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의 시대 - 펭수 신드롬 이면에 숨겨진 세대와 시대 변화의 비밀
김용섭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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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나의 힐링 캐릭터는 ‘펭수’다. 그 어떤 캐릭터를 좋아할 때 보다, 어쩌면 조금 더 광적으로, 혹은 한 연예인에 빠진 것 처럼 펭수가 나오면 그 자리에서 멈추고, 펭수 굿즈가 나오면 냉큼 지갑을 열고, TV를 키면 EBS로 채널을 돌린다. 그런 나에게 『펭수의 시대』라는 제목의 책은 당연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책에 눈길이 가는 것과, 그 책을 집어서 읽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그저 펭수 때문이 아니다. 이 책은 펭수를 분석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펭수를 지지하는 수 많은 펭클럽, 그 중에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한다.


예전에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한 책으로 꽤 유명한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읽었었다. 책 전반을 메우는 밀레니얼 세대는 꽤 흥미있는 주제였고, 내 상황이나 위치와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내 스스로 선택한 경제/경영 도서 중에서 정말 만족스러웠다. 그 기억이 있었기에, 『펭수의 시대』를 읽는 데도 주저함이 없었나보다.


물론 책을 읽기 전 까지는, ‘책 판매를 위해 펭수 이용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도 있긴 했다. 펭클럽으로써 이런 걱정이 없었다면 그건 펭클럽자격도 없는 것일테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펭수를 이용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책을 판매하기 위해 나쁜 쪽으로 이용한 게 아니라, 정말 밀레니얼 세대분석과 시대분석을 펭수와 접목하여 영리하게 이용하였다.


자 이제 여기서 문제는, 내가 이 책을 읽은 후기를 쓰는 데에 있다. 나는 누가 뭐래도 펭클럽인데, 펭클럽으로써 후기를 쓴다면 그저 그런 펭덕의 감상문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이 책의 후기를 쓰는 잠시 잠깐 동안은 펭클럽이 아닌, 현재를 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로 쓰려 한다.



펭수 ‘신드롬’. ‘신드롬’이란 어떤 것을 좋아하는 현상이 전염병과 같이 전체를 휩쓰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펭수 신드롬은 가히 놀랄만하다. 현재 핫한 스타라는 BTS 조차도 이렇게 짧은 순간에 폭발적으로 인지도를 받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대체 사람을은 왜 펭수에게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아,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잔소리하지 마세요. -펭수



일명 안티꼰대다. 이제 막 사회에 말을 디딘 밀레니얼 세대가 마주한 사회는, 일명 꼰대라 부르는 기성세대가 장악한 사회다. 능력이 따라 대우를 해주는게 아닌, 나이와 사회에서 구른 연차, 직급에 따라 대우를 해주는 사회, 그게 바로 지금의 사회다. 불합리한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보기에, 이토록 불합리한 게 또 있을까? 나는 일을 하기 위해 회사에 들어왔는데, 이 회사에서 나에게 시키는 건 정당한 업무가 아니라 ‘명령’이라니. 이 얼마나 황당한가. 그 ‘명령’에 견디지 못해서 퇴사를 하면 ‘이래서 요즘애들이란 쯧쯧’이라는 오명을 쓴다. 그렇게 기성세대가 보는 밀레니얼 세대는 그저 쉬운 일만 찾는 ‘요즘 애들’이 되었고, 밀레니얼 세대가 보는 기성세대는 ‘꼰대’가 되어버렸다. 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이렇게 꼰대가 지배하는 사회는 당연히 지금의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았다. 헌데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우리가 말하는 기성세대 역시도 20~30년 전에는 드럽게 말 안듣는 ‘요즘 애들’이었다. 요즘 애들이었던 그들이 불과 20~30년 만에 초심을 잃고, 꼰대가 된걸까? 아니, 그건 아니다. 꼰대 사회가 되어버린 건, 앞선 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에 그저 순응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전 세대, 전전세대, 전전전세대 모든 기성세대들이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게 반세기를 변화하지 않고 잘 흘러왔는데, 밀레니얼이라 불리우는 세대가 그 순응을 거부하고 변화를 선택했다. 아주 당연하게 순응하는 삶을 살았던 기성세대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저 변화를 선택한 밀레니얼 세대, 그들은 잘못되었음에도 바로잡히지 않던 것들을 바로 잡으려 했을 뿐이고, 순응을 택한 기성세대들은 이에 발끈하여 꼰대가 되었을 뿐이다. 


