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오시안 워드 지음, 이선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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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웃님이신 효꾸루님께 선물받은 책 「혼자보는 미술관」. 읽은 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이번 1~2월이 정말 유례없이 바쁜 달이었기에 포스팅을 제대로 못하다가 이제야 포스팅을 한다(회사에서 두 달동안 미친듯이 바쁘다가, 갑자기 여유가 생겨 오히려 마음이 붕 뜨는 신기한 상황! 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다시 바쁨 시동 부릉부릉). 


내가 무엇을 보거나, 읽거나, 듣거나, 또는 어느 장소를 갈 때, 제일 큰 기준이 되는 건 바로 ‘역사’다. 이유는 없다. 그저 이상하게도 고대부터 비교적 가까운 근대까지, 이런 과거에 일어난 일에 묘하게 호기심이 생겨났고, 이상하게 다른 분야에 비해 집중력이 높았다. 무엇보다 ‘역사’라고 해서, 과거에 있었던 인물의 행적, 혹은 국사시간에 배우는 FM적인 내용만 관심이 있는게 아니다. 과거에 편찬된 도서, 그림, 공예품 등에도 무한한 호기심을 갖는다.


그래서 이번에 효꾸루님께서 선물로 주신 이 책  「혼자보는 미술관」은 그야말로 내 취향 저격이다. 이 책은 고전 미술작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어떤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 알려주는 아주 쉬운 입문서이기 때문이다. 아! 노파심에 말하지만, 이 책은 ‘이 그림은 이렇게 해석하고, 이렇게 봐야한다’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이 그림을 해석하는 의견으로 이러한 내용도 있고, 저러한 내용도 있으며, 때로는 감상하는 사람의 성향이나 기분에 따라 작품에서 느끼는 의미가 다르다고 이야기 한다. 미술 작품 해석을 MUST가 아닌, IF로 알려준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미술작품을 보는 내 눈이 조금은 더 가벼워진 느낌적인 느낌!


저자가 말하는 고전미술 감상 방법, 10단계. 바로 ‘타불라 라사(TABULA RASA)’.

고전작품을 보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평가하는 초기 6단계 “Time (시간), Association (관계), Background (배경), Understand (이해하기), Look Again (다시보기), Assess (평가)”, 그리고 심화된 4단계 “Rhythm (리듬), Allegory (비유), Structure (구도), Atmosphere (분위기)” 

이렇게 총 10단계다.


내가 경험으로 찾아낸 가장 간단항 방법은 작품 앞에서 세 번 심호흡하기다. 작품 앞에서 몇 번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보라. 뭔가 명상을 하는 과정 같아 보이지만 사실 예술작품 감상에 가장 적합한 태도이기도 하다. 이 책은 가능한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라고 권하지만, 때로는 가차 없이 판단하면서 재빠르게 보는 훈련도 필요하다. 

P 19, Time(오래, 자주, 계속의 힘)


고전 작품은 기본적으로 인물이나 형상을 묘사하기 때문에 현대 미술보다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얼굴이나 느긋하게 움직이는 인물을 보면서 그 그림에 공감할 수도 있따. 반대로 못생기고 지저분하고, 갈등하고 고통받으면서 어려움을 겪는 인물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작품과 관계를 맺기까지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P 23, Association(말을 걸고 마음을 나누고)


하지만 작가 이름을 무턱대고 맹신해도 괜찮을까? 위대한 화가가 그렸다고 알려졌떤 작품이 기술이나 연구 방법의 발달로 수 백년이 지난 뒤에 사실은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작가가 잘못 알려진 작품은 아직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이제 까지 빋어 의심치 않았떤 작품이 명성이나 진품 여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다.

P 26, Background(아름다움의 출처를 묻는 일)


감상은 ‘유레카’의 순간처럼 갑자기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훑어보고, 샅샅이 살펴보고, 골똘히 바라보아야 이해된다. 하지만 몇 단계를 거쳐 이해하고 나면 그 작품의 의미나 다른 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P 31, Understand(얼마나 마음을 열 수 있는가)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는 일처럼 작품을 다시 보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처음 볼 때 놓친 게 무엇일까?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처음 추측하니 옳은가? 우리 모두는 사물 또는 사람의 겉만 보고 판단하기 쉽다. 다시 보기는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P 35, Look Again(작품도 내 마음도 매번 다를 때)


이제 작품을 잘 살펴보고 내 마음에 저장할지 말지 결정해야 할 때다. 예술작품을 보는 눈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게 보이는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으니 정답이 없다는 뜻이다. 

P 42, Assessment(정답이 없다는 말은 정답이다)


‘리듬’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음악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배치, 화음(조화), 음조(색조), 음의 높낮이 등 음악 작품의 특징은 그림을 감상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이기도 하다. 음악 작품마다 어떻게 연주할 지 알려주는 기호가 있다. 회하에서는 이런 기호가 그림을 반짝이게 하고, 물결치게 하고, 살아 움직이게끔 만든다. 

