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 여행하는 테마중 하나가 사찰여행이다. 워낙 역사를 좋아하고, 유적지 답사를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생긴 여행취미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과거에 사찰여행과 관련된 책을 여러권 읽기도 했었다. 그 중에서도 상상출판에서 출간된 『아름다운 사찰여행』은 내 마음에 콕 들어서, 지금도 가끔 펼쳐보곤 한다.



그러다가 얼마전 이웃님 블로그에서 또다른 사찰여행 책인 『절집의 미학』이라는 책 리뷰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구입했다.

이 책은 다른 사찰여행 책들과는 달리, 책의 목차를 ‘절’로 구분하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경내에 피는 그 꽃, 매화’ 라던가, ‘최고의 배롱나무를 찾아서’ 등의 챕터로 나눈다. 그러니까 한 챕터에 오래된 매화나무가 있는 화엄사 부속 암자 길상암, 역시나 오래된 매화나무가 있는 선암사, 홍매가 아름다운 화엄사 등의 이야기가 한 두페이지에 같이 등장한다. 뭐랄까? 이 책은 절에 대한 역사보다는 절에서 풍기는 이미지라던가 풍광, 머리속에 떠오르는 감동, 그 속에서 받는 위로 등이 주가 되는 책이다.

고로 이 책은 사찰여행 및 지식정보를 안내하는 책이라고 하기보다는, 사찰을 보고난 뒤 느껴지는 감동을 쓴 여행에세이다. 뭐, 그렇다고 사찰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주가 되는건 ‘에세이’다. 여행에세이로써의 이 책은, 팍팍한 삶을 살던 나에게 꽤나 위로가 되었다. 심지어 저자가 다닌 사찰들 중 일부는 분명 나도 가보았던 절임에도 불구하고, 나로서는 생각치도 못한 깨달음을 얻는 것을 보면서 놀라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사찰, 특히 산속에 있는 산사는 그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아늑함과 편안함을 주고, 때로는 위안을 준다. 그래서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해도, 무언가 마음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난 이런 마음속의 편안함을 추구하기보다는 가람배치의 이유라던가, 어느 시기에 창건되었는지, 창건설화와 실제 역사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는지 등 지식탐구(?)를 위해 사찰을 바라보는 경향이 더 많았다. 굳이 속세와 단절된, 조용한 곳을 찾아 들어가서, 굳이 속세에 찌든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이럴거면 차라리 책상머리에 앉아서 인터넷 검색하는게 낫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음번에 사찰여행을 가게 된다면, 모든 생각을 버리고 가만히 서있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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