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버그 -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
맷 매카시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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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항생제 내성을 가진 슈퍼버그의 출현

슈퍼버그는 1960년대 이전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고, 1990년대까지도 산발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사들의 잘못된 항생제 처방 관행과 함께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상업적 농업이 박테리아들에게 우리의 소중한 약품들을 노출시켰고, 그 결과 박테리아들은 그 약효를 무력화시키는 법을 알아냈다. 다시말해 인간에게 치명적인 감염의 주요인인 슈퍼버그가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P 012


동물에게 항생제를 무분멸하게 쓰는 관행은 슈퍼버그의 출현은 주요인 중 하나였다. 동물 안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약물들에 노출되면서 그것들을 피할 방법을 학습하는 까닭이다. 최근 18개월 주에서 100명 이상에게 발병한 감염의 최종 원인은 예기치 않게도 강아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염된 개들 거의 전부가 애완동물 가게에서 팔린 것들이었고, 최소 한 차례 항생제를 투여 받은 이 개들 속에 살던 치명적인 슈퍼버그가 새 주인에 옮겨간 것이었다.  P 172


대다수 항생제와 달리 메로페넴은 항생제 분해 효소에 강한 저항력이 있어서 심한 감염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생제 중 하나다. (중략) 그러나 그의 소변에서 추출된 박테리아는 의사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메로페넴을 파괴할 수 있는 효소를 가진 박테리아였다. 참담한 사태였다. 그건 박테리아가 환자와의 줄다리기에서 또다시 이기고 있다는 신호였다. 만약 박테리아가 메로페넴에 완전히 내성이 생긴다면 매년 수 만 명이 죽을 것이다.  P181


가벼운 감기 때문에 제조 약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본 적이 있을 거다. ‘내 약에 항생제가 들어있으면 어떡하지?’라는 그러한 생각 말이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두눈 부릅뜨고 약봉지를 보면서 항생제가 있으면, 빼낸 적도 여러번 있었다. 회사에서도 병원 제조약에서 항생제를 빼고 먹는 동료들도 여럿 보았다. 뿐만 아니다. 항생제 내성이 두려운 엄마들이 ‘안아키’라는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만들기도 했다.


항생제는 인간에게만 사용된 게 아니다. 동물들에게도 무분별하게 사용했다. 어떠한 동물은 가축으로 길러져, 인간들의 식탁에 올랐다. 또 다른 동물들은 인간의 반려동물로 키워졌다. 가축이든, 반려동물이든 그들이 먹는 사료 속에도 항생물질이 들어 있었고, 인간의 식탁도 항생물질에 찌들어졌다. 그렇게 항생물질이 우리의 생활을 점령하였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항생제에 계속 노출된 박테리아들은 진화했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거다.


인간을 살리기 위해 사용한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이, 정작 인간을 죽이는 박테리아를 진화시켜버린 것이다. 진화한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서는, 더 강한 항생제가 필요하게 되었고, 더 강한 항생제는 또 더 진화한 박테리아를 만들어냈다. 이 악순환 속에서 정작 우리 인간들은 매우 강한 항생제 치료로 인해 죽어가거나, 혹은 죽이지 못한 박테리아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다.



2. 항생제 연구, 개발, 제조의 제약.

궁극적인 문제는 많은 항생제의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수준에서 신약의 생산과 시판 단계까지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며 거기에는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비아그라 같은 약을 만들어낸다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므로 그 비용이 정당화된다. 그러나 항생제의 경우 몇 가지 특성 때문에 이윤이 적다. 항생제는 대체로 환자가 아플 때만 단기로 처방되며, 훌륭한 새로운 항생제라도 머잖아 그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게 된다. 항생제 내성은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생긴다. P 039


페니실린이 처음으로 시판된 뒤로 2세대가 지나면서 수억명의 생명을 구했는데 지금에 와서 전 세계적으로 재고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쉽게 믿기지 않는다. (중략) 페니실린의 유효 성분을 생산하는 회사는 오직 4개 뿐인데, 중국과 호주에 본사를 둔 제조사들이 이윤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생산 수준을 낮게 유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P 103


환자들에게는 이런 약들이 필요했지만, 시장은 그것들을 감당하게 설계되지 않았다. 누가 한 알에 1,000달러 또는 그 이상을 지불할 것인가? (중략) 일반적으로 신약 제조사들은 특허권을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이전하지 않는 한 복제약 제조사들과 경쟁하기 전에 12년에서 15년간 판매 독점권을 갖는다. 하지만 복제약 제조사들이 생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특허가 만료된 후에도 가격이 오를 수 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항생제 10종 중 1종이 경쟁 부재로 인해 가격이 90%인상됐다. P 211


