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뉴스에 어휘력, 문해력 문제에 대한 보도가 증가했다. 뉴스에서 말하는 어휘력, 문해력 문제는 쉽게 말하면 이거다. 분명 글을 읽을 수는 읽는데,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예컨데 ‘사흘’이라는 단어를 4일이라 이해하거나, ‘금일’이라는 단어를 금요일로 이해하거나, ‘중식’이라는 단어를 중국음식이라고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가 청소년 뿐만 아니라, 다 큰 성인들에게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이게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어른의 어휘력, 문해력과 관련된 책들이 인기를 타기 시작했다.


뉴스에서 어휘력, 문해력 문제가 보도될 때마다, 솔직히 이해를 하지 못했다. 사흘을 4일로, 금일을 금요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진짜 있다고? 심지어 저렇게나 많다고? 에이 거짓말. 솔직한 내 반응이었다. 만약 저런 사람들이 있다고 치더라도, 일부 소수라 생각했다. 뉴스에서 과장하여 보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내 주변에도 저렇게 어휘력, 문해력이 부족한 어른들이 많았다. 그것도 엄청(!!!) 많았다. 그것도 우리 회사에.

오늘 리뷰하는 『어른의 국어력』은 어휘력, 문해력이 부족한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내 주변에 있는 그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솔직히 말하면, 난 회사에서 어휘력, 문해력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실제로 관련 책 리뷰를 블로그에 쓰기도 했었고). 심지어 굳이 그들이 보는 앞에다 책을 올려놓기도 했다. 왜? 제발좀 그들이 읽어줬으면 해서!! 그들에게 대놓고 읽으라고 추천하면 괜시리 마음 상할 수 있으니, 책을 은연중에 노출시키는 방법을 선택한거다. 그러면 누군가는 ‘저 사람은 저런 책도 읽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도 한 번 읽어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실제로 내가 이렇게 책을 노출해서, 그 책을 읽은 직원들도 있었고.

근데 이 책 『어른의 국어력』을 다 읽고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 책은 어휘력이나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어른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할 책이라고나 할까. 왜냐고?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건 올바르게 읽고, 예의 있게 말하고, 나를 빛나게 하는 쓰기 방법이기 때문이다.

읽고, 말하고, 쓰는 건 다들 기본 아니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리 모두가 읽고, 말하고, 쓰는 건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들 장담할 수 있을까? 내가 읽는 방법이 올바른 건지, 내가 말하는게 상대방을 기분나쁘게 하는 건 아닌지, 내가 쓰는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을 하고 있는게 맞는건지 등을 말이다.

국어의 가치가 달라진 요즘입니다. 잘 정비해두지 않으면 어른으로서의 교양 그 자체를 평가받는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방적 소통이 주를 이루던 시대가 지나고 양방향 아니 역방향, 즉 약자에게서 강자를 향한 커뮤니케이션이 대세가 되면서 말하고, 쓰고, 읽는 국어력이 나 자신을 대변하게 되었습니다. p 017

요즘 소통방식은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에는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의 말을 듣는 일종의 일방향 소통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누구든 읽고, 말을 하고, 듣는 사회다. 심지어 SNS등의 발달로 인해 양방향이 아닌 다방향(!!) 소통 시대가 되었다. 그로 인해 내 입 밖으로 나오는 말, 내가 어딘가에 쓰는 글, 내가 어딘가에서 읽는 글 모두가 중요해졌다. 말 한 번 잘못하면, 글 한 번 잘못쓰면 배척되기 쉬운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이 책은 크게 읽기, 말하기, 쓰기 3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1. 읽기: 상위 1퍼센트의 책장에서 찾아낸 레버리지 독서법

  2. 말하기: 말을 할 거라면 그 말은 침묵보다 나아야 한다.

  3. 쓰기: 당신이 쓴 글이 당신 자신을 보여준다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하면 사람들이 글을 읽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단정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사실 사람들이 읽는 글의 양은 최근에 오히려 더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요즘은 TV프로그램을 보면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에 자막까지 넣어주지 않습니까. 문해력 부족의 원인이 듣고 읽는 사람에게 있을 수도 있지만 글을 쓰고 말하는 사람의 태도도 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간혹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하던 행태를 버리지 않는, 그런 태도로 쓰고 말하는 사람의 불친절함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p 199

아래에 읽기 및 말하기 부분에 대한 내용 일부를 발췌하였다. 어라, 이제보니 이렇게 책 리뷰하는게 저자가 말한 ‘발췌독’ 및 ‘독서목록’ 만드는 거였군! 내 나름대로 올바른 읽기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뿌듯하다.

