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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한자력 - 1일 1페이지, 삶의 무기가 되는 인생 한자
신동욱 지음 / 포르체 / 2022년 12월
평점 :
요즘은 독서편식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안읽는 분야의 책이 있으니 그게 바로 자기계발서다. 사견이지만..자기계발서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준다고는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조금이나마 성공했다거나 혹은 자신의 위치에 만족해하는 사람들이 쓰는 자기자랑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진짜로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서도 분명 있다. 지금 리뷰하려는 자기계발서처럼. 뭐, 여튼 대체로 정말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서는 생각보다 드물고, 찾기도 힘들뿐더러 무엇보다 대다수의 자기계발서들은 대부분 비슷하다보니 자기계발서를 잘 안읽게 된다. 하지만 오늘 리뷰하는 자기계발서 「어른의 한자력」은 앞서 살포시 이야기했듯, 진짜로 도움이 되는 자기계발서다. 특히 문해력, 어휘력이 떨어지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더욱. 거기다 직장생활을 하는 2030세대라면 더더더더더욱!!
가끔 서평을 쓸때마다 이따금씩 ‘문해력’에 대해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아마도. 요즘 젊은 친구들은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뉘앙스의 내용이었던것 같다. 예를 들자면 ‘사흘나흘’을 모른다던지, ‘심심한 사과’를 모른다던지, ‘금일, 차주’를 모른다던지 뭐 그런거? 심지어는 뉴스에서도 요즘 젊은 세대들이 문해력, 어휘력이 부족하다며,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문해력 부족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글쎄, 과연 그럴까? 나만해도 회사에서 문해력 부족한 동료들을 여럿 보았다. 심지어 회사메일, 상부에 보고하는 기안문 등등등 혀를 내두를 정도의 문장들이 많았으니까. 정말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할말하않이다. 정말로....왜! 어찌하여!! 유독!!! 젊은 세대에서 문해력, 어휘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걸까? 심지어 나도 젊은 세대인데?
나와 같은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문해력, 어휘력 부족 문제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다. 결론은 금방 나왔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독서가 부족하고, 한자를 잘 모른다는 것. 우리가 기성세대라 부르는 세대들은 지금과는 달리 한자가 중요한 사회였기에(신문에 반 이상이 한자였을 정도), 젊은 세대처럼 독서가 부족하다고 한들 지금처럼 사회적 논란이 일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다르다. 과거와 달리 한자의 위치는 급격하게 떨어졌다. 뿐만인가? 학교 정규수업에도 한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일상생활에서 한자로 된 단어를 쓰는건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다만 한자가 아닌 한글로 쓸 뿐. 여기서 이미 어휘력이 뚝 떨어진다. 만약 한자의 뜻을 모른다면? 앞뒤 문맥 또는 상황에 따라 판단 또는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문해력이다. 하지만 이런 능력은 독서로 향상시켜야 하는데, 요즘 젊은세대들은 숏폼 같은 영상 매체들의 발달로 인해 독서를 안한다. 여기서 문해력도 뚝 떨어진다.
그렇게 어휘력, 문해력이 뚝 떨어진 채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한 세대가 바로 지금의 젊은 세대다. 어휘력, 문해력이 떨어지니 직장생활에 알게모르게 어려움이 생길게 분명할테고. 그런 어려움을 타파해보고자 책이란 것을 읽어보려고,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있는 자기계발서를 고른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라는 자기계발서마다 하는 말들은 거의 비슷하고, 그렇게 책을 덮어버린다. 아마 수많은 20대, 30대들이 반복하는 상황이 아닐까?
그런 그들에게 난 이 책 「어른의 한자력」을 추천하고 싶다. 제목만 봤을 땐 자기계발서가 맞나? 싶을지도 모르는데, 일단 표면적으로는 자기계발서가 맞다. 하지만 흔한 자기계발서와는 시작부터 다르다. 제목에서 눈치챘을 지도 모르지만, 이 자기계발서는 ‘한자’에서 직장생활, 사람과의 관계 등 인생의 해답을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책에서 인생의 해답을 찾으면서, 한자도 공부하고, 한자에 담긴 속 뜻까지도 생각하게 한다. 이런 건 그 어떤 자기계발서에서도 하지 못한 일이다.
책 부제가 ‘1일 1페이지, 삶의 무기가 되는 인생 한자’인 만큼, 하루 한장씩 끊어 읽으면서 한자를 눈에 익혀도 좋다. 물론! 이 책은 어디까지나 자기계발서다. 한자책이 아니라. 다만 한자에서 인생의 길을 찾는 것 뿐이다. 그래서 한 편당 마지막 장에는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매번 다른 질문을 던진다.
