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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 오직 나의 행복을 위한 마음 충전 에세이
삼각커피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5월
평점 :
내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요즘이다. 취업준비하랴, 대출금 갚으랴, 가족들 건사하랴, 회사생활하랴, 온갖 주변 상황에 끌려다니다보면 내 몸과 마음은 상처투성인 요즘이다. 그렇게 ‘나만 힘든게 아니니까’ 라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버텨간다(물론 예외는 있음). 나 역시 버티는 쪽이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는 강철이 아니다. 이렇게 계속 참고, 버티다보면 언젠간 무너져 내린다. 그렇게 한없이 무너져, 정말 깊고 깊은 땅굴에 처박혀 헤어나오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기 전에, 내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내 스스로를 위로해줄 시간이 필요하다.
『살 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내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우선 책 한 권 읽는 것부터 시작하자. 우리와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와 같이 험난한 일상에서 고군분투하는, 그 속에서도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저자처럼.
어느 고민 상담 프로그램에서 대출을 받아 욜로 생활을 하는 20대에게 서장훈이 한 말이 기억난다.
“지금 네가 돈이 없어도 젊음을 핑계로 이해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네가 50대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대출을 받으며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간다면 결국 주변에는 아무도 없을 거야. 모두가 널 피할지도 몰라. 난 15년 동안 농구를 하며 열심히 돈을 모았어. 내가 가장 행복한 게 뭔지 알아?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해도 된다는 것. 그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줄 몰라.”
틀린 말 하나 없다. 지금 안 힘들면 앞으로 더 힘들 것이다. p 038
저자가 말한 저 방송을, 채널을 돌리다가 본 적이 있다. 진짜 그야말로 “욜로하다가 골로간다”라는 말을 그 20대는 몰랐던 듯 싶었다. 비단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정말 내 생각보다 더 많은 또래 친구들이 앞뒤 생각없이, ‘욜로’를 외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어차피 살기 힘든 세상이니, 그냥 즐기면서 살겠다는 그들의 이야기가 썩 나쁘지많은 않고, 어느정도 이해도 된다. 취업도 힘들고, 집 사는 것도 힘들고, 이래저래 다 힘드니 그런말이 나올 수 밖에.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정답도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한다. 하지만 괜시리 말했봤자 서로간에 의만 상하고, 애초에 옆에서 조언을 해서 들을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앞뒤 안가리고 욜로를 하지도 않았을거고. 그렇게 욜로욜로 외치는 사람들은, 직접 욜로하다가 골로가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음...안차릴수도.
뭐, 한켠으로는 앞뒤 생각없이 욜로욜로하며 즐기는 그들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있다. 그들이 욜로욜로 할때도 난 꾸준히 회사에 출근하고, 일하며, 월급받고, 저축하며, 소비는 최대한 절제하며 살아왔으니까. 이렇게 문득 내 삶을 돌아보니, 우와. 난 정말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왔구나? 그렇다고 가정형편이 어려운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난 자립심이 강했고, 왠지 놀면 안될것 같고, 공부든 일이든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았고, 뭘 하든, 뭘 사든 내가 번 돈으로 해야 할 것 만 같았다. 대체 왜 난 이렇게 스스로를 절제하고, 통제하며 살아왔을까? 생각해보니 답이 참 쉽게 나왔다.
우리 부모님은 나와 남동생을 키우기 위해, 언제나 일을 하셨다. 흔히들 말하는 맞벌이부부였다. 특히 엄마는 우유배달을 꽤 오랬동안 했었는데, 그 기간동안 나 역시 엄마 따라서 우유배달을 했다. 자의로 할 때도 있었지만, 타의로 할 때도 분명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창 친구들과 뛰어 놀아야 할 초,중딩이 엄마따라 우유배달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고역이다. 특히 뙤양볕이 내리찌는 여름이나, 칼바람이 불어재끼는 겨울은 더더욱. 거기다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생각을 안한적도 없었다. 하지만 엄마가 혼자 우유배달을 하면 너무 힘들테고, 끝나는 시간도 더 길어질테니(와, 나 이렇게 보니 효녀인듯). 무엇보다 우유배달을 하면 엄마가 용돈을 주니까(ㅋㅋㅋ)! 하, 이때부터 난 (자의반, 타의반)그렇게 자본주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었다.