임상시험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많은 조치가 있었지만 내 연구처럼 환자들이 어떤 실험적 약을 투여 받는지 알고 있는 공개 임상시험에도 장애물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즈음 나는 그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개최되는 회의에서 동료 의사들은 임상시험 대상제 배제 기준이 너무 엄격해졌고, 효중성 백혈구 감소증과 장기부전, 패혈증 같은 배제조건이 임상시험이 필요한 환자들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매번 불평했다. 임상 연구의 개정적 고려사항을 읽으면서 따분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항생제 연구가 너무 복잡해지고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P 280



우리의 슈퍼버그 연구는 대부분 항생제 개발과 임상시험에 초점을 두지만, 진단도 그만큼 주요한 역할을 한다. 더 나은 검사는 더 정확한 진단을 의미하며 결국에는 더 정확한 항생제 처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계속해서 불필요한 약에 노출되며, 이는 진단이 불확실할 때 주로 발생한다. 우리는 훌륭한 진단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의문을 제거하고 의사들이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을 때 항생제를 중단시킬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비용을 대야 한다. P 316


1차 세계대전이 한창 일 때, 패혈증 등 감염증에 걸려 사망한 환자들을 보며 끈임없이 감염 치료법을 연구했던 플레밍은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1차 대전에 참전한 도마크는 화합물 혼합만으로 항균작업을 하는 ‘KI-695’ 라는 화합물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과거에 발견된, 혹은 만들어진 항생제, 항진균제는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오래동안 사용된 만큼,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생겨났다. 기존 항생제 내셩을 가진 박테리아를 잡기 위해서, 또 다른 항생제를 만들어야만 한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한 지금, 과거보다 의료가 발달한 지금 새로운 항생제 연구는 ‘비용’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혔다.


물론 신약개발 자체는 많은 비용이 들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수익이 있다. 우리가 TV광고로 보는 핫한 약(혹은 건강보조제?) 역시 개발할 당시에는 돈이 참 많이 들었지만, 개발 완료 후 시판을 하면서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항생제, 항진균제 등 신약개발 연구는 비용은 비용대로 드는데, 수익은 별로 없다. 수익만 없는가? 인기도 없다. 또! 하필!!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항생제/항진균제를 만드는 제약회사이다보니, 더더욱 공감이 될 수밖에 없다. 참 의미없는 일이긴 하지만, 제약업계 랭킹을 볼때마다 점점 뒤로 쳐지는 회사를 보면서 더욱 그랬다. 따지고 보면 타회사에서 파는 그런 인기있는 약들은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분이 아니다. 반면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저런 항생제, 항진균제 등은 환자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환자를 살리는 약을 만드는, 그런 자부심을 가질만한 회사인거다. 근데.... 그놈의 비용이 뭐고, 인기가 뭔지.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떤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대항하는 약을 만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왜? 투자대비 수익이 안되니까. 제일 큰 이유는 아마 그 바이러스가 언제 또 다시 유행할지도 모른다는 부분이랄까. 보통 대항하는 약은 그 바이러스가 훑고 지나간 뒤에나 나오는데, 약이 나온 뒤에는 이미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전염병이 종식된 이후이다. 투자는 투자대로 했는데, 정작 약이 나오고 보니 약을 쓸데가 없는 상황인거다. 혹여 해당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약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변종 바이러스가 나오면 역시나 또 말짱 꽝이다. 이미 해당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약을 만들면서 많은 비용을 투자했을 건데, 변종 바이러스에 또 그 만큼 비용을 투자하는 건 망하라는 것과 다름 없다.


환자의 생명과 연결된 약을, 그저 비용만 생각해서 만들고 말고를 결정한다는게 너무 슬프고 아픈 사실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3. 임상시험

우리는 슈퍼버그나 새로운 변종 박테리아로 인한 피부 또는 연조직 감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게 달바가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적인이 알아보고자 했다. P 080


임상시험 계획서를 검토하는 위원들을 바라보는 동안 속에서 조용한 분노가 차오르는 걸 느겼다. 결국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쓸 수 있는 약이 이제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 환자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P 192