펭수를 2030 밀레니얼 세대가 적극 지지하는 것은 펭수의 외모 때문이 아니고 펭수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듯 거침없이 사회와 기성세대에 바른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P 028


2020년 1월 초, 펭수는 ‘펭수의 고향 남극으로’라는 에피소드에서 “새해를 맞아 고향에 감. 카톡 안받아요” 라는 메모를 남기고 사라진다. 펭수를 찾아간 제작진이 다음 날 촬영인데 갑자기 사라지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내일이 촬영이잖아요? 저 오늘 월차 냈습니다.”하며 당당히 휴일에는 카톡하지 말라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휴일에 연락하면 지옥 갑니다.”, “일도 쉬어 가면서 해야죠.” 라며 사이다 발언을 이어간다. 이런 발언을 속 시원하게 여기는 2030세대가 많다는 것은 아직도 현실 직장에서는 이런 말을 당당히 하지 못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P 150


참 서글프지만 대부분의 직장이라면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린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휴가를 썼어도, 회사에서 최소 5회 이상은 연락이 온다. 심지어 주말에도 연락을 받는 게 빈번하다. 하지만 전화를 한 동료에게 펭수처럼 사이다 발언을 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불이익을 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책에서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변화를 선택하고, 불합리한 것을 바로 잡는 세대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저 꼰대들에게 “넵-” 이라고 대답하는, 넵무새가 되어버릴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처럼 ‘이건 잘못된거에요’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에게, 펭수라는 존재는 닮고 싶은 존재이며, 대리만족 하게 해주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펭수에게 열광한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른이고가 중요한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거에요. - 펭수


펭수가 이야기 하는 건 안티꼰대만 있는 건 아니다. 남극출신 펭귄 답게 환경/기후 문제를 이야기한다. 본인 스스로 남자도, 여자도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에서 펭수의 가족사진이라며 엄마,아빠,펭수,동생 4인 가족사진을 보내주자, 자기는 동생이 없다고 한다. 즉, 기존 우리나라에 뿌리내리던 고정관념들을 하나하나 깨트리고 있는 것이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펭수는 현 시대에 사회문제로 떠오른 모든 이슈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펭수가 글로벌 스타가 되려면 환경이나 젠더, 윤리 이슈에 좀더 투자해야 한다. 한국에서 펭수가 사랑받은 결정적 계기가 안티꼰대였다. 갑질과 꼰대 문제 같은 사회적 이슈를 재미있게 풀어내며 공감을 샀던 것이 2030세대에게 사랑받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는 환경, 젠저, 윤리, 불평등 문제다. 오래전부터 있던 문제였지만, 기성세대가 상대적으로 외면헀던 이슈였고 그 결과 양극화는 더 심각해져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환경문제는 시대의 상식이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과거와 같은 시각으로 환경문제를 보지 않는다. 글로벌 10~30대, 즉 MZ 세대의 공감과 함께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도 펭수는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그동안의 펭수는 빨리 배우고, 적응하고, 변화를 받아들여 왔다. 그리고 앞으로의 펭수에게 기대하는 점도 이것이다. 펭수의 진화가 결국 글로벌 스타로서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 줄 무기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P 241


