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악센트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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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겨울, 나는 2020년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2019년 한 해가 점점 바빠지더니 막바지 되니까, 진짜 당장 새해가 되면 더욱 바빠질 것이 예견되서, 정말 진짜로 새해가 오지 않기만을 미친듯이 바랐다. 아니나 다를까, 2020년 시작하자마자 바쁨의 연속. 내 멘탈을 챙기는 것 조차 잊을 정도로 바빴다. 바쁨이 조금 소강된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저 잠시 5분이든 10분이든 쉬어갔으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냥 바쁘든 아니든 언제나 이어지는 내 일상이고, 변하지 않을 일상이니, 잠시동안의 쉼표(,)를 찍었으면 되었는데 말이다. 참 생각이 짧았다. 왜 난 일상에서 잠깐동안의 휴식조차도 생각치 못했나 생각하던 찰나에, 흐름출판에서 「일상의 악센트」를 받았다.


「일상의 악센트」 총 6챕터로 나뉘어 있는 에세이집이었다. 각 챕터별로 주제가 있었지만, 이 모든 챕터를 아우르는 공통적인 주제가 있었다. 바로 언제나 반복되는 그런 일상이다. 헌데 저자는 이런 평상시와 다름 없는 일상에서 소소한 부분에 대한 감동하고 감사한다. 간혹 무언가 변화가 있다면, 그 변화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

발견하는 것은 감동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 감동하는 만큼 발견할 수 있다. P 28

사람이든 물건이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너그러운 마음의 눈으로 내 안을 들여다보면, 겉으로 드러나기 않았던 근사한 부분이나 자랑할 만한 모습, 숨어있던 다양한 면모가 보인다. 모두 얼핏 봐서는 보이지 안는 것들이다. P 33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내게 일어난 모든 일에 진심으로 고맙다고 생각하며 감사의 말을 반복했다. P 56

일이나 일상에서 상대방의 편리를 위해 애써 작은 수고를 들이거나 마음을 기울여도 실제로는 잘 드러나지 않아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배려가 상대방을 알게 모르게 기분 좋게 만들고 이것이 요리에서는 맛있음으로 연결된다. 일상에서는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쾌적함, 즐거움으로 연결된다. P 83

주택 한 채와 만난 나는 오늘의 일상, 오늘의 일, 오늘의 모든 것에 깃든 ‘보이지 않은 곳의 몸가짐’을 정비하고 싶어졌다. P 121

종이컵에 “Thanks!”라고 적어준 것이 오늘이 처음이 아닌지도 모른다. 여태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잘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곳에 수고를 들여 감사의 말을 써주다니, 서서히 감동이 스며들었다. 한마디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소중한 것을 배웠다. 늘 감사하다. P 142

저자의 모든 글이 모두 마음이 포근해지는 그런 글들이었지만, 유독 내 마음을 울렸던 건 위의 문장들이었다.

어린 날, ‘나는 하루하루를 감사히 보내야지, 고마운 것에 고마울 줄 알아야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 스스로의 삶을 살다보니, 어린날 내 생각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넌 왜 감사할 줄 모르고, 그렇게 밖에 못 사니?’라고 나에게 물어보면, 그저 ‘이런 현대 사회에서 그렇게 살면 호구가 되버려’ 라는 궁색한 변명만 이야기 할 뿐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달랐다. 분명 내가 생각하는 ‘현대 사회’를 사는 건 같은데, 저자는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 삶이 그에게는 너무 당연했다. 그의 삶에는, 분명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임에도, 언제나 감사함과 감동이 있었다.

나에게 일상이란, 그저 반복되는 하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새로운 거 하나 없는,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그런 일상이었다. 저자의 일상도 나처럼 시간이 흘러가는, 반복되는 일상인건 분명 다를 바가 없 는데, 그는 달랐다. 매 하루마다 감동을 받았고, 고마워했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 걸까? 싶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고, 찾고 싶었다. 단순히 문장 속에서 그 이유를 찾는 게 아닌, 내 스스로 그 이유를 찾아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한 질병이 전 세계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 지금, 이제서야 그 이유를 찾았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해도 나에게 일상이란 그야말로 정말 평범한 하루였다. ‘평범’이란 단어는 ‘언제나 당연한 그 무언가’를 뜻하기에, 정말 당연하게도 이를 특별히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평범한 하루는, 나에게 언제나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바로 지금, 그 당연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바람결이 좋으면 집 근처를 산책하고, 장을 보러 마트를 가는 이러한 일상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알았다. 곁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고마움을 깨닫는다는게 바로 이런 걸까?

언제나 마음 편하게 문 밖을 나서서 산책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마트를 가는 것,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건 당연한 게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나의 일상을 위해, 뒤에서 땀 흘리고 수고를 하고 있다는 그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오늘 나의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준, 이름 모를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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