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 할 일은 끝이 없고, 삶은 복잡할 때
에린남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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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N년차인 나, 결혼 전에는 집에 빈 공간이 많았고 물건도 많이 었었는데. 어느새 거실, 방할 것없이 물건으로 가득가득 차있다. 더 신기한건 물건을 비우면 비울수록, 더 채워진다. 몇 개월 뒤면 이사를 가야하는데, 이사가기 전에 최대한 짐을 줄이고 싶은데 이거 참. 정말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는 삶을 살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집에 뭔가가 참 많다. 주말마다 봉다리씩 무언가를 버리는데도 말이다. 



이런 타이밍에! 어떻게 하면 미니멀한 삶을 살 수 있는지 궁금하던 찰나에!! 상상출판에서 이 책이 도착했다.


제목부터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미니멀리즘이란, 그저 물건을 적게 사용하는 삶을 사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미니멀리스트는 그저 물건을 적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만을 사용하는 사람이었다.


플라스틱 양념통을 받아왔을 때는 단지 새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득템’한 기분이었다. 서랍장 형태의 통에 설탕과 소금, 고춧가루를 넣으면 되곘다고 구체적인 계획도 짜놓았지만, 슬프게도 플라스틱 양념통 역시 상부 장에 넣어둔 후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p 031



덕심을 자극하는 제품을 봐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견뎌내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2020년 경자년을 맞아 각종 브랜드에서 디즈니와 협업해 미키 마우스 제품을 선보였지만 구경만 했다. 그렇게 꾹꾹 잘 참다가 결국 하나를 구입해버렸다. p 181



우리 집에는 정말 많은 용기들이 있다. 그것도 카카오프렌즈 콜라보 용기들. 상부 장에 아주 가득가득 쌓여있다. 머그컵, 온텀블러, 냉텀블러, 접시 등. 사용은 하지도 않으면서, 수집만 엄청 했다. 근데 또 이렇게 수집한 것 치고, 내가 이렇게 많은 공간을 할애할 만큼, 이 캐릭터들을 좋아하나? 싶으면 그건 또 아니다. 



물건을 비울 때 스스로 해보면 좋은 질문

1)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직도 많다고 느끼는가?

2) 단지 미련이 남아서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3) 같은 아이템을 다시 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해?

4) 나를 위한 물건인가, 남을 위한 물건인가?

5) 이 물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한가?


저자는 물건을 버릴 때, 스스로에게 저 다섯가지의 질문을 했다. 우리집 상부 장에 있는 카카오프렌즈 콜라보 용기들을 바라보며, 저 다섯가지 질문을 나에게 해보았다. 일단 필요한 물건이 과도하게 많다. 텀블러도 사용하는 것만 사용하고, 접시도 사용하는 것만 사용하고, 컵도 사용하는 것만 사용한다. 고로 카카오프렌즈 용기들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내다 버리거나, 팔기엔 솔직히 미련이 있다. 혹시라도 나중에 다시 갖고 싶어질까봐. 그런데 또 이 물건들을 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지는 않는다. 결국! 이 카카오프렌즈 용기들은 나에겐 비울 물건 제 1 순위였다. 하..하하....하....


그 외 나머지 내 수집품들과 책들은 같은 물건은 다시 나오지 않으므로 살 일이 없고, 오로지 나를 위한 물건이고,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에 100% 부합하기에, 비울 물건에서 제외!!!!.........라고 정신승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슬프다.


매번 환절기가 되면 옷을 버린다. 최소 3개월 이상 안 입는 옷, 늘어난 옷, 색이 바랜옷만 골라서 버리는 대도 20L봉다리로 두, 세봉지는 나오는 듯하다. 신랑과 나는 입는 옷만 입고, 옷을 안사기로 참 유명한데, 왜이렇게 버리는 옷은 계속 나오는지. 신기하기 그지없다. 


‘대체 왜지? 이 옷들은 대체 뭐지?’ 라는 생각에 옷을 빤히 쳐다 보고 있으니, 떠올랐다. 지금의 신랑이, 남친이였던 시절. 그 시절 우리가 데이트를 할 때 입었던 그 옷들! 매년 버리려다가도 그 추억에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던, 그 옷들이었다. 결국 지나간 추억에 얽매여, 몇년 째 물건들을 싸짊어다니고 있었다.


