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한 여섯 개의 시선은 ‘오타쿠’, ‘혐한’, ‘뉴미디어’, ‘센고쿠시대’, ‘평화헌법’, ‘일본미’를 향한다. 하나같이 현재의 일본을 읽어 미래의 일본을 전망하는 데 필수적인 주제어다. 이는 각각 대중문화룬, 사상사, 미디어론, 역사, 정치, 문학이라는 렌즈로 조준되어 있다. 각각의 꼭지는 그 단면에서 일본을 잇는 그대로 드러내되, 책의 구성은 그 단면을 하나로 엮어 육면체로 입체회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오타쿠를 보면 현대 일본이 보인다.

우선 1960년대생이 중심인 오타쿠 1세대는 일반적으로 에스에프테 관심이 많고 당시 성장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격적으로 향유한 세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우주전함 야마토》와 《마징가Z》등을 들 수 있다. 1970년대생이 주축인 오타쿠 2세대는 1980년대 거품경제의 수혜를 받은 출판업계와 관련 연상업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 등장한 사람들이다.《기동전사 건담》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고전뿐 아니라 이 당시 발전한 게임기와 게임산업을 향유했고,《주간 소년 점프》등 일본만화의 전성기를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1980년대생이 주류인 오타쿠 3세대는 거품경제의 붕괴를 청소년기에 직접 겪은 세대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체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상징하는 암울한 미래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상실한 오타쿠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사회, 문화 비평의 대상이 되는 등, 주류사회에서 오타쿠 문화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 P36

일본정부는 기존의 전통문화 중심의 이미지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세계의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오타쿠 콘텐츠 및 캐릭터 산업을 일본의 대외전략 및 산업정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이런 흐름의 결과, 일본을 대표하는 오래된 만화 캐릭터인 도라에몽이 명예 외교대사로 임명되는 등, 현재까지 쿨재팬 정책은 지속되고 있다. - P44

-난감한 이웃 일본, 증오의 감정으로는 보이지 않는 모순

반일과 혐한은 서로를 ‘상식과 도덕’이 결여한 집단, 소통이 불가능한 무뢰한으로 취급하지만, 서로를 미워하는 에너지는 같은 주파수에서 나온다. 그들 모두가 정보를 비판적으로 사유하기보다는, 국가/국민/민족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자신들의 이기심과 편파적인 의견을 숭고한 애국심으로 포장한다. - P96

역사인식 부재,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무지, 보수정치인들에 대한 암묵적인 인정, 넷우익이나 재특회 등 우리가 ‘일본시민사회’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대개 우경화하는 일본정치를 직접 투영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언론 탓만도 아니다 .이러한 정치영역과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우경화 경향에 비판적으로 움직이는 시민사회의 대응은 일본 주류 미디어에서도 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 P107

실제로 일본의 사회운동단체와 지식인은 정치인의 망언이나 보수정권의 미디어 장악 시도, 극우단체의 혐오발언과 혐오범죄를 규탄하고 시정을 욕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공중파 방송에서 이들의 요구나 활동을 심도 있게 다루는 경우는 드물다. 방송은 사회적 파급력이 크고 즉각적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여타 매체에 비해 훨씬 더 엄격하게 규제하기 때문이다. - P120

-이토록 낯선 일본의 역사

대게 하나의 왕조는 200년에서 300년에 한 번씩 바뀐다든가, 사서오경을 열심히 공부한 지식인들이 권력을 쥐고 통치하는 등, 우리 역사에서 당연하다고 여기는 일들이 일본역사에서는 당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천년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다스린다든가, 지식인이 아닌 칼을 찬 무사가 다스리는 시대를 상상하기 쉽지 않고, 그러한 존재들로 이루어진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당연히 더더욱 쉽지 않다. - P146

센고쿠시대란 종래의 중앙권력이 약화되어 붕괴해가자, 전국각지에 통치를 위임받고 있던 지방 영주들이 각자 세력을 키워가며 서로 충돌했던, 15세기 중반부터 16세기 말에 이르는 약 150년 동안의 시기다. - P148

막부로서는 250여 개의 번 사이에 평화를 위한 세력균형이 꺠지는 일이 없도록, 혹은 막부의 권위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평소에 적절히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고안된 법이 바로 무가제법도, 즉 다이묘를 포함한 무사들이 지켜야 할 내용을 규정한 법이었다. - P165

근대 이래 끊임없이 서양과 비교하고 서양을 따라잡으려 했던 열등감과 욕망, 모든 어려움의 원인을 남에게 돌리며 이웃침략으로 해결하려던 이기적인 선택등이 이어져, 근대 일본은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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