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와 일본인 - 가미와 호토케의 길
박규태 지음 / 이학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한일고대사, 즉 도래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아주 자연스레 일본 신도 문화에도 관심을 갖게되었다. 뭐, 한일고대사에 관심을 갖기 이전부터 여러매체를 통해서 일본 신도 문화에 익숙해지긴 했지만..하하. 여튼 이런저러한 이유로 관련 책들을 읽다보니, 어느순간부터는 이 책 내용이 저 책 내용이랑 똑같고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 아마 입문서 또는 교양서로 만들어진 책들이라 심도있는 내용을 넣기 어려웠으리라.




그 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그저 일본 신화 또는 일본 신도 문화에 관심이 있다고 섣불리 읽기 시작했다가는 큰코 닥칠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수박겉핧기 식으로 알고있는 일본 문화 - 예컨데 일본천황, 다테마에, 혼마에, 사무라이문화, 또는 일반론적인 일본문화 책이나 『국화와 칼』로 일본문화를 이해한 사람 등은 이 책을 이해 못할 확율이 높다고 본다. 그만큼 이 책은 초심자들에겐 엄청 어려운 책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들이 좀 딱딱하다. 흑흑. 



난 분명 일본의 신도에 대해서, 일본의 불교에 대해서 남들보다는 잘 알고, 심지어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더군다나 고대 일본지명, 고대 일본신들의 이름들도 꽤나 익숙한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을 구입했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헌데 뭐라고 해야하나. 이 책 내용 자체는 스무스하게 이해가 되는데, 읽다보면 글들이 눈에 잘 안들어온다고 해야하나,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해야하나....하...^_T... 



물론 책 내용 자체는 훌륭하다. 저자가 힘들게 연구한 내용을 나는 이 책 한권으로 손 쉽게 후르륵 얻을 수 있으니까! 다만, 다시한번 말하지만 매우 전문적인 내용들이기 때문에, 일본사(정확히는 고대사)에 해박하지 않다면 이해하기가 어려울 지 모른다. 그저 일본 역사에 관심이 있거나, 흥미가 있다는 이유로 이 책을 읽기에는 처음 열장도 못 읽고 덮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내 갈증을 채워줄 유익한 책이었는데, 섣불리 남에게 추천할 수 없는 이유다.



-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일본의 신도란 무엇인가?



전 세계에는 여러 종교가 있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등등. 우리나라만에도 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 여러 종교가 두루두루 섞여있다. 반면에 어떤 나라들은 ‘국교’라고 해서 하나의 종교만 믿는 경우도 있다(나처럼 종교가 아예 없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데! 이런 일반적인 종교관에서 벗어나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일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은 수많은 신들이 있고, 그 신들을 모시는 신사가 있는 나라이다. 오죽하면 일본여행을 갈때 유명하다는 신사 한, 두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인들 스스로는 자기네 나라를 팔백만 신이 사는 ‘신도’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함정! 그렇다면 이 신도는 하나의 종교일까? 일본의 국교라고 할 수 있을까? 일본인들은 본인들이 믿는 신을, 신도를, 종교라고 생각할까? 답은 NO다. 



그들은 신도를 종교로 보지 않는다. 실제로 매일 아침 신사참배를 하는 일본인에게 “당신의 종교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종교를 믿지 않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오는게 부지기수다. 분명 각자가 믿는 신이 있는데, 믿는 종교는 없다니. 어찌보면 모순적인 이 상황은, 일본의 생활문화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신들을 하나하나 해체해보면, 많은 신들이 씨족의 ‘조상신’이거나 혹은 자연물(나무, 돌,동물)인 경우가 많다.



우선 조상신에 대해서 보자.


우리나라를 빗대어 쉽게 풀어보자. 나는 ‘강릉 최씨’다. 시조는 최필달 할아버지이다. 헌데 최필달 할아버지는 원래는 경주 최씨였고, 고려 개국당시 강릉부원군에 봉해지면서 ‘강릉 최씨’의 시조가 되었다. 원래 경주 최씨였던 최필달 할아버지의 시조는 고운 최치원이다. 그렇다면 고운 최치원부터 경주 최씨가 시작하느냐? 그건 또 아니다. 고운 최치원은 신라 6부 촌장 최 소벌도리공의 24세손이다.