이제서야 물건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확실해 졌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절대 나를 대변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물건이 아닌 나 자신을 스스로 기억하고, 추억해야 한다. 그러니까 물건에 너무 많은 감정과 에너지를 내어주지 않아도 괜찮다. p 206


하지만 이제 지나간 추억에 연연하지 않기 위해,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결혼하기 전에, 중/고등학교 교복도 과감히 버린 나인데. 결혼 전 데이트 할 때 입었던 옷들이라고 못 버릴게 뭐가 있을까! 무엇보다 지금 신랑과 나는, 아직도 결혼 전과 다름없이 알콩달콩하는데. 주말마다 짧은 동네산책이라도 나가는데. 매일 매일이 데이트 같은 삶인데 뭐. 고로 과감히 버린다. 그런데 버렸는데도, 옷이 아직도 많네? 이상하네...



 

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삶은 말 그대로 주변에 물건을 최소화 하는 삶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미니멀리즘에 대한 착각을 한 채 살았을 것이다. 그저 물건만 줄이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진정한 미니멀리즘은 나에게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는 것과 함께, ‘쓰레기’도 줄여나가는 삶이라는 걸. 그리고 이 삶은 또 하나의 환경을 살리는 운동이라는 걸.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고, 회사에 텀블러를 들고다니고, 마트에 장바구니를 들고다니며, 출근할 때 에코백 하나로 몇년을 사는 나는, 내 나름대로 환경을 생각한다고 자부했었다. 아..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정말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었다 ㅜㅜ


처음에는 쓰레기가 우리 집, 내 공간,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만으로 할 일이 끝난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내나 버린 물건들의 행선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다시 쓰이기를 바랐지만,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쓰레기로 전락해서 매립된다는 것을 알았다.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p 095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검색해보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알게 됐다.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의 사용과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실 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특히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용기 같이 썩지 않는 소재의 사용을 줄이려는 실천을 말한다. p 096


가방은 무거워졌고, 텀블러는 매일매일 세척해줘야 했다. 우리의 새로운 식수 생활은 생수를 사 먹는 일보다 훨씬 불편했다. 마시고 버리면 끝이 아니라, 손이 많이 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므로 확실히 귀찮다. 하지만 생수보다 보리차가 더 맛 좋다. p 111


우리집에는 정말 곳곳에 플라스틱이 있다. 매주 생수를 사먹기에, 당연히 플라스틱 생수병이 나온다. 화장실에는 플라스틱 칫솔, 플라스틱 용기의 샴푸와 린스.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는 클렌징폼, 하루에도 수어번 사용하는 일회용 랩. 와, 나는 진짜 어쩜 이러지? 난 결국 편리하다는 핑계로 플라스틱 제품을 펑펑 써재끼고 있었다. 결국은 인간이 편리함을 버리고 불편한 삶을 택해야,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당장이라도 저자처럼 물을 끓여마시고, 환경에 프렌들리한 대나무칫솔, 옥수수전분 봉투, 실리콘 랩 사용을 해야할까? 휴. 또 막상 그렇게 살려고 하니 벌써부터 막막하기도 하고. 우선은 생수 사마시는 것을 줄이고, 보리차를 끓여먹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이제는 물건을 집으로 들일 때, 내가 물건을 제대로 쓸 수 있을지까지 생각해본다. 방법은 간단하다. 충동적으로 가지고 싶은 물건이든, 첫눈에 마음이 뺏겨버린 물건이든 간에 우선 이성을 앞세워 이 물건과의 마지막 순간이 어떨지 예상해보는 것이다. p 129


다행인 것은 인터넷 쇼핑을 할 때, 장바구니에 넣자마자 바로바로 구입한느 대신 며칠 묵혀두는 습관이 생겼다는 거였다. 인터넷 쇼핑몰의 장점 중 하나이다. 바로 사지 않는다고 해도 누구의 눈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p 187



이제 물건을 살 때, 다른 건 몰라도 이 두 가지는 꼭 기억해야겠다.


1)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맞는지? 장바구니에 넣고 몇일을 묵혀본다. 구입하지 않고 몇일을 묵혔는데도 사는데 문제가 없으면 살 필요가 없다.

2) 같은 용도의 물건이 더 있지는 않은지? 어차피 쓰던 것만 쓴다.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을 바로 바꾸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비어내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생활방식을 시작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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