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세계사 -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인간의 역사와 함께한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이야기 풍경이 있는 역사 6
이주은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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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숑눈숑 밀푀유님의 신간, 「개와 고양이에 관한 작은 시계사」.

「스캔들 세계사」 시리즈나 「은밀한 세계사」를 너무 재밌게 봤기에 이 책 역시 당연히 재밌을 거라 생각하고 구입했다. 그리고 역시나 재밌었다 ㅋㅋㅋ 정말 밀푀유님은 말솜씨가 기똥차다. 한 번 읽으면, 끊을 수 없다. 완전 중독성 갑!! (밀푀유님 블로그.. 왕좌의게임 포스팅 이후로 업데이트가 안되서 슬픔 ㅠㅠ)


이번 세계사 이야기는 앞선 세계사 시리즈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지금까지 역사 이야기를 읽노라면 그 주인공은 당연히 사람이었다. 근데 이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동물, 그것도 반려동물 이야기다. 심지어 종류도 다양하나. 언제든 친숙하게 볼 수 있는 개와 고양이, 비둘기를 시작으로 앵무새, 코끼리, 기린, 코뿔서, 북극곰 등등등. 더 놀라운건 이런 반려동물의 이야기를 연대순으로 보면 기원전 1세기까지도 올라간다는 사실!


앞선 세계사 시리즈 처럼 이 책 역시 단편들을 한 데 엮은 책이다. 다만, 이 책을 읽기 전 감안해야 할 부분이...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라는 것. 고로 지금 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는 거다. 동물별로 다르긴 하지만 어떤 시대에서는 ‘신’으로 추앙받는 경우도 있었고, 또 어떤 시대에서는 ‘악마’로 취급받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대게는 ‘주인을 기쁘게 하는 애완동물’인 경우가 훨씬 많았지만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반려동물 관련 사업은 핫한가보다. 요새도 길가는 반려견을 보면 각종 옷, 목걸이, 심지어 가방까지 수 많은 장식을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근데 이게... 옛날부터 그랬다는게 넘나 소오름이다.

기원전 1401년부터 기원전 1391년까지 이집트를 통치했던 제18왕조 제8대 왕인 투트모세 4세 시절 살았던 왕실 부채관리인이자 24살쯤에 사망한 마이헐프리라는 사람의 무덤에서는 유리잔, 도자기, 화살통 2개, 화살 75개, 고기, 빵과 더불어 개목걸이 2개가 출토되기도 하였습니다. 선인장 꽃과 말들이 그려진 개몰걸이에는 황동 단추가 장식되어 있고, 아이벡스와 가젤을 사냥하는 개들이 그려진 다른 목걸이네는 개의 이름인 ‘탄타누트’가 새겨져 있습니다. _P 016

유럽의 왕족들은 반려동물들을 호화롭게 장식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습니다. 개들은 세밀하게 장식된 밥그릇에서 고급 음식을 먹었고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하인들이 있었으며 벨벳이나 실크로 만든 쿠션, 또는 아예 왕의 침대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곤 했습니다.
프랑스의 샤를 5세는 작은 강아지를 위해 종이 달린 은목걸이와 백합문양을 금실로 수놓고 금으로 만든 걸쇠를 단 파란 비단 목걸이를 주문했습니다. 파란 천 위의 금색 백합은 프랑스 왕실의 상징이니 누가 보아도 왕의 기앰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왕 루이11세의 그레이하운드는 무려 20개의 진주와 11개의 루비가 장식된 붉은 목걸이를 하고 다녔습니다. _P 022


와... 정말 그야말로 ‘개팔자가 상팔자’다. 심지어 이건 개에 한정된 게 아니다. 왕족/귀족들의 사랑을 받은 다양한 새, 족제비, 다람쥐 등도 이런 호화스런 장신구를 달았다고 하니, 와. 왕족/귀족만 살기 편한 시대인 줄 알았더니, 왕족/귀족이 키우는 애완동물까지 살기 편한 시대였다. 이런 동물들을 보는 서민들은 얼마나 박탈감이 느껴졌을까. 그래서 그랬을까? 불만을 품던 서민들은 불만의 칼끝을 귀족이 키우는 애완동물에게 향했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죽어라 일만 하며 스트레스로 폭발 직전이던 일꾼들은 신이 나서 나무 몽동이와 쇠막대를 들고 길거리에서 눈에 띄는 고양이란 고양이는 죄다 잡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인마님이 애지중지하던 라그리즈도 예외는 아니었죠. _P 065


정말이지 난 강형욱 훈련사 같은 사람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진짜 본인 스스로 강아지‘강’씨라고 할 만큼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신 분이니까(과거에 세나개 본방사수하며 겁나 팬이 된1인). 헌데 왠걸? 과거에도 있었다. 심지어 이 사람은 개 뿐만 아니라 각종 동물들을..ㄷㄷ

아 물론 동물을 극심하게 사랑한다고 하기엔 어패가 있.......긴 하지만, 뭐 그래도 동물을 사랑하기는 엄청 사랑한 사람이었나보다.