저자가 한자에서 어떻게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지, 아래에 일부 발췌해본다.
노동을 의미하는 ‘勞’는 ‘熒(등불 형)’ 밑에 ‘火(불 화)’ 대신 ‘力(힘 력)’을 넣은 한자다. 등불(火) 2개 아래 밤 늦게까지 힘써 일하는 일꾼의 노고를 보여주는 듯 하다. 고대 사회에도 우리네 직장인들처럼 야근이 잦았나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 지금은 주 52시간 제도가 법제회 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에서 근무 시간이 가장 긴 축에 속한다. 동시에 노동 생산성은 매우 낮다. 熒을 켜고 늦게까지 오래 일하면 잘한다고 칭찬받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따. 낮이든 새벽이든, 사무실이든 카페든, 시간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회사가 기대하는 성과를 충분히 이루면 일을 잘하는 것이다. 회사를 위해 있는 힘껏 力을 다하되, 반드시 熒을 켜고 밤늦게까지 일해서 만든 결과일 필요는 없다. 주어진 몫만 제대로 잘 해내면 1시간을 일하든 10시간을 일하든 충분한 보상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정상적인 회사고 정상적인 사회다. p 026
형식을 의미하는 한자, ‘形’은 ‘幵(평평할 견)’과 ‘彡(터럭 삼)’이 합쳐진 모습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한자는 幵이다. 두개의 ‘干(방패 간)’이 나란히 그려져 비슷한 모양임을 표현하면서 ‘모양’이란 뜻이 생겼다고 한다. 이 한자를 보면 쌍방이 서로 같은 것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매개가 형식이란 생각이 든다. 누군가 干이라 말했는데 상대방이 千(일천 천)이라 알아들으면 이해시키는 데 실패한 것이다. 상대방도 똑같이 干이라고 이해하도록 돕는 수단이 바로 형식이다. 형식이 중요한 이유는, 보고서의 본질이 결국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형식에만 집착하면 안 되지만, 본질만 보라며 형식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도 좋은 자세는 아니다. p 066
고등학생들이 담배 심부름을 거절한 할머니에게 폭언하고 조롱하는 영상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이 있다. 어른 공경의 차원을 떠나 사람에 대한 존중이 사라져가는 시대임을 실감한다. ‘공경(恭敬)’은 ‘공손히 섬긴다’라는 의미이다. ‘恭’은 ‘共(함께 공)’과 ‘忄(마음 심)’이 합쳐져 ‘함께 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인간이라면 공손해야 한다. 상대방이 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가져야하는 마음이다. p 106
어른이 되면서 스스로 ‘덜 상처 받는 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가 찾은 방법은 이것이었다.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 ‘원래 그런 것’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들이 있다. ‘자연(自然)’이란 단어에 쓰인 한자 ‘然’도 그중 하나다. 이 한자는 만들어진 과정이 좀 특이하다. ‘犬(개 견)’, ‘肉(고기 육)’, ‘火(불 화)’가 결합한 모습인데, 그대로 해석하면 개고기를 불에 구워먹는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 개를 구워먹는 게 너무 당연해서 이 한자가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한자의 유래로 본다면 ‘그러려니’ 한다는 것은, ‘이건 그냥 개고기 구워먹는 정도의 일이야. 누구나 그렇게 하니까’로 치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 일을 당하는 개에게 안타까운 심정을 가져 본 일이 있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스스로 둔감해지는 동안, 다른 누군가의 상처에도 둔감해지지는 않았는가? p 185
누구나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 잠시 행복했던 오늘이 지나면 내일의 고민이 또 생긴다. 힘든 시간을 거쳐 잠시 행복했다가, 다시 힘든 시간이 반복되는 것이 인생의 본질이 아닐까. 오늘 찾아온 행복은 오늘 잠시 허락될 뿐이다. ‘다행’이나 ‘행복’의 뜻을 가진 ‘幸’이란 한자 유래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 지만, 내 눈에는 ‘辛’ 위에 ‘十’이 쓰인 것 처럼 보인다. 노예 표식을 새기는 도구 모야에서 유래했기에 辛에는 ‘괴롭다’, ‘고통스럽다’는 뜻이 있는데, 열 번이나 반복되어야 비로소 幸이 된다. 인생은 잠깐의 행복을 위해 그보다 훨씬 지난한 고난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p 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