▶ 읽기: 상위 1퍼센트의 책장에서 찾아낸 레버리지 독서법

이제 완독과 정독에게 이별을 고하고 편하게 책을 읽어봅시다. 책을 읽는 것은 국어력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책에 굴복당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곤란합니다. 우리가 실행해야 할 독서법은 발췌독, 즉 ‘골라독’ 입니다. 골라 읽으면 됩니다. 책 한 권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자신에게 필요한 10퍼센트만 찾아 읽어도 대성공이라고 여유있게 생각하세요. p 034

지금 나에게 러닝메이트가 아닌 리딩메이트 한 권 정도는 있어야 인간답게 잘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모르는 낱말들이 마치 지뢰밭처럼 깔려 있거나, 문장 하나의 길이가 무려 반 페이지에 이르는 그런 책을 함부로 골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산업안전 분야에서 일한다면 산업안전과 관련된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이 세계 명작을 읽는 것보다 더 유익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속한 분야와 관련된 책을 먼저 읽고, 그 뒤에 서서히 다른 책에 접근하며 독서 습관의 지평을 넓혀가면 좋겠습니다. p 039

독서 목록이라고 해서 양식이나 방법이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삶에 유효하게 느껴진 책에 대한 평가를 짧게 정리하기면 하면 됩니다. 글은 다이어리에 써도 좋고, 휴대폰 메모 앱에 저장해도 좋습니다. 먼저 책 제목을 쓰고, 아래에 책에서 얻은 실질적 도움이나 앞으로 내 삶에 적용해보고 싶은 부분을 써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렵다면 책에서 읽은 인상 깊은 구절만 써도 됩니다. 그런 목록이 여러개 쌓이다 보면 이미 올바른 독서는 여러분의 습관이 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p 049

접고, 밑줄 긋고, 그리고 찢고, 이 과정에서 읽기 능력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책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사람 나고 책이 있는 거지, 책 나고 사람 난건 아니니까요. 독서를 통해 우리의 생산성을 다양한 분야에서 높이고 싶다면 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책은 반드시 우리를 위해 철저하게 봉사하는 도구여야 한다는 것, 기억해주십시오. p 059

▶ 말하기: 말을 할 거라면 그 말은 침묵보다 나아야 한다

여러분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서 인격을 송두리째 훼손당한 경험은 없는지요? 또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상처를 준 경험은? 말을 할 때는 자기 자신의 영역을 최소한도로 보호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그래서 말을 할 때는 ‘선’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퇴근시간에 임박했는데 갑자기 윗사람에게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퉁명스럽게 “싫어요” 라고 대꾸할것인가요. 이는 여러분을 지키지 못함은 물론 말을 잘하지 못하고 상대의 마음에도 상처를 주게 됩니다. 이렇게 반갑지 않은 제안을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됐을 때를 대비해 다음과 같은 예시를 알아두고, 현명하게 대처하기를 바랍니다.

[1단계] 매너 있는 태도: 상대에게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2단계] 상처 주지 않는 말하기: “좋은 기회인데 어쩌죠, 두통이 심해서…… 쉬어야 겠습니다.” p 080

가끔은 조금 강하게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는, 나 자신을 보호하는 말하기도 필요합니다. 무례한 사람들은 생각보다 세상 여기저기에 많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감정을 소모하지 않으면서 무례함에 대응할 수 있을까요?

조금만 더 당당해지면 됩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인 여러분이 여성이고 싱글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어느날 점심 식사 시간에 “남자친구 있어?”라는 말을 상사에게 늦게 된다면 “소개팅해주시게요?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치면 됩니다. p 081

핵심을 말하는 기술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역량입니다. 말을 듣는 사람이 의사결정 선택지에서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말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배려이기도 합니다. (…) 핵심이란 ‘할 말 만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할 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이 둘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습니다. 할 말을 꼭 하겠다고 다짐하는 그 순간부터 보고는 중구난방이 됩니다. 보고를 할 때는 가능하면 60초, 길어봐야 120초 정도가 적당합니다. p 085

말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비워야 할 때 비울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서도 너그러운 태도를 갖게 됩니다. 자신의 마음을 비워야 상대방의 나쁜 점에 집착하지 않고, 좋은 점을 찾아낼 여유도 생기는 것이지요. 이미 고집과 아집으로 꽉 찬, 수용을 거부하는 팍팍한 마음으로는 인간관계가 나아질 수 없습니다. 잘 비웠다면, 상대방의 생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제 우리의 말하기는 ‘절제’의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p 100

친구라고 생각이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가족도 마찬가지고요.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생각이 다름을 인정한 상태에서 말을 주고 받을 수 있어야 관계가 행복에 가까워집니다. 그래도 가끔은 고쳐주고 싶다고요? 그러지 마세요. 누군가와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설령 그가 무엇인가 잘못 알고 있더라도 그냥 놔두세요.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상대방의 생각과 가치관에 개입하고 비판하는 순간 그 관계는 멀어지게 됩니다. p 112

세상에 배척의 대상이 되고 싶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른의 말하기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어런의 말하기는 자기 욕망을 타인의 욕망과 혼동하지 않습니다. 본인이 바라는 것을 타인 역시 바란다고 생각하는 화법은 일명 요즘 말하는 ‘라떼의 말하기’, 혐오스런 어른의 말하기가 됩니다. 존중받기는 커녕 배척받기 딱 좋습니다. 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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