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고쿠 닌자 이야기 - 60가지 주제로 알아보는
곽범신 옮김, 야마다 유지 감수 / 마나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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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하는 일본사 역사책은 애니 및 일드나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특히나 더쿠들이라면 더더욱 친숙할 주제다. 다름아닌 #닌자 이야기! 나만해도 소싯적 더쿠였기에, 피스메이커나 나루토같은 닌자물도 엄청 좋아했기에(ㅋㅋㅋ) 괜시리 ‘닌자’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뭐 물론 지금은 탈덕한지...아아, 이제 언제적인지 기억도 안난다. 

근래에 접했던 닌자 이야기는 몇 년전 읽었던 『식물도시 에도의 탄생』이라는 책이었다. 나에게 덕질용어라 생각했던 ‘닌자’를 역사적 직업으로 탈바꿈해 준 바로 그 책이다. 이후 직장 특성상 약학(?) 관련 역사책을 종종 읽었는데, 그때도 닌자가 종종 등장했다. 전국시대까지만해도 겁나 바빴던 닌자들이, 평화시대인 에도시대에 이르러 할 일이 없어지자 자연스레 직종을 변경했는데, 그 직종들이 대체로 제약업과 화학업이었고 그렇게 그들의 지식이 이어진게 지금의 제약회사, 화학회사라는 뭐 그런 이야기랄까. 갑자기 닌자가 제약, 화학업을 한다니까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세 일본에서 닌자만큼 식물과 화약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부류는 없었으니까. 뭐, 이건 오늘 포스팅 할 일본사 역사책 『센고쿠 닌자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어디까지나 에도시대 이후 닌자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지만.


인술은 본래 스승으로부터 제자에게 입으로 전해졌지만, 천하가 태평안 에도시대로 접어들자 닌자가 활약할 장소는 줄어들었고, 도구의 사용법이나 지식 등의 기술도 더는 대물림되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그래서 이러한 기술을 정리해놓은 책이 바로 인술서다. 100권 이상의 인술서가 존재했다고 하나 가장 뛰어난 것은 『만센슈카이』(22권)로 이가닌자 후지바야시 야스타케가 남긴 책이다. 제목의 유래는 이가, 고가 및 모든 유파의 인술이 정리되어 있으므로 모든 인술을 하나로 정리했다는 의미다. 그 외에 기슈루 인술이 정리된 『쇼닌키』(3권), 저명한 닌자 핫토리 한조 가문에 전해지는 『시노비히덴』(4권)이 있는데, 여기에 『반센슈카이』를 더해 ‘3대 인술서’로 통한다. p 034

이제 본격적으로 『센고쿠 닌자 이야기』 책을 살펴보자. 이 책은 여기저기 전투가 발생했던, 활약상이 실로 대단했던 전국시대 닌자들을 이야기한다. 애니 속 닌자가 아닌, 현실에 살았던 ‘진짜’ 닌자를! 더군다나 이 책 참고도서는 현존하는 인술서다. 나는 이시점에서 이미 놀랐다. 현존하는 인술서라니. 인술서, 비기 이런건.... 애니 속에만 있는거 아니었어? 와. 진짜 일본은 정말! 뒷말은 생략한다.

이 책은 닌자는 어떻게 생활했고, 서로 어떻게 연락을 취하고, 어떻게 수련을 했고,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무기를 썼고,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 등등등 정말 닌자에 대한 사소한 내용부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까지 전부를 담고 있다. 특히 닌자가 사용한 기술이나 무기에 대해선, 혹자는 애니에서 자주 보았던, 크고 화려한 인술을 사용하는 닌자를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예컨데 나루토가 외치는 “그림자분신술!!!!”이나, 오로치마루의 “목둔술” 같은 인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게 되면 아아, 닌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던 당신에게 심심한 위로를....!

일단 소소하게 ‘닌자’의 역사부터 시작해보자.


과거 오토모노 사비토(사이뉴)라는 인물이 ‘시노비’로서 쇼토쿠 태자를 섬겼다는 내용이 16세기의 『닌주쓰히쇼오기덴』에 쓰여 있지만 역사적 사실로서의 신빙성은 낮다는 것이 최근 연구로 밝혀진 정설이다. 헤이안 시대에는 고가와 이가의 선조가 등장한다. 다이라 가문과 미나모토 가문의 전쟁에서는 닌자가 활약했다고 하는데, 이가닌자의 선조로 여겨지는 핫토리 헤이나자에몬 이에나가가 다이라 가문을 섬겼다. 다이라노 마사카도의 난 당시 활약한 모치즈키 사부로 가네이에는 고가닌자의 선조라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는다. 닌자의 존재를 역사적 사실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남북조 시대를 무대로한 군담소설인 『다이헤이카』로, 장원제 지배에 저항했던 무리를 가리키는 말인 아쿠토가 닌자의 기원으로 추정된다. 닌자가 가장 활발하게 활약했던 시기인 센고쿠 시대에 각지의 다이묘들은 상을 내려 닌자의 활동에 보답했다. p 004