초딩때부터 시작한 우유배달은 시간당 오백원의 용돈을 시작으로, 중학생쯤 되니, 어느새 내 시급은 이천원까지 올라서, 나름 용돈벌이도 쏠쏠했다. 엄마가 주는 용돈(시급ㅋㅋ)이 오르면 오를수록, 타의보단 자의로 우유배달을 하게되었달까? 내 서랍속에 쌓이는 돈을 보며,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참맛을 느꼈다. 그리고 그 즈음 알았다. 돈 버는 일은 정말 고된 일이라는 걸. 편하게 돈 버는 일은 없다는 걸!
다 커서 또 하나 깨닫게 된 사실이 있는데,경제관념을 확실히 체득하도록 하면(돈은 노동의 댓가로 받는다는 것, 돈벌기 어렵다는 것) 그 아이는 다 커서도 최소한 제 몫은 제가 챙기게 된다는 점이다 (나처럼!!!). 고로 난 미래의 내 자식도, 내가 그랬던 것 처럼 노동의 댓가로만 용돈을 줄 생각이다. 그래야 본인 스스로 경제관념도 생기고, 본인 스스로 저축하고, 본인 스스로 소비를 절제할 수 있는 습관을 기를 수 있을테니.
달에 꼭 나가는 지출액을 계산해 보고 기준을 초과하면 당장 사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한 것들을 다음 달로 미루고 조금 참는다. 다음 달이 되면 과거에는 꼭 사야 할 것 같던 것도 충동적인 마음일 때가 많아서 구매 욕구가 사라진다. 입이 당겨 생각나는 음식은 직접 만들어 먹거나 먹는 횟수를 줄이고, 정말 먹고 싶으면 할인을 받아 주문한다. 쇼핑은 한 사이트에서만 주문해 적립금을 모아 활용하고, 간단한 물품은 지역화폐를 써 캐시백을 받는다. p 045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막 살아도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알아서 해내겠지 하며 안일하게 미루기만 했다. 그렇게 미룬 일들을 처리하느라 체력과 정신이 바닥나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때그때 조금 더 움직여서 미래의 내가 질 짐을 덜어준다. p 074
여튼 그렇게 오랫동안 우유배달을 한 경험 덕분에 난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갔을 땐, 학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열공해서 장학금도 받고, 뭐 그랬다. 남들은 학자금대출 받아서, 대학을 졸업할 땐 빚지고 졸업한다는데, 나는 아득바득 장학금 받고, 알바하고 해서 졸업할땐 통장에 어느정도 돈을 쌓아두고 졸업했다. 졸업해서는 남들과 똑같이 관공서 인턴을 하면서, 취업을 위해 여기저기 이력서 뿌려대기. 그렇게 나와 1도 맞지 않는 제약회사에 취업을 해서도, 열씸히 일했고, 받는 족족 저축에 저축에 저축했다. 아니 그렇다고 급여를 많이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때의 난 뭣도 모른 사회 초년생이어서, 파견직으로 입사했었으니까(파견직은 정말 사회 악같은 제도라고 생각함)^^. 근데 뭐 내가 일을 참 잘한것도 있었고(자화자찬 플렉스), 파견직으로 두기엔 나름 강점인 능력도 있었고, 그래서 스무스하게 정규직이 되었고, 스무스하고 지금까지 십년넘게 다니는 중이다(하지만 중간중간에 정말 더럽고 치사해서 퇴사고비가 참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예정이지만).
여튼 이렇게 관공서 인턴 월급, 회사 월급 등 처음부터 월급의 70%~80% 정도를, 월급 당일에 적금 및 청약, 연금저축 등 자동이체를 걸어놨기에, 내 손에 떨어지는 돈은 얼마 안되었다. 하지만 난 그렇게 남는 돈 안에서 내 나름대로는 합리적으로 소비! 엄마랑 같이 사니 일단 주거비용 굳었고, 자연히 식대도 굳었고(평일 점심은 회사에서 제공)! 거기다 내가 다니는 회사가 공단 내에 있다보니, 주변에서 외식할 식당도 없고, 그 흔한 카페도 없고. 와, 이렇게 보니 내 회사 주변 환경이, 돈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이렇게나 도와주었네? 아, 물론 인터넷 쇼핑이라는 복병이 있긴 했지만, 잘 절제한 내 자신을 매우 칭찬하며, 그렇게 난 꽤 많은 돈을 모았다.
