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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인문 기행 1 - 고전 들고 떠나는 펠로폰네소스 유랑기, 2024년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ㅣ 그리스 인문 기행 1
남기환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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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읽히는 신화는 무엇일까? 아니,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신들은 누구일까? 길 가는 초등학생 붙잡고 물어보자. 팔 할은 그리스 신을 이야기 할 것이다. 비단 초등학생 뿐이랴? 길 가는 성인을 붙잡고 물어봐도 대다수는 그리스 신들을 이야기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우리나라에선 ‘그리스 로마 신화’가 유명하다. 오죽하면 어려서 처음 읽는 만화책이 ‘그리스로마신화’ 일까.
나 역시 그리스 신 이름을 대라고 하면 줄줄줄 이야기 할 수 있다. 로마신들이야 뭐, 훗날 그리스 땅에 로마가 들어서면서 그리스 신 이름이 로마식으로 바뀌었을 뿐 크게 다르지 않으니 생략(예컨데 그리스신 제우스가 로마신 쥬피터로 변했다는 뭐 그런정도?). 그러다보니 난 그리스를 꽤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고작 몇개 에피소드, 줄줄줄 꾀고 있는 신 이름들만 가지고 말이다.
그런 내가 여행에세이 『그리스 인문 기행』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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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그리스 고전이란 고전을 모조리 독파 후, 고전을 따라 그 지역, 그 장소를 답사했던 그리스 인문기행책이다. 위에서도 말했듯 그리스 신도 좀 알고 있고, 나름 세계사도 잘 아는 편에 속했던 나였기에 ‘그리스 인문기행? 가볍게 읽을 수 있겠군!’ 라는 생각에 책을 펼쳤다. 그리고...!
난 깨닫고 말았다. 내가 알고 있는 그리스는, 그리스가 아니라고. 난 그리스 무지랭이였다. 정말 무지랭이도 이런 무지랭이가 없을 정도로, 난 그리스 무지랭이였다. 오히려 이 책 덕분에 그리스 역사를 제대로 알았을 뿐더러, 그리스 고전들까지도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내가 읽은 책은 한 권인데, 다 읽고 보니 고전을 비롯해 그리스 인문 역사책까지 여러권을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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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였던 코린토스, 미케네, 스파르타 등을 찾아갔다. 매 챕터마다 장소와 관련된 그리스 고전을 인용하다보니, 어떤 부분에선 21세기 사람이 과거 그리스로 돌아가서, 그 곳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뭐랄까,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내가 모르던 그리스 이야기가 한 가득이라, 이건 뭐랄까. 이 책을 ‘여행에세이’라고 분류하기엔 조금 아깝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저자는 이 책이 그리스 여행기이긴 하지만, 그냥 여행기가 아닌 인문학 여행기라고 했다. 정말로 이 책은 인문학을 빼고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근데 또 인문학책이라고 하기엔 책이 너무 쉽고 재밌게 읽히고. 고로 이 책을 그리스 인문학 여행 에세이로 분류하기로!
아래는 『그리스 인문 기행』 중 ‘스파르타’에 대한 내용이다. 다른 지역들도 흥미로웠지만, 유독 스파르타가 기억에 남는건 아마도 “디스 이즈 스파르타!!!” 때문이려나? 분명 나에겐 ‘디스 이즈 스파르타’ 였는데, 막상 알맹이를 까보니 과거에 용맹했던 스파르타는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그저 소박한 도시 스파르타였다. 나에겐 그 어떤 반전보다 놀라운 반전이랄까.
가혹함의 원천, 스파르타
프사르타는 군사적 엄격함과 훈련에 대한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보통 스파르타를 라케다이몬이라고 불렀다. 현대의 스파르타는 상주 인구가 2만명을 넘지 못하는 작은 도시다. 고대 스파르타의 유적은 대체로 소멸하였지만, 고대 극장과 신전, 일부 고고학적 흔적을 볼 수 있다. p 195
겉으로 보이는 유적은 소박하고, 화려한 조각으로 구성된 신전도 웅장한 건축물 하나 없다. 방문객에게 어떤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고, 심지어 낮은 울타리 하나 만들어 놓지도 않았다. 아예 꾸밈이 없다. 투키디데스는 볼 것 하나 없다는 스파르타의 미래를 예견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라케다이몬의 도시가 황폐해지고 신전과 건물의 기초만 남게 된다면 후세들은 그 명성에 비해 과거의 힘을 의심하게 될 것이며, 펠로폰네소스의 삼분의 이 이상의 동맹을 통제하며 이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흩어져 살고 있는 라케다이몬의 인구와 소박한 건물을 보면 그 힘을 실제보다 덜 인상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 p 139
더 신기한건 이미 2,500년전 인물이 이런 스파르타의 반전을 예견했다는 사실이다. 투키디데스는 예언까지 하는 역사가였던가!
