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우리나라 산사에 대한 관심이 새삼 일깨워진 것을 보면서 산사를 찾아가는 분들의 길라잡이가 되기를 희망하며, 기왕에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소개한 산사 20여 곳을 한 권으로 엮었다. 여기에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대흥사, 부석사, 선암사, 봉정사 답사기가 들어있도 등재되지 않았지만 ‘산사의 미학’을 보여주는 명찰들로 가득하다. 어느 지역을 가든 그곳에 산사가 있으면 내 발길이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어쩌면 산사가 있기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부디 이 책이 산사를 순례하는 답사객의 좋은 안내서가 되기를 희망한다.

"샌님여, 운문사 대웅보전에 모셔진 불상은 비로자나불 맞지예?"

"그렇지. 지권인을 하고 있으니 비로자나불이지."

"그란데 와 대웅보전이라 캅니까? 대웅보전에는 석가모지 모셔진다고 안했습니까?"

"그러니까 우습지. 조선 후기 들어서면 스님들이 계율보다 참선을 중시한다고 불가의 율법을 등한시 했어요. 그 바람에 저렇게 잘못된 것이 많아요. 굳이 해석하자면 본래는 석가모지 집인데 비로자나불이 전세 살고 있는 것이라고 해야 될까 보다." - P269

부석사에는 나로서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둘 있다. 하나는 석룡이다. 절 스님들이 대대로 전하기로 무량수전 아미타여래상 대좌 아래는 용의 머리가 받치고 그 몸체는 ‘ㄹ’자로 꿈틀거리며 법당 앞 석등까지 뻗친 석룡이 있따는 것이다. 이것은 사찰 자산대장에도 나와 있고 일제시대에 보수할 때 법당 앞 마당을 파면서 용의 비늘 같은 조각까지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때 용의 허리 부분이 절단된 것을 확인하여 일본인 기술자에게 보수를 요구했으나 그는 완강이 거부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의 진실성을 의심치 않는다. 다만 그것이 선묘화룡의 전설과 연결되는 것인지 지맥에 의한 건물배치의 뜻이 과장된 것인지, 그것은 모르겠다. - P46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늘상 시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대상이기에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이 학생처럼 ‘나무 하나는 괜찮다’라고 실수 없이 간취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미라는 인공적 아름다움과 문화미라는 정신적 가치는 그 나름의 훈련과 지식 없이 쉽게 잡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은 "아는 만큼 느낀다"고 할 수 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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