그 덕분에 오로지 내 돈으로 결혼도 하고, 신혼여행도 가고, 심지어 대출 1도 없이 내 집 마련까지(나보다 나이많은 옛날 아파트였지만)! 솔직히 이 땐 엄청 우쭐했다. 충분히 우쭐할만하지 않은가? 또래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무려 20대 후반에!! 자차보유하고(물론 아빠차에 연식 오래된 아방이지만! 보험등 차량유지비로 내 소비계획을 휘청거리게 한 장본인이지만T.T), 대출 없이 ALL 내 돈으로 내 집 마련한 사람은 1도 없었으니까. 실제로 우리 엄마빠도 날 자랑스럽게 여겨, 실제로 여기저기 많은 자랑을 하셨다. 아마 지금도 제몫은 스스로 잘 챙기는 날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지 않을까? 라는 과한 자신감ㅋㅋㅋㅋㅋㅋ
물론 나에게도 꿈이 있었고, 하고 싶은 일도 있었고, 20대를 즐기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 일이란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수는 없다는 걸 이미 우유배달을 하던, 어린나이에 깨달았기에(뭐래니 ㅋㅋㅋ). 나와는 1도 맞지 않던 제약회사를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는게 아닐까싶다. 물론 중간중간에 회사를 때리치고 싶은 마음이 수도 없이 들었지만, 내가 이 회사를 퇴사하고, 원하는 일을 도전했을 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안정적인 월급에 길들여진 직장인은, 이렇게 리스크가 큰 도박은 겁이난다. 그냥 계속 일개미로 살아갈뿐...하..
확실한 건! 난, 또래친구들이 젊음을 즐기던 20대에, 미래의 나를 위해서 열씸히 일하고 돈을 모았다. 물론 나 역시 그들처럼 젊음을 즐기고 싶었고, 놀고 싶었고, 여행가고 싶었다. 안 그럴리가 있나? 하지만, 그런 즐거움을 만끽할 기회를 미래의 나에게 넘겼을 뿐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20대를 보낸 과거의 나 덕분에, 지금의 나는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돈이 좋다’는 말을 조금 수정해서 돈을 가치 있게 사용하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돈으로 얻은 여유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라지게 만든다. 시간적 여유를 얻었고, 날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세상은 살 만하구나 하며 오랜만에 긍정적인 생각도 했다. p 274
가끔은 신랑이 나를 보고 우스갯소리로 자본주의 노예라고 하지만(물론 내 스스로도 자본주의 노예라고 생각중이지만ㅋㅋ), 자본주의 노예면 어떤가? 남들처럼 욜로하다가 골로가느니, 자본주의 노예로 살면서, 먹고 싶을 땐 먹고, 여행가고 싶을땐 여행가고, 가끔은 충동구매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걱정없이 밥 한끼 사주고!
물론! 어딘가에는 자본이 없어도 행복하게 사는 집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행복이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편하게 밥 한끼 사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건 살 수 있고, 먹고 싶은 걸 먹고, 여행가고 싶을 때 여행가는 것, 바로 그런 거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자본이 있어야한다. 내가 너무 세속적인 사람인걸까? 뭐, 세속적이면 어떻고, 자낳괴면 어떠하리. 내 행복에는 자본이 필요한 것을!
그래서 난 평생 자본주의 노예로 살 생각이다(그런 의미에서 제발 로또대박좀T_T).
어떤 선택을 하든 포기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그러니 삶의 방향과 목표가 흔들릴 때, 각각 다른 기준에서 해 주는 조언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절대적인 게 아니라 어느 한쪽의 의견일 뿐이라고 마음을 열어두기로 했다. 누군가의 성공한 사례는 예시일 뿐, 나는 그 사람이 아니기에 똑같은 성공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선택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p 235
이쯤되면 내가 원하는게 뭐였을까 싶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나랑은 맞지 않은 회사에 붙어 있기로 선택한 건 나였고, 20대에 놀지 않고, 열심히 일하기를 선택한것도 나였으며, 자본주의의 노예로 살기로 선택한것도 나였으니까. 해서 가끔은 한창 놀 나이에, 놀지 못한것을 후회하기도 하지만, 말그대로 선택의 책임은 나에게 있으니까. 무엇보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20대에 노는 것을 포기한 선택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즐겁게 살 수 있는게 아닌가!
앞으로도 난 수 많은 선택의 기로 앞에 설 테고, 그 선택으로 후회를 하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으로 당장은 후회할지라도, 분명 미래의 나를 위해 선택일거라고 난 100%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