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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김명국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포토 에세이. 과거 내 독서 편력에는 에세이란 장르는 없었다. 그러다 올해부터 출판사 서평단을 하기 시작하면서 차츰 읽게 되었다. 뭐랄까, 에세이를 읽으면서 느낀 사실 하나는, 요즘 같이 날카로워진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위로를 주는 기분이랄까? 에세이를 읽기 전에는 몰랐었던, 대체 왜 에세이를 읽는 지 이해가 안 갔던 그 이유를 찾게 되었다.
사진을 업으로 삼은 저자는 이 곳 저 곳 여행을 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정확히는 사람을 찍었다. 저자가 찍은 대부분의 사진에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여행을 다니며 찍는 사진에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럴까, 뭔가 새롭달까 신기하달까. 나랑은 너무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자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그 지겹던 여행이 무덤덤하게 몸에 익숙해져 갈 무렵 천천히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 하나 나를 기다리고 잇었던 사람은 없었다. 정해진 약속도 없었다.
그저 길을 가다 늘 만나던 사람들처럼 바라보고 인사하고 함께 웃었다. P008
여행을 떠날 때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친절한 가이드 북과 좀도둑에 사로잡힌 불안감과 1달러에 대한 미련일 것이다.
여행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생과 같아 모험을 즐길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매일 더 풍성한 날들이 될 것이다. P019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난 여행을 할 때, 시간 단위로 쪼갠 여행계획표를 짠다. 일종에 나만의 가이드북이다. 왠지 계획 없이 먼 타국으로 가게 되면 불안해질 것 같고, 괜히 쓸데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또 이런 마음과는 모순되게 무계획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점점 익숙재혀 가는 것이고
새로움을 친밀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작은 약속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다. P037
젊음은 젊기에 아름다우며 노년에는 인생을 담아가기에 아름다워지는가 보다.
젊을 떄는 외면의 멋스러움이 돋보이지만
노년에는 내면의 멋스러움이 더욱 돋보이게 되나 보다.
나는 믿고 있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은 바로 오늘이었다고 P167
저자의 사진에는 하나같이 사람이 있다. 어떤 경우는 누군가의 손이나, 뒷모습, 발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전부 사람이다.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삶을 대하는 모습도 조금이나마 느껴진다. 이는 아마도 사진을 찍고 있는 저자 본인이, 사진에 찍히는 피사체를 향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미처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온기를 전해주는 햇살이 쏟아지는 소리와
땅속 깊은 곳에서 생명을 깨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P173
우린 가난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오히려 빈곤하게 하고
너무 바쁜 일상이 소소한 즐거움을 잊어버리게 만들고 있다. P355
쉼 없이 앞만 바라보며 내 달리던, 바쁜 우리 삶. 하지만 삶 속에는 ‘쉼’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