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 산책길 들풀의 위로
이재영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마흔이란, 어린날 나에게는 그저 부모님의 나이였다. 분명 그랬었다.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기에, 우리 부모님은 마흔을 지났고, 나는 삼십대에 들어섰다. 이제 마흔이란, 다가올 내 미래가 되었다.




내 이십대는 생각보다 안정적이었다. 사회초년생때 남들에게 말해도 우쭐할 만한 직장에 들어갔고, 이십대 후반에는 오래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었다. 나도 신랑도 워낙에 성실한 성격이기에, 이십대를 참 성실하게 보냈다. 일할 땐 열씸히 일했고, 놀러다닐 땐 열씸히 놀러다니고. 그렇게 이십대를 보내고, 삼십대가 되니 조금은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남들과 같은 인생을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는데, 이게 또 살다보니 아이가 생겨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물론 지금 사회가 아이를 키우기엔 썩 좋은 환경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나도 잘 자랐고 우리 신랑도 잘 자랐으니까 내 아이도 잘 자라지않을까 싶은? 아마도 내 삼십대는 내 아이를 낳고, 키우다 사십대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한다.



막연하게 그려보는 내 사십대는 땅에 단단하게 뿌리 내린, 그 시절 우리 엄마와도 같은 ‘어른’이었는데, 정말... 정말 그럴까? 나는 흔들리지 않는 사십대가 되어있을까?



 



이미 사십대를 지난 우리 엄마도 많이 흔들렸을까? 그때마다 어떻게 다잡았을까, 무엇으로 위로받았을까, 수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책 속의 저자는 딸아이가 던진 한마디 한마디에 위로를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 내가 책에서 정말 멋진 말을 읽었는데 인생은 물 흐르듯 흐르는 거래. 그래서 아쉬워할 필요가 없대. 눈 때문에 이모랑 석준이가 못 와서 아쉬웠지만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대신 눈이 왔잖아“ p 040



아무것도 아닐 것에서 쓸모를 발견하는 아이의 마음이, 그것을 주워 든 아이의 손이 엄마처럼 나이 먹는다고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건 아마도 부모의 욕심이려나? p 079




나는 저만할때 엄마에게 어떤 말을 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당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그때의 엄마에게, 어린 내 한마디가 상처가 아닌 위로가 되었길 바랄 뿐이다.



누구도 다시 엄마가 되어 있을 거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대부분 결혼 이전의 삶이 지속됐을 거라고 했다. 밥벌이를 하고 좋아한하는 일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해서 벗어났던 그 삶을 이어왔을 것 같다고. 내 차례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정을 해봤다. 과연 내게 결혼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p 068




조금은 먹먹한 문장이었다. 난 엄마의 청춘을 갉아먹고 이렇게 컸다(물론 아빠의 청춘도 갉아먹었다). 하지만 난 이렇게 멀쩡하게 제 밥그릇을 챙길 줄 알고, 제 스스로 인생을 사는 건, 내 스스로 잘 컸기 때문에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항상 그랬다. 심지어 결혼하고 나서도 그랬다. 참으로 뻔뻔해도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을까. 어디까지나 엄마가 본인의 청춘을 희생했기 때문에, 엄마의 청춘을 내 자양분으로 삼았기 때문에 이렇게 멋지게 클 수 있었는데 말이다. 



엄마가 내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어쩌면 엄마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엄마의 어릴적 꿈이었던 서점 주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다른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었을지도? 하지만 엄마는 나를 선택했다. 그 모든 기회를 저버리고, 나를 선택한 엄마는 나를 키움으로써 그만한 행복감을 얻었을까? 나는 그만큼 엄마를 행복하게 해줬을까?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고 장담하기엔, 잘못한 일이 많다. 만약 우리 엄마가 내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뭘 하고 살고 있었을까?





사십대가 될 미래의 나를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왠걸. 나를 키우기 위해 청춘을 바친,  사십대를 훌쩍 넘긴 엄마가 떠올랐다. 사람은 자기 자식이 생기면, 그때서야 부모마음을 조금은 알게 된다는데. 나도 조금은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