이 약은 사람들에게 정말로 도움이 될 것이며, 제약사에서 무료로 제공할 거라고 목청껏 외쳐왔지만, 이 약을 시도해볼 용의가 있는 적합한 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후보 환자 중 일부는 내가 만나러 갔을 때는 평온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아프고 겁에 질려 동의서를 작성해줄 수 없었다. 동의서를 작성해줄 수 있는 환자들 가운데서도 일시적 혈압강하나 비정상적인 혈액 검사 결과 같은 세부 조건으로 인해 배제되는 이들이 종종 생겼다. 임상시험이 가장 필요한 환자들이 종종 참여 자격이 안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괴로웠다. P276


이 책의 저자이자 의사인 맷 매카시는, 항생제 “달바반신”을 연구하고자 했다. 다른 항생제가 듣지 않는 피부 등 감염환자에게, 즉 항생제 내성감염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함이었다. 지금까지 손 써보지 못한 항생제 내성 감염환자에게 “달바반신”이 효과가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신약이라도 무작정 사용할 수 없다. 신약을 사용하기 위해선 수 차례 임상시험을 비롯한 여러 검증이 필요하고, 이 검증에서 OK를 받은 뒤, 정부기관 예컨데 식약처 같은 곳에서 승인판정을 받아야만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카시는 “달바반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런 일련의 과정을 해야만 했다. 거기다 임상시험까지 가는 길도 험난했다. 우선 연구계획서를 먼저 승인받아야 하는데, 이를 심사하는 IRB 같은 곳은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일단 정말 이 신약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지는 기본이고, 이에 따른 비용 소요라던가, 이 모든 걸 포괄적으로 심사하는 곳이다. 저자인 매카시 역시 수차례 연구계획서가 반려가 난 뒤에, 처음 제출했던 연구계획서와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수정하고 나서야 승인을 받았으니 말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꽤... 마음이 꽁기꽁기했다. 종종 우리 회사 신약이 임상시험에 돌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난 자본주의의 노예다보니, 그 때마다 회사 주식이나 쳐다볼 뿐이었다.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이 신약이 대체 어떤 약인지,  임상시험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임상시험 대상자는 어떻게 선택하는지, 그 어떤 것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분명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이 약들이, 환자들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인데도, 난 그 부분에 대해서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거다. “수액은 사람을 살리는 생명수다”라는 말을 그렇게 오랫동안 들으며, 이 회사에서 일을 했는데 말이다. 


4. 고군분투하는 의사들

“우리는 방어력이 없는 이들을 방어해준다” P 088


나는 환자들이 자신의 삶 속으로 나를 끌어들이는 방식에 놀라워하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날뿐 아니라 많은 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닌데, 그럴 자격이 없는데’ 의사 가운은 환자들에게 속내를 털어놓게 만든다. 사람들은 가장 친한 친구와 가족에게도 절대 털어놓지 않을 사연을 내게 들려준다. 나는 플로리다 근교의 가톨릭 가정에서 정기적으로 고해성사를 하며 자랐는데, 지금 나는 고해소의 반대쪽, 신부님의 자리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P 265


의사라는 위치는 남다르다. 나는 의료진의 극심한 피로에 대한 글을 써왔고,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까 봐 걱정하는 젊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다. (중략) 의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다시 정상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들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잠을 자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저녁에 친구와 어울리며 술도 한잔 할 시간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들은 병원이 제공할 수 없는 것들을 필요로 한다. P270


아무래도 내가 몸담고 있는 곳이 제약회사다보니, 나에게 ‘의사’란 사람들은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그보다 더 리베이트와 관련된 직군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고, 대구/경북 지역으로 자원해서 가는 의사를 보고 “내가 잘못 알아도, 정말 잘못 알고있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는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훨씬 많았다. 아니, 대다수의 의사들이 생명을 구하는 의사였다. 의사는 “방어력이 없는 이들을 방어해주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궁극적인 문제는 많은 항생제의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수준에서 신약의 생산과 시판 단계까지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며 거기에는 1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비아그라 같은 약을 만들어낸다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이므로 그 비용이 정당화된다. 그러나 항생제의 경우 몇 가지 특성 때문에 이윤이 적다. 항생제는 대체로 환자가 아플 때만 단기로 처방되며, 훌륭한 새로운 항생제라도 머잖아 그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게 된다. 항생제 내성은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생긴다. - P39

의사라는 위치는 남다르다. 나는 의료진의 극심한 피로에 대한 글을 써왔고,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까 봐 걱정하는 젊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고 있다. (중략) 의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다시 정상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들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잠을 자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저녁에 친구와 어울리며 술도 한잔 할 시간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들은 병원이 제공할 수 없는 것들을 필요로 한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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