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나’가 살아가는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다. 매일 매일 뒤에서 누군가를 욕하고, 앞에서는 웃는 세상. 나에게 그 어떤 부정적인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온라인 세계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악플을 달고 욕하는 세상.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수 많은 타인을, 재물로써 밟고 올라서야 하는 폭력적인 세상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찜찜하다. 우리들이 한번 쯤은 했을 법한 나쁜 생각들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나’를 보며, 나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살아가는 ‘나’를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영악하게 살지 못하고 호구처럼 살지?라고 반문하는 내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슬펐다. 이렇게 살아야만, 세상에서 살아남는 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어서....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불행을 바란다. 그것은 진실이다. 어쩌면 세상에 대한 유일한 진실이다.

김지영 선배는 미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했다.

좀 더 정확하게 서술하자면,

사람들은 누군가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바란다.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커튼 삼아 자신의 방에 짙게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를 가리고자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식인하는 종족이다. 일단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윤리와 감정에 앞서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세상은 먹고 먹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내가 너를 잡아먹지 않으면, 네가 나를 통째로 집어 삼킨다. 조심하고, 또 경계하라.

누군가 나에게 성공한 식인종으로서, 예비 식인종들에게 해줄 말, 나누어줄 지혜 같은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할까? 하하! 솔직히, 사람을 잡아먹는 데 지혜 따위 필요 없죠. 그리고 식인종이 뭐 특출난 종족이 아니다. 식인종 또한 식인종에게 잡아먹힌다. 세기의 식인종도 다른 식인종에게 잡아먹히는 순간 쫑 나고 마는 것이다. 그게 다다.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무지런히 머리를 굴리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게 전부예요, 여러분

내 말은, 아돌프 히틀러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부자나 카사노바가 되라는 뜻도 아니다. 그저 아주 평범한 수준에서, 아주, 소박한 수준에서의 삶의 안락함과 편리함, 매일매일의 안전과 기쁨에 대해서 나는 말하고 있다. 알다시피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별다른 큰 욕심도, 대단한 야심도 없다. 나는 오직 지금과 같은 수준의 안락함,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삶, 그 안의 행복을 바란다. 그것이 나쁜 바람인가? 왜?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요구다. 바로 그런 상식적인 수준의 인생을 위해서 이따금 타인들을 사용하는 것을 겁내지 말라는 것이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좀 더 정확하게 서술하자면, 사람들은 누군가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바란다.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커튼 삼아 자신의 방에 짙게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를 가리고자 한다.

나는 앞으로 아주 잘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내 인생은 앞으로도 잘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하여, 세간의 소문과 달리 인생에 교훈 따위 없다는 것. 인생은 교훈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0. 제로.

없다.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가 응시하는 이 텅빈 허공처럼 완벽하게 깨끗하게 텅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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