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이면을 보다 - 신용권의 역사기행
신용권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출판사 지식과감성에서 정말 오랜만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주제의 책이 나왔다. 바로 역사기행’. 목차에 따르면 대마도, 영월, 제주도 기행이었다. 세 지역 모두 나 역시 역사기행을 한답시고 전부 들렀던 장소라서 책 읽기 전 기대치 500%. 책을 받자마자 목차를 먼저 보았다. 그리고 약간 당황. 목차의 페이지수로 확인을 해 보자면 대마도에 대한 부분이 2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고, 영월은 약 30페이지, 제주는 10페이지 정도.

 

, 이 책은 대마도가 메인이고 영월과 제주는 약간 분량 맞추기 위함일까?’ 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뭐 이렇게 분량을 할당함에 있어서 저자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대마도편의 시작은 대마도에 대한 지리적 설명과 함께, 저자가 대마도 이즈하라 항구에 내리면서 시작되었다. 대마도는 아무래도 조선통신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섬이다보니, 당연히 통신사 이야기부터 나오려니 했었고, 역시나 통신사 이야기부터 나왔다. 그러다 대마도주 소 가문까지!

 

이게 또 소 가문 이야기를 하려면 임진왜란을 빼 놓을 수가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의 내용도 임진왜란으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음. 이게 정말 뭐라해야할지, 책 내용 자체는 정말 좋은데 제목&부제와는 컨셉과는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대마도 역사기행이라고 한다면 대마도 땅에서 일어난 일이 주가 되어야 할 텐데, 이게 참.. 대마도에 할당된 200페이지 대부분이 임진왜란&정유재란의 이야기 였다. 대마도 땅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닌,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이야기였다.

 

임진왜란 관련 도서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이 책은 내용이 아주 만족스럽다. 일본이 임진왜란을 왜 일으켰는지, 그 전까지의 일본 상황이 어땠는지, 전쟁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까지 조선 상황은 어땠는지, 대마도주가 어떻게든 전쟁을 막으려고 무슨 일을 했는지, 전쟁 진행 과정에서 조선의 왕 선조라는 사람은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전쟁 중에 착실히 싸온 장수들을 선조가 어떻게 대우했는지 등 정말 모든 내용이 총 망라되어있다. 심지어 그 내용들 모두가 현존하는 기록들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최대한 기록에 의거하여 객관적으로 쓰려한.........것 같았다. 다만 선조의 몽진에 대한 부분이나 그 이후 선조의 행동에 대해서 저자 개인의 의견도 종종 보였는데, 뭐랄까 선조를 동정하는 입장에 있는 느낌이랄까? 뭐 여튼! 임진왜란과 관련된 조선과 일본 전,후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하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명나라가 오랫동안 일본과 왕래를 끊어 외교사절이 없으므로, 히데요시가 분하고 부끄러움을 품어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다. 조선이 이 뜻을 명나라에 알려 일본으로 하여금 사절의 길을 통하게 하면 무사할 것이요, 일본 백성 또한 전쟁의 노역을 면할 겁니다라며 소 요시토시는 통신사로 온 부사 김성일에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부사 김성일은 이 말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다.

 

이후 다시 일본은 다음 해에 조선의 길을 빌려, 명나라를 정복할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소 요시토시와 동행했던 승려 겐소가 선위사 오억령에게 이야기한다. 오역령은 선조에게 가서 일본의 발병이 확실하다고 이야기했지만, 선조는 오히려 그를 해임한다.

 

소 요시토시는 다시 도요토미가 병선을 정비하고 침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조선은 이것을 명나라에 알려 청화통호하는 것이 좋다라고 거듭 이야기 하였으나, 조선 조정에서는 10일이 지나도록 대답을 하지 않았다. 소 요시토시는 결국 대마도로 돌아간다.

 

왜관이 텅 비게 되자, 조선은 비로소 일본의 침입이 있을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중략병비시설을 점검게 했다. 중략 그러나 조선이 개곡된 지 200년 간 너무 오랜 기간 평화에 길들여져 있어, 노역에 동원된 백성의 원망만 높아져 갔다. 태평시대에 당치도 않게 성을 쌓느냐는 상소가 빗발쳤고, 홍문관고 공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P38

 

대마도주 소 요시토시는 끊임 없이 전쟁이 일어날 거라 이야기 했지만, 끝 까지 이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던 우리의 리더 선조. 그렇게 전쟁은 시작되었고 많은 백성이 죽었다. 나라를 지키자고 목숨받쳐 왜군을 죽인 장수 및 의병장들은 명령불복종이라는 이유로 죽거나, 역모죄를 씌워 죽였다. 그리고 전쟁의 승리는 명나라의 공으로 돌렸다. 선조가 죽고 광해군이 즉위했다.

 

우리가 명나라를 섬긴 지 200여 년이 지났으니 의리로는 군신사이요, 은혜로는 부자사이다. 임진년의 재조지은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선조께서 42년간 보위에 계시면서, 지성으로 명나라를 섬겨 한 번도 서쪽을 등지고 앉지 않았다. 그런대 광해는 명의 은덕을 저버리고 오랑캐와 화친했다.” 라는 죄목으로 인목대비의 명령에 따라 광해군은 폐위되었다.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왕이 된 인조는 조선을 또 한번 전쟁의 참극을 맞게 했으니, 정묘호란&병자호란이다. 더군다나.. 선조의 핏줄은 핏줄인지, 청나라가 처들어왔다고 정묘년엔 강화도로 도망가고 병자년에는 남한산성으로 도망간다. 정묘&병자호란이 터지기 전에 있었던 이괄의 난 때는 전라도 공주로 도망간 적도 있다. 책의 내용은 임진왜란에서 병자호란, 그리고 일본의 근대화까지 이어진다. 삼천포라면 삼천포요, 임진왜란이 끝난 후 일어난 나비효과라면 나비효과다.

 

임진왜란&정유재란 출전했던 모리 테루모토의 조슈번 세력은 중략정한론을 주장했던 요시다 쇼인이나 소위 유신 3중 한명인 기도 다카요시, 러일전쟁의 영웅으로 불린 노기 마레스케, 초대 내각 총리대신이자 초대 통감으로 조선 병탄의 기초공작을 다진 이토 히로부미,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주도한 가쓰라 다로,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태평양 전쟁 전범 도조 히데키등을 배출하였으며, 이들 세력은 제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에도 일본 정계에 주류 세력으로 남아, 자민당 체제를 확립시키고 1960년대 일본 총리를 지낸 현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그의 동생인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외무장관과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아베 총리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와 현 아베 신조 총리로 이어지게 된다. 중략1974오키나와 반환협상을 조인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는 방문 당시 자신이 임진왜란 이후에 야마구치 현에 종착한 조선인의 후예란 사실을 고백했다고 한다. 그의 둘째 형이 기시 노부스케이고, 기시의 외손자가 아베 신조이니, 아베 역시 조선과 무관한 인물이라고는 볼 수 없다. P220~221

 

하지만 이 책은 임진왜란 관련 역사서가 아닌, ‘역사기행책이다. ,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라 기행문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 책은 기행문이 아니라 역사서로 보인다. 중간중간에 대마도 반쇼인, 하치만구신사, 세이잔지 등 분명 대마도에 있는 중요 유적지도 나오긴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나오는 느낌이랄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차라리 책의 제목을 장르를 임진왜란 관련 역사서 쪽으로 바꿨으면 어땠을까?

 

이 책은 조선 중기 한일 관계와 임진왜란을 비롯한 조선의 상황, 그 영향이 미친 근대사 등을 공부하기에는 정말 딱 좋은 책이라는 건 확실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