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의 모든 봄날들 - 엄마와 함께한 가장 푸르른 날들의 기록
송정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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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흐름출판에서 출간된 한 만화에세이를 보고 펑펑 울었던 적이 있었다. 그 책의 주제는 엄마였다. 그리고 오늘, 난 RHK에서 출간한 에세이 「엄마와 나의 모든 봄날들」을 읽고 또 펑펑 울고 말았다. 읽다가 너무 힘들어서 책을 서너번 정도 덮었다가, 폈다가. 책이 내 눈물에 젖지는 않을까, 조심하면서 겨우겨우 읽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엄마랑 놀러도 잘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로 다니고, 공연도 보러다니고 그래서, 이정도면 난 정말 엄마에게 잘하는 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난 세상 나쁜 딸이었다. 엄마가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는지, 엄마가 제일 좋아했던 책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없었다.


나는 정말 우리 엄마에게 세상 나쁜 딸이었다.



이모티콘을 이모콘티라고 말해서 딸의 짜증을 촉발시킨다. 그 엄마는 요즘은 컴퓨터의 컨트롤 브이와 컨트롤씨도 모른다고 또 딸에게 혼났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딸에게 가나다라를 가르쳐주려고 수백 번 설명해주고, 더하기 빼기를 알려주려고 수백 번 가르쳐주었다. 걸음마를 가르쳐주려고 수천 번 알려주고 한 걸음만 떼도 물개박수를 쳐주셨다. 세상 이치를 알려주려고 수천 번이나 얘기해주시는데 딸은 이모티콘이나 컴퓨터 설명 몇 번에 짜증을 낸다. p 088




시간이 엄마의 얼굴에서 젊음을 가져갔다. 김진호의 <가족사진> 속 노랫말처럼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엄마의 모습에 딸의 가슴이 무너진다. p 066



아, 불과 몇일 전 내 모습이다. 엄마가 이것좀 해달라, 저것좀 해달라 할 때마다 내 반응은 항상 짜증이었다. 정말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처음부터 짜증이 나온다. 엄마는 왜 이런 거 하나 못하냐고 타박은 덤이다. 회사에서 손윗사람들이 저런 질문을 하면 얼굴에 미소를 자동장착하고, 흡사 서비스직처럼 응대를 하는데, 이상하게 엄마가 같은 질문을 하면 난 세상 나쁜 딸이 되었다. 그거 하나 알려주는게 뭐가 어렵다고, 짜증부터 낸다.



우리 엄마는 내 어릴 적, 내 똥기저귀 갈아주고, 내가 궁금한건 하나하나 다 알려주고 그렇게 살아왔는데, 정작 다큰 딸 자식은 엄마의 사소한 질문에도 짜증으로 대답을 하니, 휴. 난 정말 내가 철이 다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철은 개뿔. 아직도 짜증으로 중무장한 철없는10대 사춘기 소녀 저리가라였다. 그런데도 엄마는 이런 나에게 짜증은 커녕, 내가 저녁먹으러 간다고 하면 뭘 먹고 싶냐고 먼저 물어본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엄마는 항상 날 위해 살았다. 날 위해 본인의 젊은 날을 다 썼다. 나는 엄마를 위해 무엇을 했나. 사회에 나가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결혼을 한 게 내 딴에는 엄마의 자랑거리라 생각했는데, 이 모든 건 그저 나를 위한 행위였지 엄마를 위한 행위는 아니었다.




 


못난 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찍은 사진은 꽤 많다. 결혼한 이후에도 엄마랑 둘이서 공연도 자주 보러 갔고, 나들이도 꽤 다녔으니까. 심지어 엄마 아빠랑 같이 여행도 자주 다녔다. 심지어 올 여름도 엄마 아빠와 함께 여름휴가를 계획중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난 엄마와 여행에서 착한 딸이었나? 엄마랑 같이 다니기는 했지만, 엄마가 원하는 걸 하기보단 내가 원하는 것만 했던 것 같다.



여행지는 어디든 좋다. 발 닿는 데로 가서 팔짱 끼고 걸으며 끝없이 수다를 떨면 된다. 무뚝뚝한 딸이라 미안하다고 속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엄마가 내 엄마여서 행복하다는 고백도 해본다. 엄마는 내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고, 내가 엄마를 예쁘게 찍어주고, 이 골목 저 골목, 알려지지 않은 길을 걷다가 식당에 들어가기도 하고. 실수 좀 하면 어떤가. 엄마인데, 딸인데 ……. p 061



언제나 엄마는 내가 하자는 대로 했고, 내가 가자는대로 갔으며, 내가 먹고싶은 것을 먹으러 갔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되면 바로 짜증을 내는 딸이었기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엄마라서 그랬을까? 아니, 엄마는 그저 딸과 같이 다니는 이 시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딸이 하자는대로, 딸이 가자는데로 다녔다. 못난 딸은 그저 내가 좋아하는 건, 엄마가 다 좋아하는 거라는 착각했을 뿐. 하지만 알면서도 난 앞으로도 엄마와 시간을 보낼 때, 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거라면, 다 좋아할테니까!’ 라는 착각을 계속 한 채로..




 



정말 다행인 사실은, 이 책의 저자는 엄마를 멀리 떠나보냈지만, 아직 내 곁에는 엄마가 있다. 아직 엄마와 함께 할 시간이 길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난 애교는 커녕 애정표현도 없는 딸이라서 엄마한테 살가운 소리 한번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살가운 소리를 하기 보다는, 엄마가 하고 싶은 일들을 같이 해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게 뭔지 지금까지도 잘 모르는 못난 딸이니까, 지금이라도 엄마에게 ‘엄마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달라고 말해보면 어떨까 싶어졌다. 그렇게 ‘엄마의 버킷리스트’를 차곡차곡 하나씩 해나간다면, 어떨까?



 딸은 사실, 엄마의 아기 캥거루이고 싶다. 딸 옆에 엄마가 없으면 행복이라는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엄마가 딸에게 그러하듯 딸도 엄마에게 바라는 건 금은보화가 아니다. 엄마가 돈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옆에서 잔소리도 하고 도닥여주고 못난 딸 예쁘게 봐주면, 그러면 된다. 그러니 세상의 엄마들은, 딸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 p 048




저는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났을까요?

엄마가 우리 엄마라는 사실은 제 인생 최고의 행운입니다.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해주신 신께 감사합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고통스러울 때마다 다시 힘을 냅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눈물이 날 때마다 차라리 웃어봅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무릎이 꺾일 때마다 주먹 쥐고 일어납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땅을 보는 시선을 들어 하늘을 봅니다.

내 삶의 이유, 내 삶의 힘, 내 삶의 배경인 우리 엄마. p 192


내가 말 안해도 엄마는 당연히 다 알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이 포스팅을 보고 계실거라 생각하지만,

평소에는 표현도 없는 딸이지만, 엄마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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