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잔혹동화 『환상소설』. 정말 오랜만에 읽는 소설책이다. 근데 이 소설책이 완전 초면은 아니다. 왜? 난 이미 2021년에 오디오 드라마 형태로 발간된 『환상서점』의 오디오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꽤 오랜기간 성우덕질을 하던 이력을 지닌 피로ㅋㅋㅋ). 이쯤에서 당시 텀블벅 펀딩에 참가했던 날 매우 칭찬한다♡ 잘했다, 장하다 내 자신♥♥




자자, 그렇다면 오디오북 『환상서점』과 일반적인 소설책 『환상서점』의 내용이 같은가? 아니, 절대로. 네버! 



『환상서점』 오디오북은 서점주인 서주가 독자(그러니가 듣는 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서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트랙당 1편의 이야기며, 그 이야기들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어떤 이야기를 먼저 들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 반면에 『환상서점』 소설책은 오디오북에 담겨 있던 일부 에피소드와, 오디오북 대본집(!!!)에 있는 서점주인 서주의 배경을 그대로 가져와서, 바로 그 ‘서주’의 이야기가 하나의 장편 이야기가 된 것이다.





근데 난 소설책 쪽이 훨씬 더 좋네....?!


오디오북 대본집에서만 보았던 서주의 배경이 이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된 것도 좋은데, 심지어 오디오북 『환상서점』 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서주의 뒷 이야기까지 그려진다는게! 거기다 저승차사님 까망의 뒷이야기도 읽을 수 있게되어서 얼마나 좋은지(구색록편). 옥토도 그저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아니라 소설책의 등장인물로 나온 것도 너무 좋고. 이건 정말로 작가님께 절하고 싶음. 흑흑 정말 감사합니다. 작가님!!!!



개인적으로...소설책 『환상서점』 2편으로 옥토의 현재 이야기도 출간해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가님? 네 흐흐흐흐. 옥토와 귀신남자의 만남도 그려줘요T_T. 



기본적으로 『환상서점』은 기본적으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신비하고 기묘한 판타지 소설이다. 거기에 기괴하면서도 판타지스러운 이야기도 한 스푼 들어가있다. 신비로운 판타지 소설책 『환상서점』의 이야기를 한 줄 요약하면 이렇다.


‘망령을 보고 들으며, 이승과 저승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남자. 그 남자는 오랜시간을 한 여자만을 기다리며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모으고 또 모았다. 오로지 그 여자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그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신비하면서도 기묘하고, 때로는 가슴이 아려오며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누군가의 과거 이야기기도 하며, 혹은 누군가의 전생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과거이면서 현재이야기이기도 하다. 


너무......요약했나 ㅋㅋㅋ 뭐, 아무래도 소설책이다보니 나도 모르게 스포할 수 도 있으니까. 뭐, 그럼. 조금 더 길게! 소설책 『환상서점』의 서장을 일부 발췌볼까? 



먼 옛날, 산과 강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에 호기심 많은 한 소녀가 살았습니다. 소녀는 양반가에서 태어난 귀한 신분이었지만, 예절교육을 받기보다 들판을 뛰어다니길 좋아하는 천방지축이었지요. 하루는 소녀가 저잣거리를 뛰어다니던 중에 바닥에 떨어진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주인 잃은 책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신선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은 한 사내가 보이지 않겠어요? 소녀는 이 책이 저 사내의 물건이라는 걸 집착했습니다. (…) 


그때, 소녀의 작은 머리통 속에서 전기가 튀듯 어떤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나는 이 하얀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것 같아. 내가 셀 수 있는 숫자보다 더 오래, 쌀 한가마니에서 쏟아지는 곡식의 낱알보다 더 오래. 한참을 지나 깨달은 것이지만 소녀는 사내를 본 첫눈에 사랑을 느끼고 말았던 거죠. (…)


헌데 이상한 건 분명 죽었어야 할 사내가 그 이후로도 자꾸 모습을 보이더란 겁니다. 둘이 뛰어내린 절벽 근처에서, 사람이 많은 시가지에서, 속세와 동떨어진 어느 한적한 사찰에서. 그를 보았다는 장소도 다양했어요. 진짜 해괴한 대목은 지금부터 입니다. 그에 관한 목격담은 몇백 년이 지나도록 이어졌습니다.         - 소설책 『환상서점, 서장- 절벽 아래 남은 이야기』 中



소설책 『환상서점』의 서장은 오디오북 『환상서점』의 대본집에 있는 서주에 대한 이야기 중, 그 어느 시간대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때부터 진정한, 기약이 있는듯 없는듯 한 ‘서주’의 삶이 시작되었다고 해야하나? 



둘의 과거를 이야기 한 건 마지막 욕심이었다. 한번쯤은 그녀에게 지난 일을 오롯이 고하고 싶었다. 그런데도 용서받는다면,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여태 몰랐지만 그런 희미한 기대도 섞여있었다. 지금 연서의 눈에 차오른 원망을 보다가 깨달은 사실이었다.

그가 씁쓸하게 말했다.


“다음 생에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땐 우리 가까워지지 마요.”


“지금의 나는요?”


“미안하다고 해두죠. 어차피 전부 잊겠지만.”


그는 마지막 무대를 앞둔 마술사처럼 꽃을 고쳐쥐었다. 푸른색과 자주색이 뒤섞인 광채가 일렁였다. 홉사 저승의 기운 같았다. 서주는 그 빛을 뒤집어쓴 채로 말했다. 예의 그림같은 미소와 함께.


“이전엔 너무 가까워져서 당신이 죽었거든”      - 소설책 『환상서점, 영원의 매듭』 中



와! 근데 정말로 오디오북만 따로 들어도 좋고, 소설책만 읽어도 좋지만. 그냥 둘다 듣고 읽었으면 좋겠는게 내 바람!



무엇보다 오디오북을 먼저 듣고, 소설책을 읽으면 더욱 최고랄까? 흐흐. 오디오북으로 등장인물들의 멋진 목소리를 듣고(이게 중요!), 서점주인 서주가 들려주는 ‘잠 못 이루는 신비한 이야기’도 좀 듣고(진짜 최고bb), 그다음 소설책을 읽으면 와. 진짜 이건 진짜 분명 나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귓가에 서주의 목소리가 들린달까. 흐흐흐. 진짜로 이거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네^_T. 



근데 .. .종이책버전 『환상서점』도 오디오북으로 내어주시면 안될까요? 작가님, 엉엉. 영원의매듭 편... 구자형님 목소리로 듣고싶어요 엉엉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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