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을 법한 연애소설 - 당신이 반드시 공감할 이야기
조윤성 지음 / 상상앤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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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독서 편식을 없애려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 손이 안가는 장르가 있으니 연애소설. 그도 그럴것이 연애소설류는 그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면서 느끼는 내 감정들이 꽤 부정적인 감정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미스테리, 추리, 호러소설은 읽으면서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이 긴장감, 스릴에 국한된다. 현실에서는 생각보다 느끼기 어려운 감정들이다보니 오히려 그 감정들이 신기하고 놀라울정도다. 하지만 연애소설은 아니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느낄수 있는 감정들이다. 그런 감정들이 설렘, 두근거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라면 참 좋겠지만, 아닌 경우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오늘날의 연애를 담아내는 가장 ‘요즘스러운’ 현상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용인되는, 이전에는 없던 개념들.


원나잇 스탠드, 섹스 파트너, 어장 관리, 불륜과 같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많이 이야기하게 되니까 그 개념에 이름이 필요했겠구나 싶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라면 그저 “남자(혹은 여자) 여러명 만나는 걔 있잖아” 라고 하면 될 일이지, 굳이 어장 관리라는 단어를 만들어 함축시킬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 실상을 파고들어 적나라하게 풀어놓고 싶었습니다. p 269(에필로그)



이 책의 주인공 수아는 남들 보기에는 한 회사에서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어엿한 커리어 우먼이다. 수아의 시선으로, 수아의 연애를, 정확히는 오늘날의 연애를 담담히 그려낸다. 문제는 요즘 세대의 오늘날의 연애가, 내 머리속으로는 공감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랄까. 그런데 또 이 소설이 브런치에서 170만 뷰에 달하는 인기 연애소설이었다고 하니, 하하. 나도 분명 나이로는 요즘 세대가 맞는 것 같은데, 이상도 하다. 덕분에 내 머리속은 그저 꼰대인 것인지 다시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말한 원나잇 스탠드, 섹스 파트너, 어장관리, 불륜 등. 이 모든 일을 주인공인 수아가 겪는다. 결혼까지 이야기한 오래만난 남자친구는 바람을 폈고, 그렇게 헤어졌다. 이 때까지만해도 그저 똥차를 만난 수아가 안타까웠다. 똥차가 떠났으니 볼보급(요새 볼보에 완전 꽂힘, 안전성100%) 외제차가 오는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 수아에게는 계속 똥차들만 나타난다. 문제는 수아 스스로도 그 똥차들을 끌여들였다는 사실이랄까. 사람보는 눈이 없다고 하기에는, 수아는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여성이다. 문제는 딱 거기까지. 수아는 몸만큰 어른아이였다. 그날 그날의 분위기에 휩쓸리고,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 수아를 보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른아이의 연애가 얼마나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것인지 조금은 경각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들어와 샤워를 마치고 충전기에 꽂아두었던 핸드폰을 집었다. 음악을 틀고 침대에 걸터앉아 노곤하게 일주일을 돌이켰다. 그 사이 몇 번의 거절을 해왔나. 사진을 찍는다던 그 남자, 건우를 닮은 소개팅남. 서로의 패를 반쯤 가려둔 채 사랑을 두고 눈치 싸움을 하는듯한 관계가 지겨웠다. 앞뒤 가리지 않고 물에 빠지듯 그 사람에게 빠져 내 모든 삶이 그를 기준으로 웃다가 울다가 하는 짙은 사랑이 하고 싶었다. p 156



그럼에도 다시한번 무시하지 못할 부분은, 브런치 인기 연애소설이라는 점이다. 다들 저렇게 말하는 수아와 같은 사랑을 꿈꿔온다는 이야기일까? 연애에서 내가 사라지고, 상대방이 기준이 되는 연애를 하고 싶은걸까? 정말 앞뒤 가리지 않는 그런 사랑을 원하는걸까? 아니면 이런게 정말 오늘날의 보통 연애인걸까. 확실한 사실은 이 연애소설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열광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이 많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조금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 꼰대인가, 하하.




그래도 소설 막바지 수아에게도 볼보급(내 기준 최고) 외제차가 나타난다. 만날 때마다 항상 “밥 먹었어?”, “오늘 하루 어땠어?” 라고, 수아의 하루를 물어봐주는 남자 종욱. 적어도 내가 볼땐, 수아에게 종욱을 붙이기엔 종욱이 너무너무 안타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아도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로 나름대로 교훈을 얻고, 변화한다면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좋은 사람 옆에 있으면, 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거니까. 하지만 수아는 그럼에도 본인 스스로 충동적인 선택을 했다. 종욱에게 상처를 준 것이다. 앞선 여러 차례 연애로 수아는 많은 상처를 받았는데, 본인이 받은 그 상처를, 종욱에게 주고 만 것이다. 나는 정말 이런게 오늘날의 연애라면,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연애라면, 심지어 상처를 줄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상처를 주는 연애라면 차라리 다들 연애를 안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본인 스스로도 본인의 감정 조절을 못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연애를 한다면, 상대방만 상처줄게 뻔할테니.



다리에 힘이 빠진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터져 나오는 눈물을 어린애처럼 쏟았다. 저지른 과거의 내가 미웟고, 상처를 준 주제에 다시 나타난 이기심이 죽도록 싫었다. 이번에는 정말 잘 사랑하고 싶었는데, 잠깐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헀던 자제력 없는 철부지에게 사랑은 욕심이었는지 모른다.  p 260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읽은 뒤, 나는 항상 내 옆을 지켜주는 우리 신랑에게 한없이 고마움을 느꼈다. 연애시작부터 지금까지 만나온 햇수를 따지만 만 12년 하고도 반년이 더 지난 우리. 싸움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옆에 있다. 나에게 우리 신랑은 연인이면서, 가장 친한 친구이고, 항상 내 옆을 지켜주는 가족이다. 어딜가든 같이 가야하고, 뭘 먹든 같이 먹어야 하고, 곁에 없으면 심심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우리는 그렇게 12년 이란 세월을 만나왔는데, 그래서 나에게 연애란 이런 것이었는데. 심지어 내 주변에 있는 여러 커플들, 부부들도 우리와 별다르지 않았는데.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오늘날의 연애를 보니 공감이 안되고, 이해가 안 될 수밖에. 그런데 이런게 정말 오늘날의 연애라면, 나는 오늘날의 연애를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모습이 정말 오늘날의 연애라면 너무 삭막하고, 각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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