이 상황을 일본의 신도에 빗대서 보았을때, 조상신이 3명에 나온다. 강릉 최씨 시조 최필달, 경주 최씨 시조 최치원, 최초 최씨성을 받았던 최 소벌도리공. 이런식으로 각 성씨마다 최초 시조, 중시조, 계파 시조 + 각 성씨(+계파별) 유명한 위인들이 전부 신이 된다. 팔백만 신이 우스울지경이다. 아, 물론 일본에서 말하는 ‘팔백만’이란 정말 숫자 팔백만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을 뜻한다. 그러니 이렇게 각 성씨들의 조상신만 합쳐도 이미 무수히 많은 신들이 나온다. 일본의 조상신 태반이 이렇게 탄생되었다.


일본인은 신도의 신을 ‘가미’라고 부른다. 『고사기』는 팔백만의 가미(야오요로즈노가미)가 있다고 기술하는데, 여기서 ‘팔백만’이란 가미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 수많은 가미의 기원 중 하나가 조령, 즉 조상신이다. 예로부터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은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사령이 가족과 촌락을 수호하는 가미가 된다고 생각하여 숭경해왔다. 일본 민속학의 아버지 야나기타 구니오에 의하면 이와 같은 조상숭배의 관념에서 이른바 ‘씨신’이라는 촌락공동체의 수호신 관념이 형성되었고, 이 씨신을 중심으로 신사가 발전되어온 것이다. p 022



조상숭배 관념과 더불어 신도 신앙의 근간을 이루는 또 하나의 축으로 자연숭배의 관념을 들 수 있다. 모든 자연물에 영적인 존재가 깃들어 있따는 애니미즘적 신앙은 현재까지도 신도의 에토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남아있다. 사실 신도의 가미는 자연물을 신격화한 신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령 황조신으로 말해지는 여신 아마테라스는 태양을 신격화한 것이고 그 밖에 달을 신격화한 쓰쿠요미, 폭풍우를 신격화한 스사노오를 비롯하여 일본 신도의 판테온에는 산, 들, 폭포, 강, 바다, 거품, 나무, 새, 짐승, 벌레, 풀, 금속, 돌 등의 자연물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소변, 토사물, 눈물, 피, 몸의 때라던가 말(言)까지도 신격화되어 등장한다. p 023



산신과 해신 외에 가미의 중요한 유형으로 재앙신 및 원령신(어령신)을 비롯한 인신(人神)을 빼놓을 수 없다. 이중 일본어로 ‘다타리가미’라 일컬어지는 재앙신은 인간에게 재앙(다타리)를 내리는 신을 뜻한다. p 024


이 외에도 자연물 신(쉽게 말해서 토테미즘, 애니미즘)도 있고, 사람신, 원령신도 있다. 



특히 일본이라는 나라는 사람이 죽으면 원한을 품고, 산 사람에게 해코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헤이안 시대의 우대신 스가와라노 미치자네. 스가와라 미치자네는 당시 후지와라 가문에 의해 누명을 쓰고 유배를 갔다가, 규슈 다자이후에서 사망했다. 이후 후지와라 가문에 재앙이 끊기지 않자 사람들은 스가와라 미치자네를 신으로 받들었으니, 그를 모신 곳이 바로 텐만궁이다. 한국인에게도 관광지로 유명한 규슈의 다자이후 텐만궁, 교토의 기타노 텐만궁 등 - 텐만궁의 주 신이 바로 스가와라 미치자네다. 



반면에 마을 주민들에게 은덕을 베푼 사람을 신으로 모신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끌려갔던 도공들이다. 당시 조선에서 일본 아리타에 끌려간 도공 이삼평은 그 곳에서 도자기를 만들며, 아리타도자 문화를 끌어냈다. 이삼평이 죽은 후 아리타 사람들은 이삼평을 도자기의 신(또는 도자기의 조상) ‘도조 이삼평’이라고 추앙하며, 그를 신으로 받들어 도잔신사에 모셨다.



여기까지가 책 초반의 내용. 뒤로 갈수록 더더욱 전문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쉽게 읽을 책이 아니라는게 함정이다. 이 책을 읽을 사람이라면... 멘탈 단디잡고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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