P 47, Rhythm(간격과 박자와 배치의 유쾌함)


비유 단계는 여러 나라 문화, 고전 문학이나 민담 등 그림 속에 담긴 풍부한 내용을 해석하는 게 아니라, 그 그림 밑에 숨어 있는 상징, 의미, 징후를 읽어내는 것이다. 사람, 물건이나 사상을 다른 형태로 바꾸어서 은유한느 작가들의 전형적인 기법을 ‘알레고리’라고 부른다. 

P 50, Allegory(그럴듯한 생각과 있음직한 사람들)


리듬이 그림의 음색, 흥얼거림이나 전체적인 흐름이라면 구도는 그림의 짜임새, 뼈대, 토대, 구성 요소다. 기하학적인 선, 형태와 구획 혹은 지평선, 수평선, 소실점이 구도가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요소가 우리의 시선을 좌지우지한다. 그저 오래 바라보는 건 감상이 아니다. 화가의 구성 의도를 파악하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다. 

P 55, Structure(그림 속 풍경, 액자 밖 프레임)


분위기는 작품을 바로 앞에서 실제로 보았을 때 가장 잘 알수 있는 전체적인 느낌, 여운을 뜻한다. 광택이 나는 책에 실린 사진 혹은 고화질 사진이나 화면으로 작품을 보는 게 맨눈으로 직접보기보다 더 또렷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전 미술을 물리적으로 가까이에서 볼 때의 느낌과는 비교할 수 없다. 

P 58, Atmosphere(느낌은 아우라가 된다)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나PD가 연출한 tvN 「금요일 금요일 밤에」 코너 중 ‘신기한 미술나라’라는 코너가 있다. 개인적으로 ‘신기한 과학나라’와 함께 쌍벽으로 좋아하는 코너인데, ‘신기한 미술나라’에서 나오는 미술 박사 양정무 교수님께서 고전 명화를 보여주면서, 알려주던 그 내용들이 바로 이 10단계였다. 소오름. 


‘신기한 미술나라’를 보면서 너무 쉽게 이해하는 내가 이상했다. 헌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난 그 방송을 보기 전에 먼저 이 책을 읽었덨다. 알게 모르게 이 책을 읽으며 머리 속에 넣고, 느꼈던 그 영향이 그대로 남아있던거다.



자크 루이 다비드는 프락스 형멱이 일어난 지 몇년 후, ‘민중의 친구’ 장 폴 마라의 초상을 그렸다. 그림 속의 장 폴 마라는 흡사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같기도 하고,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피에타>가 떠오르기도 한다. 즉, 장 폴 마라의 죽음을 순교처럼 표현한 것이다. 정작 장 폴 마라는 죽기 전 피부병에 시달렸고, 피부병 증세를 가라앉히기 위해 목욜을 하다가 젊은 여성에게 죽임을 당했다. 



너무나도 유명한 그림, 최후의 만찬.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규칙적인 느낌을 받는다. 가운데 있는 예수에게 시선이 쏠리면서도, 예수 양 옆에 있는 제자들에게도 고루 시선이 간다. 하지만 제자들에게 가는 시선은 튀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그림이 지루한가? 그것도 아니다. 각 인물별로 서로 다른 몸짓을 하고 있다.


그나저나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난 매번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예수 왼쪽에 있는 여성의 모습을 한 사람이 궁금했다. 분명 이 그림은 예수와 열두제자일텐데, 분명 예수 왼쪽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봐도 여성이니까. 하지만 공식적으로 저 여성의 모습을 한 사람은 사도 요한이다. 어째서 일까?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생각 가지치기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저 사람은 사도 요한이다’라고 못 받아버리는 이야기를 볼 때면,참 종교란 답답하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다빈치가 정말 사도 요한을 그린건지, 아니면 다른 인물을 그린건지는 오롯이 다빈치만 아는 사실일텐데. 하하.



「금금밤 - 신기한 미술나라」에서 배운 ‘바니타스’! 다른 건 다 까먹었는데, 바니타스 정물화 만큼은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다. ‘바티나스’란 라틴어로 덧없음을 의미한다. 즉 바니타스 정물화는 유독 ‘죽음’에 직면한 인간의 허무함이나 재물의 덧없음을 상징한다. 위 그림 처럼 난데없이 그림에 해골이 나타거나, 난데없이 꽃이 시들어있거나 혹은 꽃이 화병 밖에서 떨어져 나왔거나, 이런 정물들이 바로 ‘바니타스’ 정물화다.


그림은 참으로 어렵다고 느꼈었다. 그냥 막연하게 그랬다. 그림은 돈 있고 많이 배운 사람이 향유하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가, 박물관은 자주 가도, 미술관에 가본 적은 손에 꼽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런 고전 미술에 대한 입문서가 나오고, 관련 방송들도 나왔다. 덕분에 난 옛날의 나와 달리, 고전 미술과 나름대로 친숙해졌고, 지금은 몇몇 그림은 어떤 화가가 그렸는지까지 맞추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게 바로 대중매체의 힘인가 싶기도 하고(그럼에도 현대 미술은 아직 친해지기 어려운, 정말 범접하기 어렵다). 나처럼 막연하게 고전 미술이 어렵다고 느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이 엄청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 tvN 「금금밤-신기한 미술나라」를 보면 더할나위 없고!(나PD예능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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