생각해보면 그렇다. 기원전에 있었던 스파르타를 비롯한 그리스 도시국가 흔적은 이제 돌무더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돌무더기에서 빛나는 그리스 문화를 비춰보고 있다. 이 모든게 기원전에 살았던 투키디데스나, 헤로도토스 같은 사람들이 기록을 남겼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들이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면, 돌무더기를 보며 이 곳이 한때 그리스 세계를 호령하고, 번영했던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까?
공동 식사, 아고게, 크립테이아…. 리쿠르고스는 스파르타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만들어냈다. 선한지 악한지를 떠나 그가 제정한 법률에 따라 스파르타 사회는 유지되었다. 개인적으로 영혼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얽매임 없는 삶을 추구하는 나같은 여행자에게는 상상도 못 할 체계이며 소름끼치게 끔찍한 정체(정치체제)다. 그런데도 스파르타의 정체는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등 국가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플라톤은 스파르타의 정체를 ‘이상국가’의 원형으로 삼았을뿐더러 스파르타의 정체와 유사한 정치 체제는 지금까지 세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p 161
스파르타는 명령과 복종이 생명과 같았다. 시민 계급인 자신들을 먹여 살릴 농노 계급 메세니아의 헤일로테스를 완벽하게 노예화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으로 복종하게 할 제도가 필요했다. 리쿠르고스는 일종의 비밀 조직을 만들어 내는데, 플라톤은 이를 ‘암행감찰’이라고 기록했다. 아고게에서 전사로 성장한 젊은이 중 가장 촉망받는 인재는 비밀 조직인 크립테이아의 일원으로 차출되었다. 그들의 임무는 헤일로테스 중 노예답지 않은 자나 그들의 우두머리가 될 만한 떡잎부터 다른 싹을 찾아내 목을 베는 것이었다. p 167
소년 때부터 말하는 법을 따로 훈련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스파르타인들의 말은 함축적이다. 말을 짧게 하는 것이 미덕이었으며, 짧은 표현에 깊은 의미가 있다고 믿었다. 어쩌면 말하는 법이 아니라 생각하는 훈련을 받았다고 표현하는게 맞을 수도 있다. ‘몰론 라베(와서 가져가라!)’는 특별히 스파르타를 상징하는 전설적인 말이며 레오니다스 왕을 상징하기도 한다. p 169
*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할 말만 하는’이라는 뜻의 라코닉laconic 이란 단어가 여기서 유래
‘디스 이즈 스파르타!!!’ 를 알고는 있으나, 이게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1도 몰랐던 나다. 하지만 이제 안다. 이 책 덕분에 나 쫌 지식+1 된듯?
스파르타의 입법자 리쿠르고스. 스파르타의 전설적인 지배자라 불리는 리쿠르고스는 윤리적이고 도덕적이며 현인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런 그가 스파르타 사회 전체를 병영으로 개조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디스 이즈 스파르타!!’가 시작된다. 현대인의 눈으로 볼 땐 가혹하기 그지 없는 리쿠르고스가 만들어낸 체제가, 당시 사회상에선 충분히 가능하다못해 환영받던 체제인 것이다. 오히려 그 덕분에 스파르타는 더욱 강성해졌다. 이런 연장선에서 스파르타의 끝을 고하는 테모필레 전투가 나온다.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침공하여 벌어진 테모필레 전쟁.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 《300》의 배경이기도 하다.
레오니다스 왕과 선발된 300명의 스파르타인은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페르시아와의 일전을 준비한다. 스파르타인답게 긴 머리카락을 빗고 다듬으며 한가롭게 적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헤로도토스는 기원전 480년 7월 어느 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사들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p 185
계곡은 전수 소리, 칼의 충돌, 부상자들의 외침으로 메아리 쳤다. 레오니다스도 칼을 들고 전선에 섰다. 레오니다스는 살아남은 그리스 병사에게 달아나 목숨을 건지라 하지만 마지막 한 사람까지 전사를 택한다. 그들은 가족, 땅, 그리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위해 최후까지 싸웠다. 테르모필레 전투는 페르시아인의 진격을 지연시켰다. 아테네인들이 살라미스섬으로 대피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p 186
그리스 무지랭이 였던 나는, 이 책 덕분에 그리스 지식이 +1 되었다. 여기서 반전. 이 책은 1권이다. 고로 언젠가는 2권이 나온다는 것! 내 그리스 지식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얼른 2권을 읽어봐야 할텐데?! 으흠. 2권은 언제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