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 웨이보 인싸 @하오선생의 마음치유 트윗 32
안정병원 하오선생 지음, 김소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읽기 전 부터 그 내용이 정말 궁금했던 책이다. 책의 저자가 다름 아닌 웨이보 슈퍼스타 하오선생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직업은 무려 정신과 의사. 한국에 박막례 할머니가 있다면 중국에는 하오선생이 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기에 이 책이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표지가 너무 귀여웠다! 유쾌하게 그려진 하오박사도 그렇지만, 창 밖 유령 두 마리(?)가 너무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이 유령들은... 목차에서 재등장 했다.

 

두 차례 등장한 유령을 보자니 왠지 이 유령의 모습은 하오선생이 만나 온 환자들을 빗대어 그린게 아닐까 싶었다. 본인이 만든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환자들, 타인이 말하는 정상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있는 그들 말이다. 하지만 그들도 분명 본인이 만든 세상 속이 아닌, 타인이 말하는 정상의 범주 안에 있고 싶은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닌, 한 집단 속에서 살아가는 거니까. 그래서 정상이라는 집단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현재 모습으로는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이기에 그런 모습을 표현한 게 바로 유령이 아니었을까? 하오선생의 말을 잘 듣고 증상이 좋아졌다면, 저 유령을 벗어던지고 병원 밖으로 나갔겠지만 아니라면 계속 유령을 쓰고 살아야 할 환자들 말이다.

 

이 책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그렇다고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은 하오선생이 안정병원 정신과에서 10년간 근무하며 경험한 이야기다. 즉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막연하게 정신질환 환자들에 대해서 선입관 내지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각종 TV매체나 언론 등에서는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에 대해 항시 부정적인 이야기만 보도하지않나. 생각해보면 하필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을 뿐인데, 언론에서는 모든 정신질환 환자가 범인이 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보도를 참 많이도 했다. 나 역시 그런 언론보도에 세뇌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하오선생의 이야기를 읽으니 이런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생각은 내가 그렇게나 싫어하던 선입관’, ‘편견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 이 책은 좁디 좁은 내 시각을 바로 잡는 길라잡이가 되겠구나’.

 

 

그 길고도 조용한 시간을 함께 한 끝에 드디어 환자가 입을 열었다는 군요.“당신도 버섯인가요?”

환자의 물음에 의사는 대답을 했죠. “, 저도 버섯이에요.” 그러고는 일어서서 한마디 더 건넸답니다. “전 이만 가야겠습니다.”

그러자 환자가 물었습니다. “당신도 버섯이라면서 어떻게 걸을 수가 있죠?”

버섯도 걸을 수 있어요.”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의사가 약을 꺼내 들었답니다. “전 약을 먹어야겠습니다.” “당신은 버섯이라면서 왜 약을 먹는거죠?”

버섯도 약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자 환자는 의사를 따라 약을 먹었습니다. (중략)

몇 달 후, 병원 치료에 내내 응하지 않던 버섯은 마침내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할 수 있었답니다. _P 008 서문

 

네 말이 맞아. 의사는 병을 치료해주는 사람이지. 근데 치료는 약으로만 하는 게 아니야, 마음을 써야지. 베푼 만큼 대가가 돌아오는 법, 초조해지지 마. 익숙해질꺼니까.” _P 018 <기억도둑 >

 

책 초반에 나온 하오선생의 한국어판 서문과 기억도둑 이야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상인의 시각에서 정신질환자를 대했기 때문에 TV나 언론보도에서 말하는 부정적인 상황이 나타난 건 아닐까. 모든 병은 그 종류에 따라 치료방법이 천차만별이다. 정신질환 역시 병이기에 그에 맞는 치료방법이 분명히 있다. 하오선생은 그 방법을 꽤뚫고 있었던 거다. 그들의 시각 내지는 관점에서 공감해주며 치료를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신질환이라는 병을 치료하는 데 제일 최선의 방법이 아닐었을까? 다만 정상이라고 하는 우리들은 그들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는 너무 다른 세상이기에, 맞춰줄수가 없어서...... 저도 모르게 정상인이 생각하는대로 색안경을 끼고 그들을 바라본 것이다. 이런 색안경은 그들이 병을 치료하는 데 더욱 거부감을 느끼게 하게 하여, 우리가 흔히 접하는 그런 사회문제로 대두된게 아닐까? (물론 모든 정신질환자를 이렇게 일반화하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

 

 

내 생각엔 네가 우울한 감정과 우울증을 헷갈렸던 것 같다. 사업으로 충격을 받았을 떄, 초창기에 나타났던 건 부정적인 감정이 맞았을 거야. 네 생각대로 기분이 안 좋았던 것뿐이었겠지. 사람은 누구나 매일 부정적인 감정을 겪는데, 그중 일부는 약해지기도 하고, 또 일부는 없어지기도 해. 그런데 만약 이 감정이 제때에 씻겨 내려가지 않고 조금씩 쌓이게 되면, 양적인 변화가 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면서 우울한 감정이 병이 되어버리고 결국엔 우울증이 되는거거든” _P 167 <우울한 새집2>

 

우을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병이다.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뇌의 화학 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에게 좋게 생각하라든가 기분 풀어라등의 말은 삼가야 한다. 그들은 즐거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를 이미 잃은 상태다.” _P 170 <우울한 새집2>

 

 

우울한 새집 에피소드는 여러모로 슬펐다. 얼마 전 한창 아름다울 시기를 보내야 할 가수 한 명이 스스로 명을 달리하였기에, 그 장면이 오버랩되어 더욱 공감이 되었나보다. 보통 우울증은 전조증상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주변인들은 이런 증상을 마주했을 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딴에는 위로한답시고 좋은 생각을 해보라, 너는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둥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만다. 하지만 위에서 하오선생이 이야기 했듯 우울증은 감정이 아니라 신경전달 물질의 균형이 깨져버린 이다. 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섣불리 꺼낸다면 그야말로 환자들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 버리는 꼴이 되버린다. 그저 그들에게 우울증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치료를 받아야 할 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할 수 있게 하고, 그래서 그들이 치료를 받을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우리는 신이 한 입 베어 문 사과처럼 누구나 결점을 갖고 있다.

만약 그 결점이 비교적 크다면, 그것은 신이 특히나 그 사람의 향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_P 217 <별에서 온 아이>

 

 

 

아참, 책을 읽는 내내 내용과는 별개로, 이 책이 중국어 원문이 있는 책이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다. 내 개인적으로는 일본어 원문이 있는 책을 자주 읽는데, 읽으면서 특유의 번역투가 거슬린 적이 꽤 많았다. 뭐랄까, 번역가들이 일본어 실력은 정말 뛰어난 듯 싶은데, 한국어 실력(어휘나 문맥 등..)은 조금 뒤쳐지는 느낌??그 느낌이 너무 거슬렸다. 차라리 원서를 보자 싶어서 일본어 원문이 있는 책은 왠만하면 원서를 읽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꼭 처음부터 이 글이 한글로 쓰여 있었던 것 처럼 입에 착착 감겼다. 이 책을 번역하기 위해 김소희님은 본인이 잘하는 중국어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나, 이런 것들을 하나부터 열 까지 얼마나 신경을 썼을지 생각하니 이 책에 정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었다.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고, 강력한 개그드립으로 웃음 없이는 볼 수 없고, 소통이 무엇인지 공감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하오선생의 이야기. 지금을 사는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사회를 바라보던 좁은 시야를 한층 더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신이 한 입 베어 문 사과처럼 누구나 결점을 갖고 있다.

만약 그 결점이 비교적 크다면, 그것은 신이 특히나 그 사람의 향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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