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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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방사수하는 TV 프로그램 중 JTBC 『차이나는 클라스』라는 방송이 있다. 이 방송에서 얼마전에 다뤘던 주제가 바로 ‘공룡’이었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봤는데, 세상에나. 차클로 공룡에 대한 호기심이 뿜뿜하는 상황에서, 흐름출판에서 출간 된 『공룡사냥꾼』 이라는 책을 읽을 기회가 주어졌다. ‘공룡’을 주제로 하는 책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책에 대한 기대감도 뿜뿜!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공룡화석을 훔진 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 남성’이다(심지어 논픽션, 실화!!). 여기서 중요한 사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정말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그저 공룡화석을 훔진 한 남성의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공룡 화석’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밀수·박물관·수집·화석 등을 시작해서, 전혀 연관이 없을 것만 같은 자본주의·민주주의·냉전시대·중국 천안문사태·할리우드·몽골의 정책, 거기다 경매와 행정적 규제까지. 와, 이건 정말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들이 자꾸 등장해서, 집중력이나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화석사냥꾼으로 살아온 에릭, 그는 어릴 때부터 화석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아주 어릴 적 해변가에서 오래된 상어 이빨을 발견했을때, 이미 그때부터 에릭의 미래가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에릭은 명실공히 성공한 화석사냥꾼이 되었다. 그는 고생물학과 관련된 전문적인 길로 들어가 책상머리에 앉아있는게 아닌, 현장에 나가서 직접 발굴하고 만지는 것을 원했고, 그에 부합하는 직업이 바로 화석사냥꾼이었다. 하지만 에릭은 자기의 일에 자부심이 있었다. 학계에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 인류 역사에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 말이다. 그래서 에릭은 발굴한 화석을 박물관에 대여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에릭은 그가 파낸 프룩스빌 화석 일부를 박물관에 대여했고, 1년 후에 그가 대여품을 찾으러 갔을 때, 그 물품에는 등록 번호가 붙어 있었다. 그가 발견한 표본 하나는 다른 직업 사냥꾼 앞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에릭은 FMNH 과학자들이 그를 심각하게 위법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 이유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과학자들은 브룩스빌 현장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에릭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에릭은 분노했다. P 102



화석사냥꾼이란, 화석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고생물학자같은 부류가 아니다. 말그대로 화석을 발굴한 뒤, 멋지게 복원하여 타인에게 파는 것. 화석발굴&화석판매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화석사냥꾼들을 향한 학계의 시선은 비판적이다. 화석을 연구가 아닌 상업적인 이유로 판매하는 것이나, 비과학적인 조건에서 수집하는 점, 불법적으로 발굴해서 소유하고 있는 점 등을 지적한다. 반면 화석사냥꾼들은 그런 학계에 이렇게 말한다. 화석사냥꾼이 발견한 화석 덕분에 학자들이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며, 박물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것 이라고.



화석사냥꾼들이 화석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에 제일 분노하는 학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본인들 역시 화석을 ‘구매’한다. 그것도 화석사냥꾼들에게서. 본인들이 제일 극혐하는 ‘화석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석사냥꾼들을 비판을 하는게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었으면, 본인들 역시 상업적으로 구매하지 말아야 했다. 스스로 현장에 나가서 화석을 발굴하는게 옳았다. 하지만 그런 땀흘리는 행동은 하지 않고, 그저 화석사냥꾼들이 발굴한 화석을 ‘구매’하면서, 그러한 행위를 비판하는 모순. 적어도 ‘화석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이유로 화석사냥꾼을 비판할 권리가, 현장에 나가지 않고, 직접 발굴하지 않는, 책상머리에만 앉아있는 학자들에겐 없는게 아닐까.



 적어도 이 책에서 나온 몇몇 화석사냥꾼들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타인이 발굴한 화석을 구매하여 연구하는 학자들보다 더욱 고생물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화석사냥꾼들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 그들도 에릭을 비롯한 여러 화석사냥꾼들처럼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거나, 밀수도 하는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건 맞으니까. 다만 한가지 면만 보고 화석사냥꾼은 범죄를 저지르고, 학자들은 연구를 한다고 보는 관점은 조금 위험하다고나 할까? 이런 상황을 비판하고자 한다면 화석들이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상황을 만든, 자본주의가 만든 이런 사회를 비판해야하는 게 아닐까?



맥도날드사와 월트디즈니가 시카고의 필드 자연박물관에 티라노사우루스 수를 구매해주기 위해 팀을 구성했다. 어느 신문은 시카고가 “‘다 베어스’와 ‘다 불스’에 ‘다 본즈’”를 추가하기 위해 대체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급하게 될지 궁금해했지만, 이제는 모두가 그 대답을 알고 있다. 구매 희망자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가격은 전례없는 엄청난 금액인 836만 달러에 이르렀다. 윌리엄스는 세금을 대답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760만달러에 팔기로 했다. 나중에 스미스소니언의 커크존슨은 “그들이 수(티라노사우루스 수;공룡 뼈 화석)를 판매한 그날부터 화석은 돈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P 099



많은 공룡 뼈 화석이 발견되는 미국, 자본주의의 대표국인 미국에서는 사유지에서 발견한 모든 것을 개인이 직접 수집, 판매가 가능했다. 그래서 에릭같은 사람들이 생업으로 화석사냥꾼을 할 수가 있었다. 말 그대로 사회가 허용했기 때문에. 문제는 미국이 아닌 나라, 몽고였다. 뜬금없이 왜 몽고냐고 하면, 몽고 고비사막에서 공룡 뼈 화석들이 왕왕 나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이 책에서 주요 사건으로 다루고 있는 공룡 화석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 일명  T.바타르도 있었다.