이러한 조건들이 겹치며 이가와 고가는 발전해나갔는데, 이를 단숨에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1487년에 벌어진 ‘마가리의 진’이었다. 이가와 고가의 닌자들은 무로마치 막부에 적대하던 롯카쿠 가문에 협력해 막부군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활약을 선보였다. 또 한가지, 닌자의 이름이 일본 전토에 널리 퍼진 전투로는 1579년에 벌어진 ‘덴쇼 이가의 난’이 손꼽힌다. 이 싸움에서는 오다 노부나가의 차남인 노부가쓰가 이끄는 8천명의 군세에 맞서 이가슈는 불과 1,500명의 병력으로 큰 승리를 거뒀다. p 007

닌자 역사의 시작은 이가닌자과 고가(코가)닌자 되시겠다. 참고로 썰이 아닌, 기록에 남은 무려 정설이다. 소싯적 바람의나라(ㅋㅋ)를 해본 게이머라면, ‘이가닌자’라는 단어가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아아, 이렇게 또 연식이 슬쩍 드러난다.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봤던 사람이라면 ‘이가모노’, ‘고가모노’라는 말을 들어봤을텐데, 이 단어도 이가닌자와 고가닌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여튼 헤이안 시대부터 등장한 닌자는 가마쿠라 막부를 지나, 무로마치 막부를 훑고 전국시대였던 에즈치·모모야마 시대까지 활약한다.

책 본론으로 들어가면 정말 닌자에 대한 모든 것이 아주 낱낱히 파헤쳐진다. 내가 알고 있던 인술이!!! 환술이!!!!! 실제로는 이런 모습이었다니. 하. 소싯적 닌자물을 봐왔던 나조차도, 그 닌자물이 대다수 상상과 창의력이 가미되어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도 하. 실제 닌자들이 사용한 인술과 환술은 그저 소소한 기술, 어떤 기술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닌자라는 직업군이 사용하는 기술이었다는 점에서 참....하 ㅋㅋㅋㅋㅋ

아래 내용부터는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인술과 환술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실제로는 이런 모습이었다!라는 점을 보여주는 책 내용을 발췌했다. 이 책을 읽고도 닌자에 대한 환상이 깨지지 않았다면, 정말 그 사람들은 진성 더쿠. 하하하.

닌자가 사용한 대표적인 인술로는 위장술인 둔주술이 있다. 둔주술은 활용하는 지형, 지물이나 형태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쉽게는 ‘은신술’이 여기에 속하고, 우리가 애니에서 많이 접했던 ‘화둔’, ‘수둔’, ‘목둔’ 도 이에 속한다. 그리고 실제 둔주술은....... 애니 속의 그 모습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정말 달라도 너어무 다르다. 

다시금 말하지만 나루토가 사용한 그림자분신술, 오로치마루가 사용한 목둔술을 생각했다면 정말 .. 배신감에 치를 떨지도!

적의 눈을 속이고 몸을 감추는 기술을 ‘은형술’이라고 부른다. 그중 하나가 ‘메추라기 은신’이다. 적에게 엉덩이를 향한 채 팔다리와 머리를 움츠려 웅크리는 것이다. 참고로 얼굴을 가려서 시야를 차단하는 데에는 공포심을 억누르는 효과도 있었다. ‘관음 은신’은 옷자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벽이나 나무 뒤에 몸을 붙이고 서는 기술이다. 얼굴을 가린 것 외에는 그저 서 있을 뿐이지만 의외로 잘 들키지 않았다. ‘너구리 은신’이라 하여 나무 위로 숨는 기술도 있다. 이는 위쪽으로는 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심리를 노린 기술이다. p 049

‘화둔술’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불을 이용해 도망치거나 숨는 기술이다. 저택이나 진지 등에 불을 질러서 적이 동요한 틈에 도망치는 것이다. 때로는 화약을 터뜨릴 때 나는 큰 소리로 상대 전의를 꺾거나 풀밭을 불태워서 자신과 적 사이에 불의 장벽을 만들어 발을 묶기도 했다. 닌자는 화약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대대로 전수받았다. 화약의 주된 재료인 초석에 숯이나 황을 섞어서 만드는 화약 제조법은 닌자 마을에서는 비전 중의 비전이었다. p 050