이 책의 저자는 펭수가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더욱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펭수의 인기가 더 길게 갈것이며,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 할 거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을 사는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써 본다면 이 의견에 매우 동감한다. 지금까지 유명한 스타들이 선한 행동을 하면, 일종의 선한 영향력이 생겨나 팬들 역시 선한 행동을 하고는 했다. 대표적인 예가 ‘기부’다. A라는 연예인이 기부를 하니, A의 팬들까지 따라서 기부를 하는 그런 현상 말이다. 같은 맥락으로 남극에서 온 펭수는, 남극 빙하가 녹는 것을 슬퍼하고, 남극 친구들을 도와달라고 한다. 펭수를 지지하는 펭클럽들은 그런 펭수를 따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에코백을 사용하는 등 펭수와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펭수가 이러한 사회 문제를 계속 이야기 한다면, 펭수를 지지하는 수 많은 사람들은 펭수를 따라 동조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펭클럽으로써 본 이 의견은 펭수에게 조금 가혹하다. 이 모든 사회 문제는 우리가 만들어 온 문제이다. 그렇기에 사회 문제는, 문제를 만든 우리가 해결하는 게 맞다. 누군가가 나서서 행동해야 하는거다. 그러나 아무도 행동하려 하지 않는다. 이건 기성세대를 포함하여 밀레니얼 세대인 우리도 똑같다. 누군가는 행동해야하는 데 아무도 하지를 않으니, 행동하는 그 역할을 펭수에게 강제하는게 아닐까? 그저 우리 만족하자고 그 족쇄를 펭수에게 넘기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펭수가 이러한 사회 문제들을 다루어야만, 지금 보다 더 글로벌한 스타가 될 수 있는걸까? 


지금까지 이런 사회문제를 침묵했던 사람으로써, 펭수를 지지하는 사람으로써, 펭수에게 이런 족쇄를 씌워야만 한다는 의견에 동조해야만 한다는게 슬플 따름이다.



이 책이 펭수 신드롬을 현재 밀레니얼 세대에 접목하여 분석하는 책이란 건 위 이야기로도 확실히 알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무거운 이야기만 담고 있는 건 아니다. 경제/경영도서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펭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찰한다. 심지어 펭귄으로써의 펭수를 연구한다. 이 책에서 소소하게 웃을 수 있는 부분이다.


오디션 영상에서 펭수는 남극에서 저가 항공을 타고 스위스에 불시착해 요들송을 배웠고, 스위스에서 헤엄쳐서 인천 앞바다까지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스위스에서 인천공항까지 비행기로 직선거리가 9,000킬로미터 정도다. 하지만 물길을 따라오면 지중해와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지나고 홍해 ,아덴만, 아라비아해, 남중국해를 거치는 동선이 최적일 것이다. 이렇게 해도 1만 4,000~1만5,000킬로미터는 된다. 이 정도의 장거리를 헤엄치는 것이 가능한 펭귄은 황제펭귄이 아니라 아델리펭귄이다. 아델리펭귄은 이동기가 되면 약 1만3,000~1만 7,000킬로미터의 바닷길을 헤엄치기도 하고, 귀소본능이 탁월해 비행기를 태워서 4,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떨어뜨려도 10개월 후 원래 살던 곳으로 찾아간다. (중략)

하지만 일부 펭귄은 야생 상태에서도 50년까지 살았다는 기록도 있고, 동물원이나 사육 시설에 있는 펭귄의 경우 야생 펭귄보다 수명이 길다. 펭수는 인간 세계에서 살고 있는 설정이기에 야생 상태에서보다 수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한국의 미세먼지를 비롯해 환경오염 문제, 연예인으로서 펭수가 겪는 스트레스, 펭귄 무리와 떨어져서 홀로 살면서 겪을 외로움 등을 변수로 계산할 수는 있겠다. P 056 ~ 057


펭수는 자이언트 펭귄이기에 당연히 황제 펭귄이라 생각했던 펭클럽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드려 팬다. 저자는 펭수(와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하기 위해서, 정말 펭수의 모든 것을 공부했다. 뿐만 아니다. 요즘 열일하는 펭수 과로를 지적하며 ‘번아웃 증후군’을 걱정하기도 한다. 어쩌면 저자도 펭수의 세계관에 흠뻑 빠진, 펭클럽이 된 건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든다. 시작은 책 집필이었으나, 그 끝은 펭클럽이랄까.


느낌적인 느낌상, 이 책은 『90년생이 온다』 처럼 여러 회사의 독서통신 교재로 등장할 것 같다. 어쩌면 몇 달 이내에 우리 회사 북클립 도서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작년 한 해동안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한 책은 정말 많이 쏟아졌지만, 『90년생이 온다』 만큼 확 와 닿는 책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참으로 영리한 책이다.


 그건 그렇고! 우리 펭수가 이런 경제/경영 도서의 메인으로 설 만큼 돋보적인 존재가 되었다니, 펭클럽으로써 그저 뿌듯하고 또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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