미국 답사 대원들은 곧 고비사막이 3년간 연장 가능한 답사 계약을 맺어도 좋을 만큼 충분히 유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발굴한 화석은 몽골의 재산이지만 연구를 위해 뉴욕에 가져갈 수 있다는 조항에 모두가 동의했다. P 216



몽골에서는 공룡 화석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가 없었기에, 에릭을 포함한 많은 화석사냥꾼들이 몽골의 화석을 미국으로 들여오곤 했다. 물론 이게 또 완전 합법은 아니고, 흔히 말하듯 교묘하게, 우회적으로 들여온 것이다. 말 그대로 밀수라고나 할까? 합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위법도 아닌, 하지만 그래도 뭔가 뒤가 구린? 뭐라고 규정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랄까. 이렇게 밀수인듯 아닌듯 애매한 부분을 몽골의 대통령 엘베그도로지가 지적했다.



“몽골 대통령은 몽골의 재산일지도 모를 T-렉스 화석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P 308



언뜻 보면, 자국의 문화유산의 밀수를 우려한 대통령의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실상 아니다. 당시 몽골의 정치 민주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이 모든일, 그러니까 엥흐바야르의 수치스러운 체포, 인권에 대한 미국의 훈계, 고착된 부패, 광산업과 관련된 논란, 치솟는 인플레이션, 엘베그도로지의 당이 6월 총선에서 승리하고 2013년에 대통령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력, 일부 서방 외교관들 사이에서 몽골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 등이 T.바타르가 경매에 나가기 직전에 일어난 것이었다. 엘베그도로지에게는 승리가 필요했다. P 335



엄밀히 따지면 공룡 화석의 밀수사건이라 일컬어지는 이 사건의 시작은 몽골의 정치권이었다. 그렇다고 에릭이 몽골의 공룡 화석을 미국으로 가지고 와 판매하려고 한 것을 두둔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 사건이 수면위에 올라오게 된 건 자국의 ‘문화유산 보호’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정치적 승리를 위함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공룡 뼈 화석 밀수(거래? 경매?)는 순식간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경매에서 판매되려 했던 공룡 뼈였기에, 미국 연방정부도 이 사건에 참전했다. 그렇게 에릭이라는 화석사냥꾼의 인생은 끝이났다(형량은 6개월 징역형) . 이후 에릭 프로코피라는 이름은 국제 화석 밀수와 동의어가 되어버렸다.



그의 유죄 판결에서 판사는 이런 말을 했다.​



“(에릭)프로코피 씨는 특별한 사람입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따르지 않는 지식 분야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가 그 분야를 따르고 그것을 위해 시장을 창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화석 연구에서 중요합니다. 또한 화석 연구는 지구에서 우리의 삶과 우리의 근원에 관해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따라서 그 점에 있어서 그는 칭찬받아야 합니다. ”


그러나 사회에서는 신뢰와 정직이 중요하다고 판사는 말을 이었다.


“그 점은 프로코피 씨가 평생 종사해온 분야와 관련해서 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사실상 역사의 희소성으로 먹고살았고, 그 명성에 참여함으로써 실은 그 역사뿐만 아니라 그 역사를 제공하는 국가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도 자신을 헌신해왔습니다.” P 393




에릭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판사는 에릭이 밀수를 저질렀을지언정, 그의 행동 결과가 나쁘지많은 았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니까, 위에서 화석사냥꾼들이 이야기하던 ‘화석사냥꾼이 발견한 화석 덕분에 학자들이 연구를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애초에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다는 자본주의의 논리처럼, 공룡 화석 역시 학자들이나 박물관, 심지어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까지 이러한 화석들을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면 에릭같은 화석사냥꾼도 탄생하지 못했다. 어쩌면 화석사냥꾼인 에릭도, 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일종의 피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는 했다(물론 밀수를 옹호하는 건 절대 아님, 오히려 밀수 극혐!).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에 나오는 수 많은 사람 중에서 문화유산으로써의 ‘공룡 화석’을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본격적으로 화석사냥꾼 활동을 시작했던 젊었을 적 에릭이나, 1세대 화석사냥꾼인 메리-애닝 정도랄까. 그 외의 사람들, 내지 정부기관은 오로지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였다. 때로는 정치적으로, 때로는 자본주의적으로, 때로는 학술적인 이유로 움직였다. 그래서 뒷맛이 조금은 씁쓸했다. ‘공룡화석’이라는 인류의 문화유산을 둘러싸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만 활동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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