‘수둔술’은 물을 이용한 둔주술이다. 성을 둘러싼 해자나 강, 연못 등에 몸을 숨기는 기술로 뛰어난 운동 능력을 지닌 닌자만의 도주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물속을 이동할 때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소리나 물보라를 만들지 않는 ‘누키테’라는 수영법이 사용되었다. 다만 물속에 들어가는 경우는 매우 위급한 상황으로, 자주 사용된 ‘수둔술’은 큰 돌을 던져서 물속에 뛰어든 것처럼 착각하게 틈에 도망치는 기술이 아니었을까. p 050

‘천둔십법’은 날씨를 이용한 기술이다. 해를 등져서 적이 시력을 잃었을 때 도망치는 ‘일둔’, 달이 구름에 가려져서 주변이 어두컴컴해진 틈에 도망치는 ‘월둔’, 돌풍에 일어난 모래먼지에 몸을 숨기는 ‘풍둔’, 비나 번개를 이용하는 ‘우둔’과 ‘뇌둔’ 등 자연현상에 편승에 도주하는 방식이다. 우연히 일어나는 자연현상에 의지하다니 괜찮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닌자들은 아무리 궁지에 몰렸다해도 냉정하게 주변을 관찰해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p 052

‘지둔십법’은 지상의 자연물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모래나 흙을 뿌려서 상대의 시야를 빼앗는 ‘토둔’, 세워져 있는 목재를 무너뜨려 상대방의 진로를 차단하는 ‘목둔’, 풀을 엮어서 발을 붙잡는 ‘초둔’, 끓는 물이 든 가마솥 따위를 뒤집어서 상대방이 당황한 사이에 도망치는 ‘탕둔’ 등이 있다. p 052

‘인둔십법’은 사람이나 동물을 이용해 도망치는 방법이다. 도망치는 도중 추격자로 변장해서 “수상한 자는 저쪽으로 도망쳤다!”고 소리쳐서 적의 주의가 다른 곳으로 항했을 때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는 기술 외에도 노인이나 어린아이, 여성으로 변장하는 기술도 있었다. p 052



분신술의 원리에 대해서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잔상에 따른 눈의 착각을 이용했다는 설이다. 빠르게 달리다 아주 잠시 움직임을 멈춘 뒤 다시 이동한다. 이를 반복하면 움직임을 멈춘 지점에 잔상이 남아 마치 분신이 생겨난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대역을 사용했다는 설도 있다. 닌자는 ‘당’이라 불리는 혈연관계로 맺어진 동족으로 조직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용모가 비슷한 사람이 있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p 056

환술이란 대체 무엇일까. 이는 인간의 착각이나 믿음을 이용한 기술로, 지금으로 따지면 마술에 가까운 기술이었다고 한다. 인술과 환술은 전혀 다르지만 닌자의 변신술인 ‘시치호데’ 중 하나로 마술이나 곡예를 선보이는 호카시가 있다는 사실로 미루어보아 마술에 정통한 닌자가 있으리란 것도 쉽게 상상이 가능하다. 진실이 무엇이든 분신술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지 않아 진위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p 056

만화 등에도 등장하는 ‘임병투자개진열재전’이라는 주문이 있다. ‘구자신호법’이라는 주문으로, 닌자가 정신을 통일하기 위해, 혹은 재앙을 쫓기 위해 읊었다. 인술의 기원 중 하나는 수험도라는 산악신앙으로, 이 수험도에서 도입한 주문이 바로 구자신호법이다. ‘임병투자개진열재진’을 해석하면 ‘싸움에 임하는 투사는 모두 진을 짜서 앞으로 나서라’ 라는 뜻이다. 싸울 때는 선두에 서서 나아가라는 의미로, 주문을 읊는 데에는 사기를 진작시키거나 두려움을 없애는 효과,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p 058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중요 정보의 경우 닌자가 의존했던 기술이 바로 ‘불망술’이다. 이는 정보를 떠올리며 칼 따위로 스스로의 몸에 상처를 내는 방법이었다. 사람은 상처를 보면 다쳤을 때의 상황을 선명히 떠올리게 된다. 이를 이용한 기술이 불망술로, 흉터를 본 닌자는 그 상처를 냈을 때의 정보를 떠올렸다. p 064

일설에 따르면 최초로 여자 닌자를 휘하에 두었던 인물은 센고쿠 시대의 무장 다케다 신겐이었다고 한다. 말이 여자 닌자이지 실제로는 ‘순회무녀’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특정 신사에 몸담지 않고 무녀 복장으로 전국 각지를 순회하는 신의 사자였다. (…) 에도시대 인술서 『반센슈카이』에는 남자가 잠입하기 어려울 경우 여자가 대신 잠입한다는 ‘쿠노이치술’과 앞서 언급된 ‘가쿠레미노술’이 소개되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여성을 기용했다는 기술일 뿐 여자 닌자가 활약했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것이 여자 닌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이다. p 066

하, 진짜 여러모로 닌자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일본사 역사책이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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