19C 중반에 세상을 떠난, 그의 이름은 윌리엄 버클랜드. 그는 웨스트 민스터의 주임 사제이자 고생물학자이자 지질학자이자 광물학자이자 신학자이자 동물수집가이며 동물학자였다. 그가 발견한 것 중 제일 유명한 건 ‘메갈로사우르스’. 당시에는 공룡이라는 존재 자체도 없었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버클랜드가 발견한 거대한 뼈는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오죽하면 그 이름을 ‘거다란 도마뱀(메갈로사우르스)’라고 붙였겠나. 근데 뭐 이건 고생물학자로써 버클랜드이고, 동물학자로써의 버클랜드는 또 새로운 면모를 보인다.

동물이라면 살아 있는 것도, 갓 죽은 것도, 죽은 지 아주아주 오래된 것도 모두모두 좋아했던 버클랜드의 집은 동물원을 넘어서 거의 야생수준이었습니다. (중략) 버클랜드 부부는 이 동물들과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연구하고 먹었습니다. 응? 잠깐 멈칫한 당신을 위해 다시 말씀드리면, 버클랜드는 자기가 키운 동물은 물론, 곤충까지 대부분 먹어치웠습니다. _P 112


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물을 정말 사랑해서 동거동락하지만, 그 동물을 먹어치웠습니다. 정말 난 무엇을 읽었나 싶었지만, 뭐 지금 우리 가치관으로 당시의 사람들을 이해하려 하면 안되는거니까. 하 ㅋㅋㅋㅋㅋㅋ그래도 뭔가 막, ...하 ㅋㅋㅋㅋㅋㅋ근데 버클랜드는 동물이나 곤충만 먹은게 아니었다.

버클랜드는 동물한테서 나온 거라면 고기뿐만 아니라 피도 먹고 배설물까지 먹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일화도 있답니다._P113


강형욱 훈련사도 과거에 강아지 배설물을 직접 맛봤다고 했었는데, 하...... 버클랜드는 종류 불문, 동물한테 나오는 거라면 죄다 맛을 봤다. 이거 참 뭐라해야할지, 참ㅋㅋㅋㅋ 건강에도 안좋을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73세까지 산 거 보니 건강했었나 싶고. 동물학자, 훈련사 등등 관련 직업을 가지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하나 싶고.......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에는 고양이에 대해 극명하게 대비되는 이야기가 몇 편 나온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으로 추앙받았고, 중세 유럽에서는 마녀가 키우는 동물이라며 악마취급을 당했다. 그러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특히 뱃사람들 사이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다. 정말 고양이만큼 다사다난한 이야기를 가진 동물이 또 있을까 싶다.

기원전 1세기 무렵의 그리스 역사가인 디오도로스 시켈로스에 따르면 만약 이집트에서 누군가가 신성한 동물들, 고양이라든가 따오기 등을 살해할 경우 무조건 사형에 처했습니다. 군중은 고양이 살해자에게 손톱만큼의 자비도 보이지 않고 아주 잔인한 처벌을 요구했으며 가끔은 재판조차 치르지 않고 사형을 집행하기도 했습니다. _P 033


이렇게 고대부터 신으로 추앙받던 고양이들. 이후에는 농사꾼의 천적인 쥐를 잡아먹는 다는 것이 알려진 뒤 이집트를 떠나 전 유럽에서 사랑받았다.

그런데..! 문화적 발전이 엄춰버린 암흑기, 중세유럽인들은 고양이를 이상하게 쳐다보기 시작한다. 고양이의 생활습관 및 사냥습관, 심지어는 아름다운 눈동자까지 악마와 연결시키며, 잔혹한 대 학살극까지 벌어진 것이다.

‘내가 돼지우리에 고양이가 있기에 그 고양이의 오른쪽 뒷다리를 곡괭이로 후려쳤더니, 저쪽 오솔길에 혼자 사는 수상한 여자가 다음날 오른쪽 다리를 절고 다니더라! 마녀가 고양이로 변신했던 것이 틀림없어!’. ‘얼마전에 숲의 노파한테 비키라고 욕을 했는데, 얼마 뒤에 왠 고양이가 우리 집 소 등위에 앉아있더라. 그 소는 다음 날 갑자기 피를 토하고 죽었어. 마녀가 저주를 내린거야!’ _P 054

당시 교황이었던 그레고리9세는 1233년 6월 13일에 교서를 발표했다. 악마 숭배자들에겐 철퇴를 내려야한다고. 당시 고양이는 마녀가 키우는 동물이라는 풍조가 팽배하였므로.. 길거리에 있는 모든 고양이들은 그렇게 참혹하게 죽어갔다. 책 속에는 당시 중세유럽인들이 어떻게 고양이를 죽었는지 자세하게 나와있지만, 차마 포스팅으로 옮길 수가 없을 정도로 잔혹한 죽음이다. 정말 중세 유럽은 암흑기다. 문화적으로만이 아니라 정말 모든 분야에서.

