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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는 역사인식 - 조선인 강제 연행·원폭 피해자의 편에 서다
다카자네 야스노리 지음, 전은옥 옮김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1년 10월
평점 :
저자는 일본인이다. 하지만 그의 삶과 모든 시간은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조선인과 중국인 피해자들을 위해 사용했다. 일본인인 그는 일본의 식민지배의 피해를 당한 그들을 위해, 자국 일본과 맞섰다.
이 책은 내가 서평을 쓰는 것보다,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옮겨적는게 나을 것 같다.
“(일본인과 조선인의) 물리적 피해는 똑같을지라도, 조선인의 피폭은 (일본인의 그것과) 질적인 차원에서 다르다”고 지적한 바 있따. 여기서 “질적인 차이”란 “일본인 피폭자는 침략전쟁을 자행한 국가의 국민이라는 입장을 비껴갈 수 없지만, 조선인 피폭자는 아무런 전쟁책임도 없는데 원폭 지옥에까지 내던져진 완전한 피해자다”라는 오카 씨의 말 속에 단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p 019
일본의 근대사를 둘러싼 역사 인식이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최대 논점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있따고 할 수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입장의 대립으로 볼 수 있는데, 사실의 검증과 교육을 중시하는 사고방식 대 사실 검증에는 관심이 희박한 채 근대를 미화, 정당화하는 데 중점을 둔 입장이다. 전자는 후자를 역사 왜곡이라 비판하고, 후자는 전자를 자학사관이라 비판한다. 이러한 대립은 역사교육에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전자는 점차 축소되고 후자 쪽이 증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따라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교육함으로써 현대를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역사교육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흐름은 제2차 아베정권에 의해 한층 강화되고 있다. p 035
역사윤리란 ‘역사에 책임을 지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역사 용어로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개념으로서는 전혀 드물지 않다. 역사상 자주 볼 수 있고 국제 관계에서 많은 국가가 역사윤리의 과업을 다해왔다. (……)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인간의 길’에 어긋나는 행위가 없었는지를 따져보고, 만일 있다면 반성하고 사죄와 배상, 처벌 드으이 과정을 통해 청산할 의무가 발생한다. 또 항상 이 ‘역사윤리’를 의식하며 정치와 사법에 임해야 한다는 뜻도 포함한다. p 036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의 책임을 묻는 이른바 전후 보상문제에 대하여, 일본 정부는 국가 간의 ‘해결’이 끝났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완전히 무시했다. 하지만 ‘해결이 끝난 문제’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고, 국가 간에도 배상을 한 것이 아니라 한일 경제협력협정을 맺고 청구권을 방기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는 피해자의 배상 청구를 모조리 거부했다. 그런 까닭에 배상 청구는 사법의 장에서 다툴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사법 역시 하급심에서 드물게 원고가 승소하는 일은 있어도 최고재판소에서는 전부 패소 확정을 강요받았다. 사법이 정치권력을 추종하는 소위 어용 기관이 된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p 040
과거 재일동포의 피해배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었어야할 한국 정부가 입을 닫고있을 그 때, 일본인 다카자네 야스노리는 재일동포의 피해배상을 위해 자국 일본을 향해 끝없이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우리 정부는 재일동포의 피해배상을 위해서 일본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적어도 국정농단이 있던 전 정부는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면 곧 임기가 끝나는 현 정부는? 글쎄, 역시나 전 정부와 다를바가 없다고 느껴진다. 난 아직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농락한 윤미향을 감싼 현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의 다 돌아가시고, 강제징용 피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거의 다 돌아가시는 동안 현정부, 전정부를 비롯한 대한민국 정부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더 슬픈건 곧 들어서게될 새 정부에도 큰 기대감이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대선 후보들의 면면을 보아하니, 적어도 그들은... 일본에 피해를 입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인물들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