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잡기 - 일본인의 조선정탐록
혼마 규스케 지음, 최혜주 옮김 / 김영사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분명 이 책에는 일본인 특유의 자국 우월함이 담긴 시각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하지만 그 부분을 배제한채 읽는다면 반성할 부분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모든 백성들이 글을 읽고,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면 그렇게 뼛속 깊이까지 사대주의에 빠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농공상에 빠져 상업을 천시하고 과학을 천시하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은 알았을 것이다. 남녀차별이라는게 얼마나 위험한 제도인지도 알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일본 우월주의 시각을 배제한 채, 저자가 누구인지 배제한 채 읽어본다면, 조선말, 조선 사람들의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가 된다. 그리고.. 정말 아프고 또 아픈 이야기지만, 어째서 조선이라는 나라가 일본 군화에 짓밟힐 수 밖에 없었는지, 이 책 한권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조선의 선비는 지나를 불러 항상 중화라고 말하고, 스스로 소화라고 부른다. 조선 사람이 나에게 고국을 물으면 나는 항상 대화의 사람이라고 답한다. 그들은 나를 꾸짖어 오만함을 말한다. 그렇지만 오만하여 잘아하는 것과 비루하여 주눈 든 것 중에 어느 것이 나은가? p 023 - P23

정치적인 눈으로 시찰하면, 조선 사람은 어둡고 낮잠 속에 있다. 참으로 걱정할 만하다. 그러나 세속을 떠난 은자의 눈으로 시찰하면 한가하고 유유하며 진정 별천지의 사람이다. p 034 - P34

무관들은 단지 그 이름만 가지고 있을 뿐, 손자와 오자의 병법서를 음독도 할 수 없다. 무예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양반이 정부에 돈을 내고 임용을 받는 것이다. p 048 - P48

어느 외국인이 한인에게 귀국의 관리가 마음대로 인민의 재화를 뺴앗는 것을 보면, 관리는 오히려 공도라고 칭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관리가 인민을 괴롭히는 것이 사도보다 심하다. 무엇 때문에 이들 관리를 죽이고 국가의 해를 제거할 것을 도모하지 않는가.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관리는 도적이 아닌 자가 없고, 가령 한 몸을 희생하여 관리 한 명을 죽여도 그 뒤를 계승하는 관리 역시 도적이 되는 것이다. p 054 - P54

애석하다. 그들은 문자가 있는데 비해서 시세에 통하지 않고, 사정에 어두운 것을 p 065 - P65

그러나 물건을 사는 것은 일체 남자에게 맡기니 조선의 부녀는 남자의 생각안에서 그 기호를 만족시킬 수 밖에 없다. 습속이라고는 하나 부자유 천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p 087 - P87

나는 조선의 도로가 형편없는 것에 몹시 놀랐다. p 127 - P127

그리고 매매는 반드시 돈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물건을 교환할 뿐인데, 그 모양이 마치 신농씨의 시대를 상기시켰다. p 132 - P1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