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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평점 :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본투비 역덕인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했다. 예컨데 이런거.
백 년 전 조상이 살던 세상부터 조선이 건국되던 오백 년 전, 피터지는 후삼국을 지나 고려가 건국되던 천 년 전, 고구려/백제/신라가 한강 땅따먹기 하던 천 오백년 전, 더더더 거슬러 올라가서 문자가 없던 선사시대까지. 내 조상들이 어떤식으로 문명을 이룩해나갔는지, 매번 궁금했고, 매번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점점 더 진화하여 내 조상, 내 땅을 떠나 ‘인류’ 역사로 이동해갔다.
포유강>영장목>사람상과(유인원과)>사람과>사람속. 인간이 속한 카테고리다. 인간은 ‘인류’, 즉 사람으로 특정되기 전까지, ‘유인원’이었고, ‘유인원’에 속해지기 전까진 ‘영장류’였다. 인간의 시작은 침팬지나 고릴라, 보노보 같은 영장류였다. 헌데 어쩌다 비슷한 동물들을 다 제끼고, 유일한 사람이 되었으며, 심지어 거대 문명을 이룩한 지구 최대 권력자가 되었을까?
이 책 『인간이 되다』는 바로 그 답을 찾는 여정이다.
인류의 여정, 문명의 역사. 이 책을 소개하는 키워드다. 키워드만 봤을 땐 『총,균,쇠』, 『사피엔스』, 『지리의힘』과 비슷한 내용이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책 『인간이 되다』는 위 3권과 확연히 다르다. 비슷한면이 없다고는 못하지만, 그래도 다르다. 왜? 관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 『인간이 되다』 는 말 그대로 ‘인간’을 다룬다. 물론 『사피엔스』도 인간을 다루긴 하지만, 그것과도 차별된다. 예컨데 『사피엔스』는 문과적 해석, 『인간이 되다』는 이과적 해석인 느낌 같달까? 고로 관점이 다르니, 진행되는 내용도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되다』가 더 내 취향인듯.
“협력은 우리 종의 초능력이며, 인류가 단지 살아남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상의 거의 모든 서식지에서 번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인간이 되다』 p 025
이 책은 인류가 진화하고 문명을 일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발전 두 가지를 말한다. 하나는 반응성 공격성이 감소한 것이며, 또 하나는 고도의 ‘협력’이 가능하도록 사회성이 발달한 것이다. 반응성 공격성 감소와 사회성 발달. 내 방식대로 생각해봤다.
반응성 공격성이 감소, 즉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과 같다. 누가 나를 때렸을 때, 즉각적으로 반격하는게 아니라 그 순간을 참아내고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반격할 수 있을지를 ‘계산’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계산과정에서 누군가와 ‘협력’ 했을 때, 더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고, 협력을 위해 자연스레 ‘사회성’이 발달되었다.
간혹 다른 동물들도 ‘협력’을 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유독 인간들이 고도의 협력을 할 수 있는 사회성이 발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언어’ 사용이다.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소통이 수월해졌고, 의견이 비슷한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게 되었다. 집단을 이루다보니 의견이 다른 집단과 배척하기도 하고(때론 배척이 전쟁이 되기도), 서로를 견제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언어’ 사용은 인간의 사회성 발달을 떠나, 인류 문명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우리는 큰 집단을 이루어 평화롭게 살기 위해 공격성 패턴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매우 협력적이고 이타적으로 변했다. 협력과 이타성은 구별할 필요가 있는데, 이타성은 제공자가 손해를 감수하는 반면 받는 자에게는 이득이 돌아가지만, 협력은 쌍방에게 이득이 돌아간다. (…) 하지만 인류사이에서 나타나는 협력의 규모는 지구상의 어느 종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다. 문명 자체도 궁극적으로는 협력의 산물이다. p034
간접적 호혜성은 아주 정교한 형태의 인간 협력인데,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한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이 필요하다. 당사자들 사이에 상호작용을 목격한 목격자가 있어야하고, 당사자들의 행동에 관한 정보가 전체 집단의 공통 정보 풀에서 공유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뒷담화를 해야한다. p 045
반응성 공격성이 감소하면서 사회성이 발달하고, 사회성이 발달하면서 고도의 협력이 가능해졌다. 인류에게 주어진 이 능력으로 인류는 우리가 아는 역사를 쌓아올렸다. 집단을 이루고, 집단끼리 싸우고, 권력자가 나오고, 국가를 만들고, 제도가 만들어졌다. 때론 권력에 취한 독재자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 역시 다른 인간들의 ‘협력’으로 독재자가 제거되고,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된다. 모든게 ‘협력’의 산물인 것이다.
특히나 이 ‘협력’이란 것이 말로는 쉬워보이지만, 절대로 쉽지않은 사회성의 결정체다. 다수가 협력해야 하는 일에 ‘에이 나 하나 쯤이야’ 라고 생각하는 무임승차자(또는 사기꾼)는 어디서든 나올 수 있다. 서로가 나에게 이득이 되는지 여부를 ‘계산’하며 사회성을 키우고 협력해온 사람들에게, 무임승차자 발생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하지만 인류는 이런 재앙마저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또 다른 ‘협력’으로.
훨씬 크고 복잡한 사회에서 구성원이 서로 협력하게 만들어 결국 문명의 탄생을 낳은 핵심 엔진은 무임승차자가 날뛰지 못하게 제어할 뿐만 아니라 개인들 사이의 이타적 행동과 협력을 장려한 체계들이었는데, 이것들은 갈수록 점점 정교하게 발전해갔다. p 062
최재천 교수와 『지리의 힘』 저자 팀 마샬이 이 책을 강력추천한 이유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