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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 '글밥' 먹은 지 10년째, 내 글을 쓰자 인생이 달라졌다
이하루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요새 많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제 2의 직업은 작가다. 이왕이면 베스트셀러 작가랄까. 요새 보면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쓰다가 책을 출간한 사람들도 많아져서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이하루님 역시 직장을 다니면서, 글을 썼고, 그 글이 완성도가 높은 글이다보니 책으로 출간된거기도 하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1227/pimg_7440571782399141.jpg)
이 책의 저자 이하루님은 이렇게 말했다. 우선 글을 써보라고. 어떤 방식으로든 자주 써보라고.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 어디서든 글을 쉽게 쓸 수 있고, 쉽게 읽을 수 있다. 심지어 요새는 오로지 글만 쓰는 플랫폼도 생겨났다. 그래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쓰고 있는 블로그 포스팅도 하나의 글쓰리가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글쓰기는 정말 접하기 쉬워졌다.
이 책은 평생 남의 글만 써오던, 글로 밥 벌어먹던 저자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본인의 이야기를 글로써 남겨보자 해서 시작된 에세이다. 근데 이게 또 에세이라고 100% 규정짓기에는, 에세이 한편이 끝나면 저자만의 글쓰기 팁이 시작된다. 그래서.. 이 책을 에세이집이라고 해야할지, 글쓰기 책이라고 해야할지 참 애매하달까? 확실한 건, 자신만의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은 꼭 읽어봐야 될 책이라는 거다.
부엌 식탁에서 노트북만 째려보길 일주일째다.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모니터 속 워드 프로그램은 여전히 백지상태였다. 깜빡이는 커서가 나의 초조한 심장 박동처럼 느껴져 다리만 떨고 있는 내게, 남편이 왜 안쓰냐고 물었다. 왜긴 얕잡아 봤으니까 그렇지. 10년 넘게 ‘글밥’을 먹고 살았으니 이 정도는 ‘식은 죽’이라 착각했다. 한데 도무지 쓸 얘기가 없었다. 짜고 또 짜내도 내 일상에는 ‘글감’이 없었다. (중략)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며 자주 다룬 주제는 ‘비정규직 회사생활’이었다. (중략) 처음에는 나 혼자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점점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필명으로 한 글쓰기 플랫폼에 가입해 글을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한동안 아무도 내 글에 댓글을 달지 않았다. (중략) 이렇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지도 3년이 넘었다. 내가 한 가지 취미를 오랜 시간 즐기게 될지, 매일 똑같은 일상을 계속 글로 쓰게 될지, 나를 괴롭히던 글쓰기에 즐거움을 느낄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쓰는 시간은 내게 가르쳐줬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또 시시한 일상도 꽤 괜찮은 글감이 된다는 걸. P 022 ~ 024
저자처럼 글밥먹던 사람은 본인의 글도 쉽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 동안 글밥 먹던 저자는, 돈 받고 쓰는 남의 글이 아닌 100% 본인의 글을 쓰려고 하는 순간 글을 쓰지 못했다. 밥벌이를 하는 글은, 글의 테마가 있었을테니 힘들지언정 ‘밥벌이’를 위해서 어떻게든 써내려갔지만, 오로지 나의 글을 쓰려고 하니 저렇게 고심하고 또 고심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사족이지만‘밥벌이’란 불가능한 일 조차 가능하게 만드는 정말 무서운 일인듯ㄷㄷ).
이 책에서 저자는 본인의 이야기 한 편에 글쓰기 팁 한 개를 엮어서 연재했다. 에세이를 읽으려고 이 책을 집은 사람들은 글쓰기 팁은 한번 읽고 넘어가도 될테지만, 이 책을 읽으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글쓰기 팁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들은 글쓰기 팁을 읽은 다음에, 다시 앞서 본 에세이를 다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에세이를 읽었다면, 그 뒤에 글쓰기 팁을 읽고 다시 에세이를 읽으면 ‘아!’ 하고 무언가 깨달은 바가 있을테니까.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 팁 몇 가지를 말하면 이렇다.
1. 글쓰기 루틴을 찾아라: 잘 쓰려 하지말고, 편안하게 써라.
2. 글을 쓰다 막히면 멈춰라. 그리고 다른 이야기를 써라. 멈춘 이야기는 잠시 보관해두었다가 다시 쓰면 된다.
3. 첫 문장이 막힐 땐 결정적인 순간부터 써라.
4. 지적하는 글일 수록 뒷받침할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5. 요약하는 방법을 연습하라.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수정’이다. 저자도 책에서 여러번 언급했듯, 모든 글은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기해야만 완성된 글이 나온다. 글에 있어서 ‘일필휘지’란 절대 있을 수 없는거다. 일필휘지로 글을 완성한다면, 그 사람든 정말 천재일지도......
여담이지만 정말 하루에도 수백, 수천권의 책이 쏟아져 나온다. 그 책들 중에는 저자처럼 고심하고 또 고심해서 쓴 멋진 글들도 있지만, 반대되는 글도 분명 있다. 난 의도치 않게 이 책의 저자처럼 완성도가 높은 글이 쓰여 있는 책이 아닌, 그 반대되는 책을 읽은 적도 꽤 여러번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글로 책을 낼 생각을 했을까? 출판사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책으로 출판했을까? 싶은 생각도 많이 했다. 그렇게 책 같지 않은 책의 공통점은 이렇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기본적인 글쓰기 팁을 안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수정이 1도 없는 초고의 느낌이랄까? 만약 수정을 수 십번 했는데도 그 정도면 정말 글쓰기에 대한 특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다.
잘 쓴 글은 잘 읽힌다. 소리 내 읽었을 때 잘 읽히는 글은 눈으로 읽기에도 좋은 글이다.
본문 속 작가의 말이다. 말 그대로 소리내어 읽었을 때도 잘 읽히는 글은 정말 좋은 글이다. 책을 출간하는 많은 작가들이 그런 글을 쓴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건 나 같은 일개 독자의 욕심일 뿐이리라. 그저 독자가 돈주고 사서 읽는 책이니, 좋은 글이 쓰여있는 책을 잘 찾아내는 안목을 키워야 할 뿐이다. 아!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는 데도 이 책의 저자, 이하루님이 말한 글쓰기 팁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다. 서점에서 책을 한 권을 들고 중간 몇 페이지를 펴서, (조그맣게)소리내어 읽어 보았을 때 술술 읽힌다면 그건 좋은 글이 쓰여있는 좋은 책인 것이다.
그동안 포스팅을 하며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점차 잊고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다시 한번 글을 쓸 때 어떤 마음으로 써야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앞으로 포스팅이든 덧글이든 문자로 남게된 모든 것을 쓸 때, 다시 한번 생각하고, 수정 또 수정을 명심해야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며 자주 다룬 주제는 ‘비정규직 회사생활’이었다. (중략) 처음에는 나 혼자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점점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필명으로 한 글쓰기 플랫폼에 가입해 글을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한동안 아무도 내 글에 댓글을 달지 않았다. (중략) 이렇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지도 3년이 넘었다. 내가 한 가지 취미를 오랜 시간 즐기게 될지, 매일 똑같은 일상을 계속 글로 쓰게 될지, 나를 괴롭히던 글쓰기에 즐거움을 느낄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쓰는 시간은 내게 가르쳐줬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또 시시한 일상도 꽤 괜찮은 글감이 된다는 걸.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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