아나운서가 쓴 말하기 수업 책인 『한석준의 말하기 수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에는 한석준 아나운서가 아나운서 시절부터 지금까지 갈고 닦은, 꾸준히 지키는 말하기 원칙이 담겨있다. 그 뿐만인가? 말하기 방법을 어떤 식으로 고쳐야 하는지도 알려주는 그야말로 말하기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