그래도 꽤 오랜시간이 흐른 덕분인지, 중세시대가 종말을 고했기 때문인지 알수는 없으나 고양이에 대한 평판이 바뀌기 시작했다. 중세유럽에서는 악마로 보였던 고양이의 쥐 사냥이, 근대에 들어와선 사람들에게 정말 유익한 행동으로 변한 것이다. 심지어 악마 그 자체라고 했던 검은 고양이는 근대에 와서는 행운의 여신이 되었다.

‘배를 탄 고양이는 태풍을 몰아낸다’, ‘검은 고양이를 키우면 그 힘이 바다에까지 미친다’, ‘고양이 꼬리에는 태풍을 불러낼 수 있는 마법이 있다’, ‘고양이가 다가오면 행운이지만 오다가 돌아가면 불운이다’ _P 164

1900년대 후반, 바다사람들 사이에서 떠돌던 미신이다. 바닷사람들이 배를 탈 때는 고양이를 배에 두는 것이 필수였고, 배에 고양이가 없다면 쥐가 화물을 갉아 먹었을 경우, 화물 주인은 배의 주인에게 고소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즉, 고양이는 바다사람들의 축복이자 신이었다.

그리고 지금, 고양이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나만 없어, 고양이!!!” 라는 영화와 명언까지 만들어 냈으니 말 다 했다. (나도 없다, 고양이 ㅜㅜ)


이 책에는 두 마리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한 코끼리는 이름이 점보, 또 다른 코끼리의 이름은 메리이다. 이 두 코끼리의 이야기는 ‘세상에서 제일 잔인한 동물은 인간이다’라는 사실을 뇌에 선명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아기코끼리 점보. 점보는 사냥꾼들에게 가족을 잃고 홀로 서커스단에 팔려왔다. 점보는 서커스 상품으로써, 수많은 아이들을 자기 등에 태웠다. 서커스단은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 당시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에, 점보의 사육환경은 상상이상으로 최악이었다. 서커스단 단장은 더이상 점보를 케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는 데, 때 마침 그 시기에 점보가 기차에 치어서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황상 사고보다는 서커스단에서 고의로 죽인 것으로 보이지만, 뭐. 그래도 죽어서나마 자유로워지려나 싶었던 점보는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사람들은 죽은 점보의 시신을 박제하여 역시나 돈벌이로 사용하였다. 상아는 조각내어 팔았고, 고기는 정육점에다 팔았으며, 내장은 불태웠다. 심지어 점보의 기름은 진통제라며 병에 담겨 팔려 나갔다. 당시 점보의 뱃속에는 호루라기, 동전, 열쇠 등 별의별 물건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아기 코끼리 메리. 메리 역시 점보처럼 사냥꾼에게 잡혀와 서커스단에 팔려왔다. 점보와 똑같이 서커스 상품으로써 활용되었다. 역시나 ‘동물 보호’는 개나 줘버리는 인식이 팽배했다. 당시 메리에게는 오래된 충치가 있었는데, 하필 조련사가 이 부분을 건드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메리는 몸부림을 쳤고, 조련사는 메리의 발에 치여 사망하고 말았다. 사람들은 사람을 죽인 코끼리를 죽여야 한다고 강하게 외쳤고, 실제로 메리를 죽였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메리를 죽이기 위해 수 많은 살해방법이 거론되었는데 하나 같이 잔인하기 그지 없는 방법들이었다. 그 중에서 그나마 채택된 방법이 철도 조차장에 있는 기중기에 목을 매다는 것. 메리가 죽어가는 과정 역시 참혹하기 그지 없었다.

어린 코끼리가 두려움에 떨다가 식음을 전폐하면 억지로 입을 열고 위스키를 강제로 먹였고, 훈련 중 말을 듣지 않으면 채찍이니 불훅같은 도구로 피부가 찢어지고 뚫리도록 인정사정없이 폭행했습니다. 피부가 두꺼워 보인다고 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닌데도요. 불훅은 코끼리를 사람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게 할 때 사용하는 잔인한 도구로, 새의 부리처럼 휘어진 뾰족하고 날카로운 쇠가 막대 끝에 달려있습니다. 코끼리 조련사들은 갓 잡혀 온 아기코끼리의 온몸을 묶고는 귀 뒤, 항문, 무릎, 정수리, 코, 잎, 눈가를 세게 찔러대며 불훅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기억하게 합니다. 불훅 트라우마에 몸부림치던 아기 코끼리는 훗날 4톤이 넘는 강한 어른 코끼리가 되어서도 불훅 앞에서 공포에 떨며 반항하지 못하고 인간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되지요. 이러한 끔찍한 도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니 코끼리가 묘기를 부리는 서커스나 코끼리를 탈 수 있다는 관광상품을 보신다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_P 215


이 지구상에서 제일 위험하고 무섭고 잔인한 동물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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